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주목할 CEO 5인] ‘김우중 자리’ 앉은 M&A 귀재
[2007 주목할 CEO 5인] ‘김우중 자리’ 앉은 M&A 귀재
정해(丁亥)년 새해가 밝았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부 토론과 전문가 검증을 거쳐 올해 주목할 5명의 CEO를 선정했다. 그동안 보여준 경영 능력과 영향력, 터닝 포인트로서 2007년의 의미 등이 주요한 선정 기준이었다. 하나같이 풀기 어려운 과제와 함께 대도약의 가능성을 동시에 안고 있는 인물들이다. 지난해 대우건설을 인수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고, 남용 LG전자 신임 부회장은 침체를 겪고 있는 회사에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가 관심사다. 금융가에서는 설립 10주년을 맞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글로벌 전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벤처 1세대의 자존심 변대규 휴맥스 사장과 e-마켓 플레이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구영배 G마켓 사장의 행보도 주목거리다.
서울역 맞은편에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인 대우센터빌딩이 우뚝 서 있다. 이 건물 25층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사용했던 집무실이 있다. 김 전 회장은 이곳에서 ‘세계경영’을 진두지휘했다. 그 상징성 때문인지 1999년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을 떠난 이후에도 회장실은 오랫동안 그 용도를 찾지 못하고 비어 있었다. 그런데 최근 새 주인이 나타났다. 12월 22일 열린 대우건설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삼구(62)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해 금호아시아나를 재계 서열 8위로 끌어올리면서 지난해 내내 재계 최고의 이슈 메이커가 됐다. 그가 2007년 어떤 활동을 펼칠지에 대한 재계의 뜨거운 관심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박 회장은 새로운 집무실에서 금호아시아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해 풀어야 할 난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박 회장이 가장 주력할 분야는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대한통운 인수, 대우건설의 안정적 경영, 그리고 빡빡해진 자금 관리다. 현재 박 회장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대한통운 인수 건이다. 자산 규모 1조3000억원대의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하면 금호아시아나는 재계 7위인 ‘재계 라이벌’ 한진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또 물류 부문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의 항공 사업과 고속버스 사업에 대한통운의 육상 물류와 택배, 항만 하역 사업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국내 최대 종합물류그룹을 완성해 업계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게 된다. 또 물류 사업의 대명사였던 한진과 동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그 때문에 박 회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대한통운에 대한 강한 인수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대동조선과 범양상선을 인수하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STX그룹, 얼마 전 HTH를 인수했고, 기존의 CJ GLS에 대한통운을 합쳐 물류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CJ와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정책적인 어려움도 있다. 중핵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라는 걸림돌이다. 중핵기업 출총제는 자산 10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소속된 회사 가운데 자산 2조원 이상의 계열사, 즉 중핵기업이 순자산의 40%를 넘어 다른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새 출총제가 적용되면 금호아시아나의 출자 여력은 2000억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계열사들의 출자 여력 부족으로 대한통운 인수 등 향후 투자에 큰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인수 자금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대한통운 인수전에 큰 걸림돌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해 놓았다”며 “대한통운 인수에 필요한 자금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외국인 투자자를 파트너로 잡아 대한통운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론도 신경 써야 한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까지 인수할 경우 ‘특정 기업 밀어주기’ 아니냐는 특혜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 때도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 회장의 목표는 분명하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대한통운을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의 새로운 집무실이 위치한 대우건설 직원들도 2007년 내내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박 회장의 대우센터 집무실 사용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신문로 본사와 공항동 아시아나 사옥 등 주요 계열사에도 박 회장의 집무실이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2007년 박 회장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곳에 ‘자리’를 만든 것은 사실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해외 진출 사업이 주요 과제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대규모 기자단을 이끌고 베트남에 다녀왔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이미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은 우량 건설회사다. 관심과 지원만 있으면 충분히 해외 사업권을 따낼 수 있는 실력이 있다. 그는 이곳에서 “우리는 금호건설과 격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대우건설 임직원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그들 대다수가 ‘아직도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이 사용하던 집무실의 새로운 주인이 그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공평한 인사와 신뢰 회복. 해외 진출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박 회장은 인수가 결정된 직후 기자들에게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대우건설 직원들을 인수한 것”이라며 대우건설 임직원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새 주인이 된 금호아시아나에 대해 ‘원천 무효’를 외치던 대우건설 노조를 설득해 잠잠하게 만들기도 했다. 상무보 이상만 150명이 되는 대우건설 임원의 자리도 보장했다. 금호 측 ‘점령군 인사’는 두 명에 그쳤고, 대우건설 임원을 대부분 내부 승진시킬 계획이라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박 회장이 평소에도 직원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며 이들의 의견을 들어왔다며 “대우건설 직원들에게도 언제나 마음을 열고 다가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숫자에 강한 박 회장이 더욱 공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 빡빡해진 그룹의 자금 사정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자금에 관해서는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한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한 자금은 6조4200억원. 대우증권을 포함한 금융 컨소시엄과 함께 지급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자금이 1조5000억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이 자금 마련을 위해 2006년 금호아시아나의 계열사들은 7000억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매년 컨소시엄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의 규모가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인 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라는 분석도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앞으로 5000억원 이상의 영업 이익이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사업 확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계열사를 관리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원활한 경영을 위해 들어가야만 하는 자금을 힘겹게 맞추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아시아나항공 노후 비행기의 교체에 아직은 문제가 없다. 평균 연수가 6년에 불과해 외국(평균 10년)에 못 미친다. 하지만 경쟁사인 대한항공에 비해 노후한 비행기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대한항공에 비해 더 많은 비행기가 공중에 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익을 올리기 위해 쉬지 않고 운항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270%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도 문제다. 박 회장은 수년 만에 500%가 넘던 부채를 지금 수준으로 낮추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도 관리를 늦출 수는 없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금호아시아나가 큰 걸음을 내디딘 해였기 때문이다. 이제 2007년이다. 연말께 또 한 번 크게 웃으려면 챙겨야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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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맞은편에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인 대우센터빌딩이 우뚝 서 있다. 이 건물 25층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사용했던 집무실이 있다. 김 전 회장은 이곳에서 ‘세계경영’을 진두지휘했다. 그 상징성 때문인지 1999년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을 떠난 이후에도 회장실은 오랫동안 그 용도를 찾지 못하고 비어 있었다. 그런데 최근 새 주인이 나타났다. 12월 22일 열린 대우건설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삼구(62)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해 금호아시아나를 재계 서열 8위로 끌어올리면서 지난해 내내 재계 최고의 이슈 메이커가 됐다. 그가 2007년 어떤 활동을 펼칠지에 대한 재계의 뜨거운 관심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박 회장은 새로운 집무실에서 금호아시아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해 풀어야 할 난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박 회장이 가장 주력할 분야는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대한통운 인수, 대우건설의 안정적 경영, 그리고 빡빡해진 자금 관리다. 현재 박 회장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대한통운 인수 건이다. 자산 규모 1조3000억원대의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하면 금호아시아나는 재계 7위인 ‘재계 라이벌’ 한진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또 물류 부문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의 항공 사업과 고속버스 사업에 대한통운의 육상 물류와 택배, 항만 하역 사업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국내 최대 종합물류그룹을 완성해 업계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게 된다. 또 물류 사업의 대명사였던 한진과 동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그 때문에 박 회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대한통운에 대한 강한 인수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대동조선과 범양상선을 인수하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STX그룹, 얼마 전 HTH를 인수했고, 기존의 CJ GLS에 대한통운을 합쳐 물류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CJ와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정책적인 어려움도 있다. 중핵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라는 걸림돌이다. 중핵기업 출총제는 자산 10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소속된 회사 가운데 자산 2조원 이상의 계열사, 즉 중핵기업이 순자산의 40%를 넘어 다른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새 출총제가 적용되면 금호아시아나의 출자 여력은 2000억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계열사들의 출자 여력 부족으로 대한통운 인수 등 향후 투자에 큰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인수 자금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대한통운 인수전에 큰 걸림돌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해 놓았다”며 “대한통운 인수에 필요한 자금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외국인 투자자를 파트너로 잡아 대한통운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론도 신경 써야 한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까지 인수할 경우 ‘특정 기업 밀어주기’ 아니냐는 특혜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 때도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 회장의 목표는 분명하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대한통운을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의 새로운 집무실이 위치한 대우건설 직원들도 2007년 내내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박 회장의 대우센터 집무실 사용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신문로 본사와 공항동 아시아나 사옥 등 주요 계열사에도 박 회장의 집무실이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2007년 박 회장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곳에 ‘자리’를 만든 것은 사실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해외 진출 사업이 주요 과제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대규모 기자단을 이끌고 베트남에 다녀왔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이미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은 우량 건설회사다. 관심과 지원만 있으면 충분히 해외 사업권을 따낼 수 있는 실력이 있다. 그는 이곳에서 “우리는 금호건설과 격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대우건설 임직원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그들 대다수가 ‘아직도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이 사용하던 집무실의 새로운 주인이 그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공평한 인사와 신뢰 회복. 해외 진출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박 회장은 인수가 결정된 직후 기자들에게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대우건설 직원들을 인수한 것”이라며 대우건설 임직원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새 주인이 된 금호아시아나에 대해 ‘원천 무효’를 외치던 대우건설 노조를 설득해 잠잠하게 만들기도 했다. 상무보 이상만 150명이 되는 대우건설 임원의 자리도 보장했다. 금호 측 ‘점령군 인사’는 두 명에 그쳤고, 대우건설 임원을 대부분 내부 승진시킬 계획이라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박 회장이 평소에도 직원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며 이들의 의견을 들어왔다며 “대우건설 직원들에게도 언제나 마음을 열고 다가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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