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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만나 표류하는 유도요노號

홍수 만나 표류하는 유도요노號


국민 절대 지지로 인니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개혁노선 갈피 못잡으면서 각종 악재로 고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군문(軍門)에 있던 시절 지성적인 태도 때문에 “생각하는 장군”으로 불렸다. 그가 지난주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몬순 때문에 일어난 홍수로 자카르타의 4분의 3이 물에 잠기면서 46명이 죽고 약 42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5년 전 수도에서 일어난 참사가 재현된 셈이다. 성난 시민들은 왜 그 뒤로 운하를 파거나 댐을 만들지 않았는지 따졌다. 유도요노의 정적들은 그가 사면초가에 몰린 기회를 이용해 맹공을 퍼부었다. 국립 이슬람대학(자카르타) 총장 아주마르디 아즈라는 “지방의 무슬림 성직자들이 신도들에게 신의 용서를 구해 홍수 문제에 대처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즈라는 정계 인사들이 이번 재앙을 자연조차 유도요노에게 등을 돌린 증거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내달로 임기 5년의 절반 시점을 맞는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형편이 이렇다. 인기가 워낙 높아 이 나라 최초의 대통령 직선에서 무려 62%의 지지율로 당선됐던 2004년의 짜릿한 시절은 지나간 지 오래다. 키가 크고 자신만만한 그는 국민에게 단호하면서 부드러운 통치를 약속하고, 만연한 부패와 정실주의를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2년 반이 지난 지금 그의 개혁 프로그램은 침몰한 듯하고, 지난주 홍수는 그동안 해놓은 업적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 나라 논객들은 SBY(대통령을 이렇게 부른다)가 유수프 칼라 부통령의 눈치나 본다고 비난했다. 집권 골카르당 당수인 칼라는 의회 내 영향력이 막강하다. 비판 세력은 또 대통령이 개혁 소명을 잊고 각료, 의회의 군소정당, 강경 이슬람 단체, 심지어 정적들에게도 고개를 숙인다고 비난했다. 설상가상으로 우유부단한 버릇까지 생겼다고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자카르타)의 유수프 와난디는 말했다. 와난디는 SBY가 “결정할 사안이 생기면 불안해한다”면서 “말은 잘하지만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 한다”고 말했다 SBY가 미적거리는 동안 나라는 표류한다. 유도요노는 지난해 시급한 세무·노동·공직사회 개혁을 비롯해 기타 개혁을 밀어붙일 능력이 없음을 입증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그 대가를 치렀다.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 전략(유권자 중 실업자가 4000만 명을 넘는다)의 핵심인 외국인 직접투자가 2006년 32% 급락했다. 이 나라는 천연자원이 방대하지만 다국적기업들은 관료주의와 예상되는 차별 때문에 그 활용에 선뜻 뛰어들지 않았다. 독재자 수하르토가 집권한 32년 동안 외국인 투자자가 몰려왔다. 심각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사업 원칙은 분명했다. 뇌물만 제대로 쓰면 만사형통이었다. 그런 관행을 뒤엎으려던 SBY의 노력은 관료 체제 마비라는 부작용만 낳았다. 그가 어떤 메시지를 보내면 다른 고위 공직자들은 다른 메시지를 보낸다. 1999년 B J 하비비 당시 대통령의 분권정책으로 지자체 권한이 강화됐기 때문에 자카르타를 벗어나면 대통령의 말발도 서지 않는다. “수하르토 시절에는 모두 뇌물과 상납의 법칙을 알았다”고 자카르타에서 일하는 어느 서구 기업인이 말했다. 현상황은 “불확실하며 기업들은 불확실한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게다가 북술라웨시의 한 법원이 내달 미국 뉴먼트 광업㈜에 환경 소송 사건의 판결을 내린다. 이 회사 인니 법인에는 금광(金鑛)의 독성 폐기물을 부야트만에 버렸다는 혐의가 있다. 유죄가 확정되면 미국인 사장 리처드 네스가 3년 형을 살게 된다. 검찰은 뉴먼트가 인도네시아의 자원을 약탈하고 환경을 망쳤다고 비난했다. 자카르타 미국 대사관의 지원을 받는 뉴먼트는 술라웨시와 자카르타의 인사들이 꾸민 “날조” 사건이며, 그들이 정치적·금전적 이득을 노려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에 일리가 있다. 검찰은 물증을 별로 제시하지 못했다. 별도의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선 부야트만의 오염이 감지되지 않았다. 정부 측 주요 증인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이 이미 주장을 철회했다. 그런데도 재판이 계속된다. 이제 2년째로 접어든 이 사건을 두고 다른 외국 기업들은 투자 친화적으로 나가겠다는 SBY의 말을 검증할 기회로 간주한다. “무죄 방면이 아닌 다른 결과는 외국인 투자 저해 요인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자카르타 미 대사관의 한 직원은 말했다. 수하르토 시절 같으면 대통령궁의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됐을 사안이다. 그러나 유도요노는 지방에서 벌어지는 일에 간섭하려 하지 않는다. 호된 시련을 겪는 뉴먼트에 비해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 가스회사가 관대한 대접을 받은 데서 보듯이 다른 고위관리들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 2006년 5월 현지기업 라핀도 브라타스가 동자바 시도아르조에서 굴착 작업을 하던 중 지하 화산을 잘못 건드렸다. 그 결과는 이 나라가 겪은 최악의 환경 재앙 가운데 하나였다. 진흙사태가 대지 4.5㎢ 이상을 뒤덮었고 이재민 2만5000명이 발생했다. 경찰은 라핀도 간부 13명을 혐의자로 지목했으나 아홉 달 뒤까지 체포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뉴먼트의 경우 미국인 2명, 호주인 1명, 인니인 3명이 수감됐다). 이 두 사건의 차이점은? 라핀도는 아부리잘 바크리에 가문의 소유다. 재계 거물인 바크리에는 현재 복지부 장관이며 골카르당 중진이다. 그는 진흙사태가 지진으로 일어난 “천연 재해”라 주장했고, 상관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바크리에의 사건 관련 여부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내 비평가들은 이를 두고 SBY가 개혁의 불씨를 살릴 희망이라도 품으려면 바크리에와 골카르당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라핀도는 유도요노의 고집에 못 이겨 피해민과 기업들에 4억2000만 달러를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회사 간부가 재판정에 설지는 두고볼 일이다. 동자바 경찰청의 수사팀장인 루슬리 나수티온 경감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수사가 종결됐지만 주 검찰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사건 파일을 경찰에 반송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각 용의자의 역할에 관한 정보를 더 수집하고 전문가들 의견도 보태라고 경찰에 지시했다.” 한편 자카르타의 SBY는 더 많은 문제에 직면했다. 현지 언론은 퇴역 장성들의 쿠데타 음모설을 신속 보도했다. 모의자로 꼽힌 사람들은 혐의를 부인했고, 전문가들은 최근 선거에서 압승한 사람을 쫓아내다니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구 투자자들이 이 나라를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새 일자리도 생기지 않으면 SBY는 권력 누수 현상이 지속되면서 2009년의 재선 가능성도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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