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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라의 쿠킹 토크] “고기 골고루 붙이기 쉽지 않네요”

[송희라의 쿠킹 토크] “고기 골고루 붙이기 쉽지 않네요”

▶변인근 회장이 오늘의 요리에 만족한 듯 미소를 띤다. 뒤로는 두부선을 들고 있는 박경식 총주방장과 송희라 원장.

‘도심 속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삼청각은 북한산 기슭에 위치해 있다. 청량한 공기 속에서 음식을 마주하면 입이 아닌 오감으로 맛을 느끼게 된다. 삼청각 2층의 와인바 다소니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라운지에 나가면 눈 앞에 비경이 펼쳐진다. 다소니에서 따듯한 대추차를 한 잔 마시고 한식당 ‘이궁(異宮)’으로 내려왔는데 변인근 중앙디자인 회장이 먼저 와 있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 10분 전이다. 변 회장의 부인은 필자가 주임교수로 있는 ‘음식평론 CEO 최고경영자과정’을 이수했다. 오늘의 요리는 두 가지. 두부선과 떡갈비다. 두 음식 모두 옛 궁중요리다. 한 상에 모두 차려 나오는 전통 상차림과 다르게 요즘은 코스 요리가 추세다. 두부선을 애피타이저로, 떡갈비를 메인 요리 삼아 궁중요리의 재탄생을 시도했다. 준비를 기다리는 동안 마지막으로 칼을 잡은 기억을 물었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설악산 등산 갔을 때 같군요. 누군가 깍두기를 담가 와 배낭에 짊어지고 간 기억이 납니다.” 직접 요리한 지 30년이 넘어서인지 오늘 자리가 더욱 뜻 깊은 듯했다. 변 회장은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여느 CEO들이 그렇듯 바쁜 사업 일정에 쫓겨 쉬운 일은 아니다. 신혼 때부터 시부모님을 모셔 온 부인을 위해 가끔 ‘번개팅’도 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가족과의 번개팅에서 꼭 폭탄주(소주+맥주)를 마신다는 것. “가족 간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해 준다”고 변 회장이 귀띔했다. 삼청각의 박경식 총주방장이 “오늘 요리는 안주로도 좋다”며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었다. 22년 넘게 한정식에 몸담아 온 박 총주방장은 정갈하고 깔끔한 음식을 차려 내기로 유명하다. 변 회장도 “배운 요리를 다음 가족모임에서 뽐내겠다”며 앞치마를 두르고 오랜만에 잡는 칼을 고쳐 쥐었다. 두부선은 두부를 갈라 그 사이에 고기를 넣은 음식이다. 오이에 칼집을 내 쇠고기, 계란 지단, 당근을 넣는 오이선과 같은 ‘선’(膳·반찬 선) 자를 쓴다. 두부선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두부를 일정 간격으로 자르는 일이다. 박 총주방장은 “두부같이 부드러운 재료가 다루기 더 힘들다”며 시범을 보였다. 1㎝씩 정확히 칼집을 내는 변 회장은 오랜만에 칼을 잡는 사람답지 않게 솜씨가 좋았다.

▶변인근 회장이 직접 만든 ‘떡갈비와 두부선’



“한국 음식은 역시 정성이죠” “두부선 요리의 포인트는 새우살”이라고 박 총주방장이 강조했다. 야채·돼지고기·쇠고기 다 넣어봤지만 새우살의 쫄깃쫄깃함을 당할 재료가 없다는 것이다. “새우는 대하를 다진 거냐”고 변 회장도 관심을 나타낸다. 이번 요리에 쓰는 새우는 시바 새우라 불리는 알새우다. 곱게 다진 새우와 양념을 버무리는데 소리가 재미있다. ‘조물조물 탁탁’ 쳐 주는 것이 요령이란다. 과감하게 맨손으로 새우살을 조물거리는 변 회장에게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식”이다. 변 회장의 식탁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 된장찌개·청국장이 올라오고 식사 때마다 놓는 김치만 다섯 종류가 넘는다. 오늘 한식을 배운다고 괜한 대답을 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중국요리도 좋아합니다. 중국음식 기행을 떠나려고 중국어공부를 했을 정도지요.” 과연 ‘그 열정으로 지금의 중앙디자인을 일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의 CEO답게 새우살을 넣은 두부 위에 색색이 고명을 장식했다. 두부를 찌는 동안 박 총주방장이 두부선의 유래를 들려준다. “500년 전 조선시대 궁중음식에서 유래한 겁니다. 퓨전과는 다르게 과거 음식을 현대 사람 입맛에 맞춰 변형한 것이지요.” 설명을 듣고 보니 두부 사이에 새우살을 낀 모습이 흡사 샌드위치처럼 이색적이다. 어느새 두 번째 요리. 떡갈비는 등심살이나 갈빗살을 이용한다. “갈비는 양념이 생명”이라며 박 총주방장이 하는 모양을 그대로 따라하는 변 회장. 삼청각의 떡갈비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는 간단하다. “너무 많은 재료가 들어가면 고유한 맛을 해칠 수 있다”는 게 박 총주방장의 설명이다. “왜 갈비 양념에는 배가 빠지지 않느냐”고 변 회장이 묻자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자연스럽게 단맛을 내준다”고 박 총주방장이 대답했다. 칼질에 재미를 붙인 듯 변 회장은 양념에 넣을 호두를 조심스레 다졌다. 고기를 양념과 잘 치대고 나니 가장 어려운 관문이 남았다. 가래떡에 치댄 고기를 붙이는 작업. “올리브 오일을 손에 바르면 고기가 손에 붙지 않는다”고 박 총주방장이 요령을 알려준다.

“골고루 붙이는 게 쉽지 않네.” 변 회장은 한쪽이 뭉개진 떡갈비를 들고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시 정성껏 모양을 낸다. “한국음식은 역시 정성이야” 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자신의 ‘작품’에 만족한 모양이다. 떡갈비를 석쇠에 구워 완성한 뒤 다 같이 시식을 했다. 박 회장은 “담백한 두부선은 애피타이저로 훌륭하고 간이 잘 밴 떡갈비는 무겁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메인 요리”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변 회장 가족의 다음 번개팅은 쫄깃쫄깃한 새우와 고소한 호두로 시작될 것 같다. 헤어·메이크업: 청담동 에비뉴 준오

‘새우살을 곁들인 두부선’



▶준비물(4인용) : 두부 3모, 깐새우 500g, 홍·청·노랑 파프리카 각 1개, 다진 석이버섯 3큰술, 갈분가루 1컵, 양념(소금·참기름·깨소금)

▶만드는 법 : 준비된 두부 사이에 다져 양념한 새우살을 알맞게 넣고, 다져놓은 홍·청·노랑 파프리카와 석이버섯을 골고루 얹는다. 갈분가루를 두부 위에 뿌리고 찜통에서 약 5~10분 정도 쪄낸다.

▶재료 손질법 : 두부는 가로 3cm, 세로 7cm로 잘라 가운데 칼집을 내어 소금으로 간을 한다. 홍·청·노랑 파프리카는 곱게 다져둔다. 석이버섯은 미지근한 물에 담가 불순물을 제거하고 검은 물이 나지 않도록 비벼 씻어 곱게 다진다. 새우는 껍질을 벗기고 곱게 다져 소금·참기름·깨소금으로 간을 한다.

‘호두와 버무린 떡갈비’



▶준비물(4인용) : 떡볶이 떡 20개, 다진 쇠고기 300g, 찹쌀가루 4큰술, 배즙 3큰술, 양파즙 3큰술, 설탕 1큰술, 올리브오일 2큰술, 참기름 1큰술, 마늘 1큰술, 진간장 2큰술, 다진 호두 3큰술,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 쇠고기는 곱게 다져 양념과 치대어 놓는다. 떡은 초벌구이해 전분가루와 물을 섞어 바르고 양념한 쇠고기를 떡 가운데 동그랗게 돌려 붙인다. 석쇠나 오븐을 이용해 타지 않게 뒤집어가며 노릇노릇 구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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