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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140배 규모 새 국토 눈앞에

여의도 140배 규모 새 국토 눈앞에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새만금 지구 대역사(役事)의 현장. 방조제 안쪽으로 1억2000만 평의 새 국토가 우리를 기다린다. 헬기조종=이종만 전북소방본부 항공대장.

새만금 지구는 육안으로 한눈에 전부 들어오지 않는다. 방조제가 33㎞이니 서울 도심∼경기도 용인 거리와 맞먹는다. 담수호가 1만1800㏊(3570만 평), 새로 조성되는 토지가 2만8300㏊(8560만 평)이니 국민 모두에게 땅은 약 두 평, 호수는 약 한 평씩 나눠줄 수 있는 규모다. 담수호와 새로 조성될 토지를 합친 전체 면적은 4만100㏊(1억2130만 평)로 서울 여의도의 140배에 이른다. 헬기를 타고 새만금을 내려다봤다. 2호 방조제 마지막 물막이(2.7㎞) 현장은 아직 다른 방조제보다 폭이 좁다. 이곳을 비롯해 2·3·4 방조제 곳곳에서 대형 트럭과 포크레인이 동원돼 방조제를 높이고 둑을 튼튼히 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방조제 맨 아랫부분의 폭이 평균 290m(최대 384m)인데 방조제의 높이를 36m, 방조제 맨 윗부분을 평균 30m 이상으로 보강하는 공사를 2008년에 완전히 마치면 지금은 빙 돌아가야 하는 군산∼부안 간 거리가 66㎞ 단축된다.
새만금 지구는 벌써 손님맞이에 바쁘다. 일반 관광객부터 정치인, 학자, 환경보호론자, 학생 등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발길도 잦다. 추석연휴인 10월 5~8일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군산 비응도∼야미도 간 4호 방조제(11.4㎞) 구간이 개방됐다. 배를 이용해온 섬 귀성객에게 자동차로 갈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일반 관광객도 많아 나흘 연휴에 3만6000여 명이 이용했다. 여름방학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갯벌체험학습이 진행됐다. 7월 말에는 일본 도쿄대 교수들이 찾아와 둘러보았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이 지나칠 리 없다. 여야 정당 지도부들이 찾아와 새만금특별법 통과 지원을 약속했다. 물막이 공사가 끝나자 주변 지자체와 기업, 상가와 주민들은 새만금에 코드를 맞추기 시작했다. 새만금 사업으로 큰 혜택을 보는 곳은 위 아래 축 군산시와 부안군. 군산시는 서해안고속도로 군산IC의 명칭을 새만금IC로 바꾸자고 도로공사에 건의했다. 방조제 위쪽 군산산업단지는 경사 분위기다. 국내 최대 건설장비 업체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가 굴착기와 지게차 제조시설을 옮기기로 해서다. 동양제철화학도 2500억원 규모의 반도체 부품인 폴리실리콘 공장을 신설한다. 덩치가 큰 이들 기업의 유치는 전북도와 군산시의 노력도 있었지만 새만금 방조제와 맞닿는 지리적 이점도 작용했다.


새만금사업의 성공 조건은?

토지 이용계획 앞서 어떤 가치 지닌 곳으로 만들지 새로운 컨셉트 찾아야

글로벌 경쟁력으로 승부. 최고 아니면 차라리 손대지 마라

성과 낼 수 있는 분야·사업·지역부터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차별화된 가치와 매력있는 콘텐트를 갖춰야

글로벌 기업 참여시키는 투자 유치 노력 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군산시는 군산지방산업단지와 군산·군장 국가산업단지 등 1000만 평 단지에 3년 내 100개 중대형 기업을 유치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부안권은 변산반도와 격포를 중심으로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전북도는 2007년 10월 방조제가 시작되는 군장산업단지 내 새만금 군산산업전시관에서 ‘2007 전북 세계 물류박람회’를 열어 군산과 새만금이 물류의 최적지임을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이곳에선 지난 9월 9개국 181개 자동차 메이커와 부품업체가 참여한 제2회 군산 국제 자동차 엑스포(GAP 2006)가 열리기도 했다.

3년째나 미뤄진 토지이용계획 4월 21일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마친 새만금사업지구. 1991년 11월부터 14년 5개월 동안 2조600억원의 사업비와 연인원 190만 명이 동원된 대역사다. 하지만 방조제를 연결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1억2000만 평에 이르는 토지와 담수호를 어떤 모습으로 후대에 물려줄 것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태 새만금지구의 토지이용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 환경보호·관광·개발이 3대 축이 될 토지이용 계획은 오는 11월 17일 전주 공청회에서 윤곽을 드러낸다. 11월 말 서울에서 한 차례 더 공청회를 한 뒤 12월 중 최종 안이 국무조정실에 제출되며, 이를 토대로 정부가 확정한다. 새만금 토지이용 계획은 국무조정실·농림부·해양수산부 주관 아래 국토연구원·전북발전연구원 등 5개 연구원이 2003년부터 작업해 왔는데 2004년과 2005년 말, 올 6월 등 세 차례 발표가 연기돼왔다.
토지이용 계획에 대해선 사업을 맡아 진행한 농림부와 관할 지자체 전북도의 의견이 다르다. 방조제 사업이 15년을 끌면서 쌀이 남아돌고 농산물 수입 개방이 가속화하는 등 국내외 산업환경이 달라지자 새만금사업으로 조성되는 토지 전부를 농지로 쓸 수 없다는 데는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다. 그러나 농림부로선 여전히 가급적 많은 부분을 본디 목적인 농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산업단지와 관광·물류 기지나 농지 등 복합용도로 개발하자고 주장한다. 현지 주민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자체, 학계, 시민단체의 의견도 각양각색이다. “새만금은 전라북도 땅이기 이전에 우리 국토의 일부다. 따라서 국토적 관점에서 이용 계획을 정해야 한다.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데, 많은 땅을 함부로 잘못 쓰면 안 된다. 예측 가능한, 최소한의 땅만 먼저 쓰고 가급적 많은 땅을 유보적 용도로 남겨두자. 농업 용도로 두는 것도 일종의 유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절반은 농업 용도로 써야 한다.”(원광대 이양재 교수·도시계획) “어민 피해가 크다. 농림부는 원래 농지를 조성하겠다고 했는데, 휴경비를 주면서 벼농사를 쉬라고 하는 판에 농지조성이 웬 말인가? 산업단지를 조성해 기업들을 유치하고, 담수호를 만들어 어민에게 민물고기를 키우고 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이우현·부안군 동진면 어민)

▶새만금 사업지구 옆 부안 계화도 간척지. 벼농사를 짓는 논 옆에 새로운 갯벌이 형성돼 있다.

고군산도에 들어설 새만금 신항에 어떤 기능을 부여하고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지를 놓고도 전북도와 해양수산부의 의견이 다르다. 전북도는 군산 및 새만금지구가 중국 내 주요 항구와 가장 가까우며, 특히 고군산도 부근은 대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25m 수심을 유지하는 조건을 갖췄으므로 크게 건설해 허브항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는 달리 해양수산부는 이미 부산신항·광양항이 있는 마당에 새만금 신항은 이들 항구와 연계시키는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며 적극성을 띠지 않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환경단체의 반대로 공사가 수차례 중단·재개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여전히 그 성패는 환경 문제에 달려 있다. 시화호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경우 사업의 당위성을 잃고 다시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토지 이용계획을 세우는 데도 환경 문제-담수호의 수질이 관건이다. 이를 의식한 정부는 상대적으로 수질이 양호한 동진강 유역을 먼저 개발하고, 만경강 유역은 수질개선 상황을 봐가며 나중에 하는 ‘순차적 개발’ 방침을 정했다. 그런데 이 원칙이 적용되면 산업단지 입지에 유리한 군산 쪽 개발이 늦어지며 사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양재 교수는 “순차적 개발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군산 쪽 토지에 대해서도 산업입지 수요에 따라 개발 우선순위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만경강 수질개선 사업을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질척거리는 사이 새만금의 전략적 목표 시장인 중국에서 새만금에 맞먹는 간척공사를 먼저 끝낸 뒤 내부 개발에 들어갔다. 중국 북부 발해 연안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시 부근 차오페이뎬(曹妃甸)공업구로 면적이 3만1000㏊에 이르며, 지난 9월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여는 등 철강과 동북아 물류와 관광레저, 첨단산업 유치에 나섰다.

경쟁 상대 이미 중국에서 출현 한국보다 12년 늦게 출발한 중국 정부는 탕산시에서 18㎞ 떨어진 차오페이뎬섬을 연결하는 방조제와 매립 공사를 3년여 만에 마쳤다. 바닷모래와 흙을 퍼올리는 매립 방식을 씀으로써 공사기간을 단축한 이곳은 2005년부터 내부 개발에 착수했으며, 수심 25∼30m에 30만t급 대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72개 접안시설 중 1기 공사를 마쳤다. 특히 베이징과 약 100㎞의 거리에 있는 지리적 강점을 갖춘 차오페이뎬의 등장으로 환황해권 관광·물류 기지를 구상 중인 새만금에 오히려 역물류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이는 중국이 내세우는 ‘산업·물류 측면의 동북공정’ 성격으로 새만금 지구와 개발 방안 및 규모가 비슷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도다. 박현창 전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간척 사례에서 보듯 시기를 놓치면 그만큼 개발 효과도 줄어들 것”이라며 “새만금 토지 이용계획을 빨리 확정해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라톤 대회를 하려면 교통통제 관련 민원으로 말썽이 많거든요. 새만금 방조제에 교통통제 없이도 할 수 있는 마라톤 전용도로를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 겁니다.”(네티즌 김병철씨) 새만금 사업은 네티즌들이 개발 아이디어를 낼 정도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15년째 이 사업을 벌여오면서 수많은 갈등을 겪었는데, 그 열매는 지금 초등학생보다 어린 후손들이 맛보게 된다. 농촌공사는 바다를 막아 확보한 땅을 개발하는 데 앞으로도 20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새만금 개발은 이제 시작이요, 계속 진행형이다.


김완주 전북지사에게서 듣는다


‘국제 현상 공모’로 새만금에 날개 달자

‘경제 도지사’를 내세우는 김완주 전북지사는 “국내 또는 아시아가 아닌 세계를 시장으로 보고 세계적 흐름 속에서 새만금 지구의 중요성을 인식해 개발계획을 짜자”고 제안했다. 지난 9월 말 시장·군수들과 함께 중동의 허브 두바이와 카타르,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둘러본 그는 “새만금을 제2의 두바이 기적이 일어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사막 위에 스키장과 골프장, 인공섬을 건설한 두바이를 보고 그 창의력과 상상력에 놀랐습니다. 새만금도 목표를 높게 잡아 세계 1등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졸속 또는 싸구려 개발로는 세계 시장에서 통하지 않아요. 후대에 자랑스럽게 물려줘야지요. 그러려면 개발구상 단계부터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전라북도는 새만금 지구 내부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국제 현상공모한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과거 다른 지역에서 한 것처럼 새만금 지구 토지에 대한 용도(이용계획)를 먼저 정한 뒤 개발 구상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개발 구상을 먼저 한 뒤 거기에 맞춰 토지 이용계획을 짜자는 것이다. 김 지사는 네덜란드(로테르담)의 경우 개발 구상을 먼저 한 뒤 관련법을 만들고 간척사업을 진행하자 별다른 분쟁 없이 개발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이나 환경단체가 새만금을 전라북도 사업으로 격하시킨 감이 없지 않아요. 새만금 사업을 지역 숙원사업으로 여기지 말고 국가 경쟁력을 먼저 생각하고 우리나라 전체 지도를 보면서 보다 큰 차원에서 이 소중한 땅을 어떻게 제대로 활용할지 구상해야 합니다. 개발 구상과 계획이 좋으면 외국자본 유치도 그만큼 쉬울 것입니다.” 김 지사는 전라남도에서 추진하는 서남해안 관광벨트 조성과 S프로젝트, 경기도 평택항 개발 등이 대부분 중국 시장을 겨냥하는 점도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역 간 역할 분담과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만금은 지리적 위치나 규모로 볼 때 국가적 사업이자 숙명적으로 중국을 겨냥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른 지역 개발사업과 충돌하지 않고 윈윈이 되도록 정부 차원의 조정이 필요합니다. 지역 간 다툼이 있어선 곤란하므로 어디는 물류, 어디는 관광, 어디는 산업단지로 특화해야지요. 중국과 인도가 합치는 친디아(Chindia) 시장이나 환황해권 공동체를 보고 나가야지 우리끼리 경쟁하는 소모전을 해선 곤란합니다.” 김 지사는 특히 새만금에 국제공항을 건설하면 국제공항과 항만을 겸비한 아시아 최고의 물류기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담수호를 활용한 크루즈 해상 스포츠관광, 전북 내륙의 주산물인 농산물과 그 가공식품을 취급하는 해상 터미널로 개발하는 게 다른 지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계·자동차에 들어가는 첨단 부품소재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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