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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대 자본가 ‘전쟁’ 벌이나

노동자 대 자본가 ‘전쟁’ 벌이나

▶중국 대졸자들은 선진국수준의 임금을 희망하고 있다.

상하이. 외국기업의 최대 중국 투자 지역이다. 다국적 기업 중국법인의 인사부장인 왕신(王欣)은 지금 상하이의 멋진 야경을 즐길 여유가 없다. 최근 발표된 노동관련 법안이 커다란 시련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3월, 전인대 법률공작위원회는 ‘노동계약법’ 초안을 발표했고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개월 만에 무려 20여만 개의 의견이 빗발쳤다. 마감일에는 다국적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상하이시 미국상공회의소와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가 구체적인 수정 요구서를 송부했다. 이 중에는 ‘투자 철수’를 언급한 이들도 있었다. 노동자 이익 보호에 목적을 둔 이 법안은 결국 전국인민대표회의에 재심의될 것이라고 하며, 상당폭의 수정이 예상되고 있다. 왜 중국 정부는 무리수를 감행하려 할까? 베이징시 남동부에 퉁저우(通州)가 있다. 이곳의 주요 거주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일용직 근로자-농민공(農民工)이다. 부동산 개발 열기가 한창인 이곳에 쉬옌거(徐延格)와 그의 아내가 살고 있다. 쉬옌거는 KFC와의 소송으로 언론매체와 대중의 관심 대상이 됐다. 쉬옌거는 베이징의 한 KFC 매장에서 11년 동안 일했으나 업무 실수로 인해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그는 주위 사람으로부터 그동안 KFC에서 일한 11년간의 경제보상금(퇴직금 개념) 2만여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KFC를 찾아가 경제보상금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그가 파견 용역직으로 KFC와 정식 노동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회사 측이 파견 용역직원이 퇴직할 때 반드시 퇴직금을 주어야 한다는 관련 법률 규정이 아직 없기 때문에 쉬옌거가 KFC를 상대로 한 소송은 패소했다. 그러나 법원의 조정으로 그는 약간의 배상금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러나 쉬옌거의 소송을 계기로 KFC는 모든 파견 용역 근로자 고용을 금지하는 한편, 베이징을 제외하고 기존 파견 직원에 대한 퇴직금을 인정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노동강도 높이자 대규모 파업 이는 유사 근로자가 더 이상 쉬옌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현재 이들 직원은 회사 측과 새로 노동계약을 속속 체결하고 있다. 상당수가 쉬옌거와 같이 베이징 외지 농촌에서 상경한 ‘농민공’인 이들 직원은 쉬옌거의 ‘희생’이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긴다. 당시 쉬옌거를 위해 소송을 진행한 스푸마오(時福茂) 변호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파견 근로용역은 외자기업 내에서 대단히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이들 직원 역시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예를 들어 월마트 등 대량으로 단순 노동자를 사용하는 외자기업 중에는 KFC 사례와 마찬가지로 각종 노사간 충돌이 존재한다. 단지 단순직 저임금 노동자만 ‘파견 근로용역’의 신분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일부 유명한 다국적 기업의 영업직과 행정 등 관리직도 마찬가지다. 많은 다국적 기업이 탄력적인 인력관리를 위해 전문 인력중개회사를 통한 정식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계약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많은 다국적 기업이 정식 직원으로의 편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기업들은 중국 근로자의 빠른 임금 상승에 불만이 높다.

지난해 11월 많은 일본 기업이 투자한 다롄에서는 3만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파업사태가 발생했다. 원인은 초과 근무시간 축소였다. 지난해 10월 다롄시 노동감찰부는 한 일본계 투자회사 직원이 법적으로 정해진 월 36시간의 초과 근무시간 이상으로 일하는 것을 발견하고 시정할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전체 작업량은 줄이지 않는 대신 초과 근무시간을 줄임으로써 결과적으로 노동 강도를 크게 높였다. 이 방법은 이내 많은 직원의 불만을 초래했다. 이 일로 인해 당초 500~600명이 참가한 파업은 급속히 퍼져 20여 일본 투자기업 직원 3만여 명이 동참하는 대규모 파업사태로 발전했다. 노동계약법 제정 작업에 참여한 중국인민대학의 노동관계연구소 창카이(常凱) 소장은 “최근 소규모 파업이 다롄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 소장은 “다롄의 노동자 파업은 상징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며 “중국의 노사 관계가 갈수록 시장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한편, 자기 권익주장의 주체로서 노동자의 집단행동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법 전문가 쭤샹치(左祥琦) 역시 “이러한 파업은 주장(珠江) 삼각주와 창장(長江) 삼각주 지역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며, 주로 일본·대만·한국계 투자기업에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인건비 높아지자 외국기업 불만 사정이 이러다 보니 GE·모토롤라·로레알을 비롯한 여러 유명 다국적 기업의 법무부와 인사부는 새로운 노동계약법이 시행될 경우 인건비 명목의 예산이 얼마만큼 상승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긴박하게 계산 중이다. 위안후이(袁會)는 미국계 통신설비 회사의 광저우 투자기업 인력연수담당 부장이다. 현재 동종 업계에서 원자재 가격이 급속히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 회사의 모기업 역시 캐나다와 유럽에 설립한 공장을 철수시킨 바 있다. 지난해 미국 본사 사장이 중국에 와서 시찰한 결과 총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인건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전체 1만2500명의 직원을 1만 명 선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한 기업은 선전 공장을 쑤저우로 옮겼다. 에너지 사용 비용과 인건비 절감이 공장 이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지난해 다롄, 롄윈강(連雲港)과 친황다오(秦皇島) 등지에서 온 투자유치단을 맞는 자리에서 이들이 내세운 가장 큰 ‘당근’은 저렴한 임금이었다. 이들 도시의 최저 임금 표준은 겨우 400여 위안에 불과하다. 이는 광저우와 선전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중국 노동력 시장의 임금 인상률은 지나치게 높은 감이 있다. 임금 수준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중국 노동자의 인건비 수준이 베트남보다 훨씬 높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창 소장은 “우리가 왜 베트남보다 인건비 수준이 낮아야 하는가?”라고 반박한다. 그는 “중국의 임금 수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2003년도에 13%에 불과해 미국의 48%보다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한 인력컨설팅회사의 조사 보고서를 보면 과거 5년 동안 인도의 평균 임금상승률은 11.5%에 달했으나 중국은 겨우 7.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기업연합회의 한 고위 인사는 최근 일부 다국적 기업과의 교류 과정에서 “확실히 일부 외자기업은 단순 가공생산 분야를 점차 다른 개도국으로 이전하는 한편, 심지어 중국에서 투자를 축소 내지 철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노동계약법 중 파견 근로용역 문제, 계약 중단 또는 해고에 따른 퇴직금 지급 등에 대한 규정이 결국 인건비의 증가를 초래하며, 이 문제가 바로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노동자와 자본가 문제, 특히 전통 산업분야에서 파생되는 기본적인 모순은 이제 중국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고 창 소장은 말하고, “문제의 핵심은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다국적 기업의 자본이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데 반해 노동자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현실적으로 자국 경제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 자본가 계층을 지지해야 하지만 실제 자본이 들어온 이후에 노사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고, 어떻게 윈-윈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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