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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투어] ‘느긋함의 미학’ 즐기며 굿 샷

[골프 투어] ‘느긋함의 미학’ 즐기며 굿 샷

▶ 야자수와 호수가 그림처럼 ㅇ우러진 마제스틱 크리크 CC 10번 홀.

치열한 부킹 전쟁과 20만원 이상의 비싼 그린피를 지불해 가며 골프를 쳐 왔던 한국의 한(?) 맺힌 주말 골퍼들에게 태국의 골프 투어는 3일간 맘껏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꿈같은 기회다.
양손을 모은 채 ‘사와디캅(안녕하세요)’이라고 말을 건네면 구릿빛 피부에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현지 여인들은 ‘사와디카’라고 인사를 한다. 불교의 나라 태국식 인사법이다. 천성이 착하고 느긋한 태국 사람들 속에 풍덩 빠져 보면 바쁘게만 살아온 한국 사람들은 ‘느긋함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모처럼의 태국 골프 투어에서 얻을 수 있는 값진 덤이다. 태국으로 향하는 여정은 비행기를 타는 데만 5시간 20분이 걸릴 정도로 만만치 않지만 어차피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즐거움일 수 있다. 오전 11시25분쯤 인천공항을 이륙한 오리엔탈 타이 항공은 현지시각 오후 2시50분(시차는 2시간)쯤 방콕 공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관광 버스를 이용해 2시간50분만 달리면 골프의 묘미를 맘껏 즐길 수 있는 후아힌의 마제스틱 크리크(Majestic Creek) CC에 당도한다. 가는 도중 교통체증으로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관광의 나라답게 버스 안은 쾌적한 데다 잠시 주유소 같은 곳에서 쉴 때 근처 포장마차에서 파는 쌀국수 한 그릇을 먹는 색다른 재미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210km 떨어진 후아힌은 덥지만 건조해 라운딩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구 4만 명의 아담한 이 항구도시는 1920년 태국 국왕이던 라마 6세(재위 1910~25년)가 여름 별장을 지은 후 상류사회에 알려졌고, 현 국왕 라마 9세도 종종 찾는 곳이다. 이 별장은 ‘걱정은 저 멀리’란 뜻의 ‘클라이 캉원(Klai Kangwon)’이란 별칭이 붙어 있다. 한국 사람들에겐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지만 태양을 갈망하는 유럽인은 오래전부터 후아힌을 최고의 해변 휴양지로 선호해 왔다. 쾌적한 관광 버스에서 한눈 붙인 사이 후아힌의 마제스틱 크리크 CC에 도착했다. 해가 넘어가 사방이 컴컴한 가운데 간접 조명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낸 골프장 클럽하우스는 아담하고 깔끔했다. 짐을 로비에 내려 두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일행은 클럽하우스 내 식당에 모였다. 낯선 태국 음식이 혹시 입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음식들이 나오지 않은가. 삶은 삼겹살에 기름장, 그럴싸한 깍두기, 오이냉국과 몇 가지 태국식 요리들이 전혀 거부감 없이 입맛을 충족시켰다. 안남미(安南米)로 지은 고슬고슬한 밥이 삼겹살 수육에 어울릴지는 미처 몰랐다. 골프장 안에 들어선 빌라에는 2인용 방 50개가 마련돼 있다. 태국의 유력 미디어그룹인 네이션 그룹과 마제스틱 크리크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테라파타나퐁 타나차이 회장은 “앞으로 이 골프장이 한국에 알려지면 방문객이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조만간 방을 100개 더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골프코스와 접해 있는 숙소는 문만 열면 싱그러운 열대야 공기와 풀벌레 소리를 느끼고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벌레와의 싸움을 피하려면 방충문 닫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 카트를 타고 꽃길을 따라 다음 홀로 이동한다.

깨끗하게 정돈된 침대에서 편안한 이국의 첫날밤을 보내고 나면 드디어 기다리던 라운딩이다. 클럽하우스에서 쌀국수나 토스트 등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친 후 해가 뜨는 오전 6시30분부터 36홀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치열한 부킹 전쟁과 20만원 이상의 비싼 그린피를 지불해 가며 골프를 쳐 왔던 한국의 한(?) 맺힌 주말 골퍼들에겐 그야말로 꿈같은 시간이 3일간이나 계속된다. 93년 12월에 개장한 마제스틱 크리크 CC는 유명 골프잡지 <저먼골프> (German Golf)에서 5성(星)급 국제 골프코스로 선정된 전장 7,123야드의 27홀 골프장이다. 태국의 유명한 골프코스 디자이너인 쑤키티 크랑위싸이가 설계했다. 푸른 페어웨이 주변을 에워싼 야자수가 마치 호위병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코스다. 스프링클러에서 수시로 뿜어 나오는 물이 강렬한 태양에 목말라 하는 잔디의 목을 축여 주기 때문에 코스는 라운딩하기에 적당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각 코스의 페어웨이는 넓은 편이지만 곳곳에 벙커와 워터해저드가 도사리고 있어 신중한 플레이가 요구된다. 라운딩을 할 때엔 단 두 마디의 태국말만 알아두면 된다. 물에 빠지면 ‘똑남’, 벙커에 빠지면 ‘똑사이’란 말만 익히면 캐디와의 의사소통은 문제없다. 거리는 간단한 영어로 확인하면 되고, 클럽 선택을 할 때엔 영어 또는 손가락 언어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뙤약볕 아래에서 손님을 위해 양산까지 받쳐 주기도 하는 캐디들에게 라운딩당 200바트(약 6,000원)만 주면 된다.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든다면 100바트의 팁만 얹어 줘도 그들에게 작은 기쁨을 선사하는 셈이다. 깐깐한 국내 골프장과 달리 마제스틱 크리크 CC에서는 모든 티 박스를 열어 놓고 있어 장타자들은 블루 티에서 맘껏 드라이버 실력을 과시할 수도 있다. 첫날 라운딩 때는 너무 공격적인 플레이보다는 차분한 플레이가 좋을 것 같다. 페어웨이 컨디션이 국내 골프장과 달라 정확한 임팩트를 하지 않으면 뒤땅을 치기 일쑤이므로 적응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워터해저드와 벙커가 비교적 많은 골프장이라서 난이도는 국내 기준으로 중상 정도는 될 것 같다. 라운딩을 하는 동안 카트가 페어웨이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편하고 진행속도가 빠르다. 오전 라운딩이 끝나고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맥주 맛은 일품이다. 태국 쌀국수와 볶음밥을 시켜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오후 라운딩을 위한 원기 보충은 충분히 된다.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그늘집에 들를 때마다 차가운 생수를 사다 마셔야 한다. 수돗물은 석회질이 많아 절대로 그냥 마셔서는 안 된다. 배탈이 나 모처럼의 여행을 망칠 수도 있다. 라운딩 후에는 숙소에서 태국식 마사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그날의 피로를 그날 풀 수 있다. 밤에는 골프장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후아힌의 야시장에서 색다른 구경을 할 수도 있다. 포장마차와 작은 상점들이 늘어선 야시장에서는 즉석 해물요리, 기념품. 실크 제품 등을 판다. 후아힌 골프 투어는 3박5일(매일 36홀 라운딩) 기준으로 비수기 때는 70만원 전후, 성수기 때는 90만~100만원 정도가 든다. 한국의 가을, 겨울은 태국 골프 투어의 성수기에 해당된다. 문의 : 중앙트래블서비스 정경택 02-754-3400, 하나투아 골프팀 허륜 02-212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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