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대 자본가 ‘전쟁’ 벌이나
노동자 대 자본가 ‘전쟁’ 벌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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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강도 높이자 대규모 파업 이는 유사 근로자가 더 이상 쉬옌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현재 이들 직원은 회사 측과 새로 노동계약을 속속 체결하고 있다. 상당수가 쉬옌거와 같이 베이징 외지 농촌에서 상경한 ‘농민공’인 이들 직원은 쉬옌거의 ‘희생’이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긴다. 당시 쉬옌거를 위해 소송을 진행한 스푸마오(時福茂) 변호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파견 근로용역은 외자기업 내에서 대단히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이들 직원 역시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예를 들어 월마트 등 대량으로 단순 노동자를 사용하는 외자기업 중에는 KFC 사례와 마찬가지로 각종 노사간 충돌이 존재한다. 단지 단순직 저임금 노동자만 ‘파견 근로용역’의 신분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일부 유명한 다국적 기업의 영업직과 행정 등 관리직도 마찬가지다. 많은 다국적 기업이 탄력적인 인력관리를 위해 전문 인력중개회사를 통한 정식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계약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많은 다국적 기업이 정식 직원으로의 편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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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높아지자 외국기업 불만 사정이 이러다 보니 GE·모토롤라·로레알을 비롯한 여러 유명 다국적 기업의 법무부와 인사부는 새로운 노동계약법이 시행될 경우 인건비 명목의 예산이 얼마만큼 상승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긴박하게 계산 중이다. 위안후이(袁會)는 미국계 통신설비 회사의 광저우 투자기업 인력연수담당 부장이다. 현재 동종 업계에서 원자재 가격이 급속히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 회사의 모기업 역시 캐나다와 유럽에 설립한 공장을 철수시킨 바 있다. 지난해 미국 본사 사장이 중국에 와서 시찰한 결과 총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인건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전체 1만2500명의 직원을 1만 명 선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한 기업은 선전 공장을 쑤저우로 옮겼다. 에너지 사용 비용과 인건비 절감이 공장 이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지난해 다롄, 롄윈강(連雲港)과 친황다오(秦皇島) 등지에서 온 투자유치단을 맞는 자리에서 이들이 내세운 가장 큰 ‘당근’은 저렴한 임금이었다. 이들 도시의 최저 임금 표준은 겨우 400여 위안에 불과하다. 이는 광저우와 선전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중국 노동력 시장의 임금 인상률은 지나치게 높은 감이 있다. 임금 수준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중국 노동자의 인건비 수준이 베트남보다 훨씬 높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창 소장은 “우리가 왜 베트남보다 인건비 수준이 낮아야 하는가?”라고 반박한다. 그는 “중국의 임금 수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2003년도에 13%에 불과해 미국의 48%보다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한 인력컨설팅회사의 조사 보고서를 보면 과거 5년 동안 인도의 평균 임금상승률은 11.5%에 달했으나 중국은 겨우 7.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기업연합회의 한 고위 인사는 최근 일부 다국적 기업과의 교류 과정에서 “확실히 일부 외자기업은 단순 가공생산 분야를 점차 다른 개도국으로 이전하는 한편, 심지어 중국에서 투자를 축소 내지 철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노동계약법 중 파견 근로용역 문제, 계약 중단 또는 해고에 따른 퇴직금 지급 등에 대한 규정이 결국 인건비의 증가를 초래하며, 이 문제가 바로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노동자와 자본가 문제, 특히 전통 산업분야에서 파생되는 기본적인 모순은 이제 중국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고 창 소장은 말하고, “문제의 핵심은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다국적 기업의 자본이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데 반해 노동자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현실적으로 자국 경제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 자본가 계층을 지지해야 하지만 실제 자본이 들어온 이후에 노사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고, 어떻게 윈-윈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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