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조에서 1034조까지 ‘고무줄’
248조에서 1034조까지 ‘고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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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133조→306조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보통사람들의 눈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현 정부 들어 증가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말 133조6000억원이었던 나랏빚은 2005년 248조1000억원으로, 올해는 283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임기가 끝나가는 내년 말이면 30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나랏빚이 2.3배나 늘어나는 꼴이다. “빚은 이자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올해 정부가 지불해야 할 이자만 10조원. 1년 예산의 5%에 이른다. 그렇다면 국가 부채가 “그냥 낮은 게 아니다, 아주 낮다”는 말은 잘못된 것일까? 잘못된 보고를 받았거나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말일 수도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맞는지를 보려면 ‘근거’를 찾아야 한다. 근거가 있는 것일까?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에 몇몇 단어를 덧붙여 새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이라는 문장이다. 이런 의미라면 대통령의 말이 맞다. 국가 부채는 ‘그냥 낮은 게 아니라 아주 낮다’. 올해 추산되는 국가 부채 규모를 GDP 대비로 환산하면 32.3%. 2002년 19.5%에 비하면 1.7배가량 늘었지만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아직 많이 낮다. 2005년 기준으로 일본의 부채 비율은 무려 180%나 된다. 캐나다나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 수년 동안 국가 부채가 100%를 넘나들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미국 역시 64%에 이른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77.7%. 이 정도면 우리나라 국가 채무는 대통령의 말처럼 아주 낮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이 같은 생각을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 재정에 여유가 있다는 시각은 문제입니다. 국가 채무에 대한 이해와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국제 재정 비교는 대단히 조심스럽습니다. 비교를 하려면 국제 기준에 일관되게 맞춰야지요.”(옥동석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통화안정증권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시중에 풀린 돈을 흡수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이 증권은 미국의 재정증권에 해당되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이를 ‘국가 부채’로 산정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준’의 문제가 제기되면 얘기는 훨씬 복잡해진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국가 부채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아니라는 말인가?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10년 전부터 그 기준을 제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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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느는 속도가 더 문제 그렇다면 이 수치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 부채 규모가 일본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보다 크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 의원이 말하는 ‘사실상 국가 부채’에 해당되는 부채 항목 전체를 국가 부채로 산정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은 국가 부채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 아니다. 분명 248조원에서 1034조원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2005년 옥 교수는 한 논문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직접 부채에는 중앙 및 지방정부 부채와 일부 기금이 들어 있습니다. OECD나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의 전체 기금 중 10여 개 정도가 추가돼야 합니다. 여기에 정부 산하에 있는 비영리기관의 부채까지 포함시켜야 하지요.” 이런 식의 계산이라면 2005년 기준으로 국가 부채는 331조3000억원으로 GDP의 45%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이한구 의원은 이런 셈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완화한다 해도 최소한 한 가지 항목은 더 추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이다. 이 의원의 계산에 따르면 국가 부채는 옥 교수의 추정치인 331조3000억원에 통화안정증권 155조2000억원을 더한 486조5000억원에 이른다. 결국 이 의원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GDP 대비 66.1%라는 것이다. 그런데 옥 교수는 최근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지난 2005년 산출된 수치에 통화안정증권과 각종 기금이 추가돼야 했다”는 것이다. 옥 교수는 “이전 분석에서 빠진 항목을 추가한다면 2005년 기준으로 했을 때 OECD 평균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제 기준에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2005년 현재 최소 486조5000억원에서 572조1000억원, GDP 대비 66.1~77.7%로 좁혀진다. 정부 계산의 두 배 전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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