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투어] ‘느긋함의 미학’ 즐기며 굿 샷
[골프 투어] ‘느긋함의 미학’ 즐기며 굿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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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을 모은 채 ‘사와디캅(안녕하세요)’이라고 말을 건네면 구릿빛 피부에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현지 여인들은 ‘사와디카’라고 인사를 한다. 불교의 나라 태국식 인사법이다. 천성이 착하고 느긋한 태국 사람들 속에 풍덩 빠져 보면 바쁘게만 살아온 한국 사람들은 ‘느긋함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모처럼의 태국 골프 투어에서 얻을 수 있는 값진 덤이다. 태국으로 향하는 여정은 비행기를 타는 데만 5시간 20분이 걸릴 정도로 만만치 않지만 어차피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즐거움일 수 있다. 오전 11시25분쯤 인천공항을 이륙한 오리엔탈 타이 항공은 현지시각 오후 2시50분(시차는 2시간)쯤 방콕 공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관광 버스를 이용해 2시간50분만 달리면 골프의 묘미를 맘껏 즐길 수 있는 후아힌의 마제스틱 크리크(Majestic Creek) CC에 당도한다. 가는 도중 교통체증으로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관광의 나라답게 버스 안은 쾌적한 데다 잠시 주유소 같은 곳에서 쉴 때 근처 포장마차에서 파는 쌀국수 한 그릇을 먹는 색다른 재미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210km 떨어진 후아힌은 덥지만 건조해 라운딩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구 4만 명의 아담한 이 항구도시는 1920년 태국 국왕이던 라마 6세(재위 1910~25년)가 여름 별장을 지은 후 상류사회에 알려졌고, 현 국왕 라마 9세도 종종 찾는 곳이다. 이 별장은 ‘걱정은 저 멀리’란 뜻의 ‘클라이 캉원(Klai Kangwon)’이란 별칭이 붙어 있다. 한국 사람들에겐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지만 태양을 갈망하는 유럽인은 오래전부터 후아힌을 최고의 해변 휴양지로 선호해 왔다. 쾌적한 관광 버스에서 한눈 붙인 사이 후아힌의 마제스틱 크리크 CC에 도착했다. 해가 넘어가 사방이 컴컴한 가운데 간접 조명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낸 골프장 클럽하우스는 아담하고 깔끔했다. 짐을 로비에 내려 두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일행은 클럽하우스 내 식당에 모였다. 낯선 태국 음식이 혹시 입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음식들이 나오지 않은가. 삶은 삼겹살에 기름장, 그럴싸한 깍두기, 오이냉국과 몇 가지 태국식 요리들이 전혀 거부감 없이 입맛을 충족시켰다. 안남미(安南米)로 지은 고슬고슬한 밥이 삼겹살 수육에 어울릴지는 미처 몰랐다. 골프장 안에 들어선 빌라에는 2인용 방 50개가 마련돼 있다. 태국의 유력 미디어그룹인 네이션 그룹과 마제스틱 크리크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테라파타나퐁 타나차이 회장은 “앞으로 이 골프장이 한국에 알려지면 방문객이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조만간 방을 100개 더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골프코스와 접해 있는 숙소는 문만 열면 싱그러운 열대야 공기와 풀벌레 소리를 느끼고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벌레와의 싸움을 피하려면 방충문 닫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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