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또래라 마음 편합니다”

“또래라 마음 편합니다”

▶(오른쪽 아래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박이빛·이명호·강형주·장영민·박문성 대표

첫째, 자신의 노력만으로 성공해야 한다, 둘째,사회적으로 공인받아야 한다, 셋째,회원에게 강한 신뢰를 줘야 한다. 20대 중심의 2030 CEO모임 ‘비전코리아’의 가입 조건은 까다롭다. ‘10억원 이상’이라는 매출 제한과 ‘만 40세 미만’이라는 나이 제한이 우선이지만 이를 통과해도 회원으로 가입하기 쉽지 않다. 2005년 11월 출범한 이 모임의 회원이 처음 15명에서 오히려 13명으로 줄어든 사실이 이 ‘까다로운 기준’을 알게 해 준다. 그렇다고 해서 모임의 문호를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 박이빛 회장은 “모임을 전국으로 확대해 젊은이들에게 ‘꿈의 대명사’가 되도록 하겠다”며 모임 확장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갖는 정기 모임에서 정보를 나눈다. 평소 존경하는 CEO를 초청해 와인 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와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와인’과 다르다. 박 회장은 “우리가 말하는 ‘와인(WINE)’은 Wide Information Networks for Elite의 약자”라며 “매달 특별강사로 모시는 전문가나 CEO로부터 얻는 지식과 경험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얻는 것이 많다”는 말은 비단 박 회장만 하는 것은 아니다. 회원 모두가 이구동성이다. 모여서 무엇을 하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지난 1월 23일 서울 압구정동 선샤인 호텔에서 열린 14번째 정기 모임을 들여다보니 그 답을 알게 됐다. 이날 모임 참석자는 특별강사로 초대된 박형미(46·여) 파코메리 대표를 포함해 모두 6명. 박 회장은 “보통은 회원 대부분이 참석하지만 오늘은 일정을 바꾼 탓에 참석자가 적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방문판매업계에서 대모로 알려진 박형미 대표는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어” 이날 모임에 참석했다. 오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계속된 강연과 가벼운 토론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이날 모임에서도 참석자들은 뭔가 얻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람이 중심이 된 모임 회원들이 공통으로 꼽는 ‘득(得)’은 뜻밖에도 정신적인 것이다. 한마디로 “편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CEO라는 자리는 외롭습니다. 회사에서는 마음 놓고 얘기할 상대가 없어요. 모임에 오면 다 같은 처집니다. 비슷한 또래의 CEO들끼리 경험이나 생각을 공유하니 마음이 편하지요.” 비전코리아의 부회장을 맡은 이명호 대표의 말이다. 간단히 말해 “같은 꿈과 고민을 가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대화는 정말 진솔하다. 격의가 없다. 아무하고나 나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박이빛, 박문성, 이명호 대표의 대화를 보자. 젊은 나이여서 무조건 열정만 앞세운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지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저는 ‘정직’이나 ‘성실’ 등 기본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CEO로 인정받고 싶은데 말이죠. 나이와 관계없는 CEO 그 자체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지요.”(박이빛 대표)



2007 비전코리아 13인
강형주(35) 안드레아바냐 대표(맞춤 의상) 김국현(29) 에프엔퀸닷컴 대표(재테크 컨설팅) 김원선(35) 아루베이커리 대표(제과) 박문성(29) 세라텍 대표(액정 필름) 박이빛(27) 이빛에듀파크·글맥학원 대표(교육) 소일권(30) 한국재경신문 대표(인터넷 경제신문) 신지니(26) 노하우맨닷컴 대표(지식거래) 심현수(26) 수야인터내셔널 대표(창업 컨설팅) 이명호(35) 플랜다스 대표(소프트웨어) 이성은(28) 코비스 스포츠 대표(골프 액세서리) 이은승(29) 미국 잉글리쉬BBQ 대표(교육) 장영민(26) 한나패드 대표(여성 위생용품) 장정윤(29) 꼬지필 대표(닭꼬치구이) * ( )는 사업 분야
하지만 나이가 어려 이득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거래처 분들은 나이가 많아 우리 같은 젊은 CEO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분들을 터놓고 형님처럼 대하면 무척 고마워하지요. 저야 나이가 어리니까 형님으로 모시는 게 당연한데요, 당연한 일을 하면 상대방이 너무 좋아합니다. 그래서 일이 잘 풀리는 때가 많습니다.”(박문성 대표) 저도 나이가 어린 것이 득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제 방식대로 밀고 나가도 이해를 해주시고 그러다 실수를 해도 용서해 주시지요. 보수적인 사회여서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때문에 젊은이의 ‘개성’이나 ‘패기’로 봐 주시더군요.”(이명호 대표) 20대 CEO가 CEO라는 ‘자리’와 20대라는 ‘나이’의 충돌에서 오는 고민을 어디서 털어놓을 수 있을까. 이들의 고민을 이해하게 되면 이 모임을 왜 ‘편한 자리’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 젊은 CEO들이 고민을 얘기할 수 있는‘그들만의 리그’인 것이다.

“성공이요? 근처도 못 갔어요” 주제토론이나 자유토론을 통해 얻는 것도 많다. 박이빛 대표는 “다양한 토론 과정에서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많은 것을 발견한다”고 ‘토론의 이점’을 설명했다. 보통 모임은 초빙 강사의 10분 정도 짧은 강연 후 자유토론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강연 없이 주제를 정해 토론하기도 한다. 이날 모임에서는 강연 없이 곧장 주제토론으로 들어갔다. 초빙 강사인 박형미 대표가 던진 화두는 ‘성공’. “젊은 나이에 성공한 분들이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갖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주제를 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젊은 CEO들은 과연 ‘성공’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CEO들 사이에 마흔 살이 넘어야 진짜 자기 돈을 번다는 말이 있지요. 우리는 ‘성공’이라는 말도 그 나이를 넘어야 붙일 수 있다고 봅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그 가능성 안에는 실패도 포함돼 있어요.”(강형주 대표) 남들은 성공했다고 얘기할지 모릅니다. 말도 안 되지요. 아직 성공 근처에도 못 갔다고 봅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천리만리지요.”(박문성 대표) 저역시 제가 성공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마음을 경계하지요. 자칫 안주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까지를 성공이라 생각했다면 그동안 그 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모험을 할 수 없었겠죠.”(이명호 대표) 얘기를 주로 듣기만 하던 장영민 대표도 거들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하지만 실은 반대”라며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로 생각하고 성공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공에는 기초가 필요하다”며 “공무원이든, 직장인이든, CEO든,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성공의 기초”라고 말했다. 모임이 주는 의미는 이 밖에도 많다. 모임 자체에서 인맥을 쌓고, 회원들을 통해 좋은 사람을 소개받기도 한다. 또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나눠주고 개인적 교류도 나눈다.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는 한 CEO는 “여자친구와 헤어져 힘들 때 위로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올해 모임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획이다. 회원을 확장한다는 것 외에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있다. 이들은 우선 올해부터 매년 책 한 권을 출간할 계획이다. “모든 회원이 동참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나누는 것도 많을 것”으로 본 박이빛 대표는 “우리는 대한민국 1%의 사업가가 되기를 꿈꾼다”며 “비전코리아가 그 밑거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농구 선수 허웅, 전 여자친구 고소 “협박·스토킹…마약 연루도”

2택배 기사님 “아파트 들어오려면 1년에 5만원 내세요”

3“응애” 소리 늘까…4월 출생아 수, 전년 동월 대비 증가

4책 사이에 숨긴 화려한 우표…알고 보니 ‘신종 마약’

5경북도, K-국방용 반도체 국산화 위해 전주기 지원체계 구축

6영천시, 베트남 대형 유통업체 K-MARKET과 "농특산물 수출 확대" 협약 맺어

7대구시, 경기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피해 복구 지원에 1억원 지원

8소방당국, 아리셀에 ‘화재 경고’…‘예방컨설팅’까지 했다

9최태원 동거인 첫 언론 인터뷰 “언젠가 궁금한 모든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실시간 뉴스

1농구 선수 허웅, 전 여자친구 고소 “협박·스토킹…마약 연루도”

2택배 기사님 “아파트 들어오려면 1년에 5만원 내세요”

3“응애” 소리 늘까…4월 출생아 수, 전년 동월 대비 증가

4책 사이에 숨긴 화려한 우표…알고 보니 ‘신종 마약’

5경북도, K-국방용 반도체 국산화 위해 전주기 지원체계 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