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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베이비 루저’

유럽의 ‘베이비 루저’


유로피언 드림에서 소외된 젊은층, 혜택 받는 베이비부머와 갈등 4월에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프랑스에서는 요즘 각종 공약이 난무한다. 그 공약대로만 이뤄지면 젊은 유권자들은 누가 이기든 넉넉한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우파 대통령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는 젊은 기업인에게는 무이자 대부를, 실직자에게는 월 300유로의 직업훈련 보조금을 약속했다. 이에 질세라 그의 경쟁자인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 또한 주택난 해소와 6개월 이상 실직 상태인 젊은이들에게 1만 유로의 대부와 일자리 보장, 또는 직업훈련을 약속했다. 루아얄은 지난주 사회당의 한 집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녀를 둔 어머니의 한 사람으로서 내 자녀가 가졌으면 하는 것을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모든 젊은이들이 갖도록 해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현재 프랑스의 젊은이들은 유럽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중년의 지도자들은 겪어보지 못한 많은 문제에 시달린다. 한번 생각해 보라. 1975년 30세 프랑스 젊은이의 소득은 50세보다 15% 적었지만 지금은 40%나 적다. 또 같은 기간 동안 대학 졸업 후 2년이 지나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의 비율은 6%에서 25%로 증가했다. 학력은 대체로 더 높아졌는데도 말이다. 2001년 30세 프랑스인은 소득의 9%를 저축한다고 나타났는데 그보다 6년 전의 18%에 비하면 절반으로 떨어졌다. 가까스로 안정된 직업을 구하고 신용을 얻어 집을 사게 되는 젊은이들은 나이 든 세대들이 공채를 계속 발행하는 데 특히 분노한다. 결국 세금으로 그 빚을 갚는 일은 젊은이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베이비붐 세대 정치인들의 공약에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런 일들이 모두 경제적으로 가능했다면 이미 오래전에 이루어졌다”고 콩코드의 힘(프랑스 우파 정책연구소 콩코드 재단 산하 청년 조직)을 이끄는 클레망 피통은 말했다. 그의 조직에서는 최근 “우리는 당신들(나이 든 세대)의 빚을 갚지 않겠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돌렸다. 유럽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 사이에서는 피통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간다. 이들 세대는 ‘베이비 루저’(baby losers)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들은 젊은층보다는 노년층에 훨씬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사회복지 제도의 경제적 부담을 강제로 짊어지게 된다. 게다가 그들 자신이 나이 들었을 때는 지금보다 혜택이 훨씬 줄어든다. 유럽의 경제 제도는 노년층에 유리하게 치우쳤다. 또 정치인들은 그 균형을 바로잡아 줄 고통스러운 개혁의 추진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러니 최근 프랑스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보다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 응답자가 전체의 5%에 불과했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유럽은 갈수록 분열돼 가는 듯하다. 사회계층이나 인종을 기준으로 한 분열이 아니라 젊은층과 노년층 사이의 분열이다. 분열이 심해질수록 우려도 깊어간다. 언론매체를 살펴보거나 서점에 가보라. 프랑스의 서점가에서는 ‘위태로운 세대(Generation Precaire)’를 한탄하는 작품들이 봇물을 이룬다. 베이비붐 세대의 두 작가는 지난해 12월 펴낸 책에서 “우리 아이들이 우리를 증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에서는 정책연구소들이 ‘매기의 아이들’(풍요로운 대처 시대에 태어난 불행한 세대)이나 아이팟(IPOD) 세대[스스로를 ‘불안하고(Insecure), 압박 받으며(Pressured), 과중한 세금에 시달리고(Overtaxed), 빚에 찌든(Debt-Ridden) 세대라고 부르는 노동시장의 새내기들]의 보고서를 내놓는다. 유럽의 젊은이들이 지도자들에게 느껴 온 신뢰를 잃어가는 현상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영국 보수당의 교육담당 대변인 데이비드 윌레츠는 폴리시 익스체인지 정책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서 “젊은층을 겨냥한 중년의 음모가 있다는 젊은층의 생각도 이해할 만하다”고 결론지었다. 공동의 음모까지는 없었다 해도 현재의 딱한 상황이 누구의 책임인지는 분명하다. 베이비붐 세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번영의 시기에 유럽 전역에서 인심 좋은 복지 국가들이 탄생했다. 활기찬 경제는 베이비붐 세대에 안정된 고용(독일인들은 아직도 ‘평생 고용’을 이야기한다)과 넉넉한 퇴직연금을 보장했다. 그러나 이런 행운에는 대가가 따랐다. 중년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노동법이 젊은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출산율 감소로 퇴직자보다 더 적은 수의 근로자가 그들을 부양해야 할 시기가 곧 닥친다. 그렇다면 베이비붐 세대가 자신들의 사회보장 혜택을 포기하거나, 적어도 젊은이들과 나눠가지려 할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프랑스의 사회학자 루이 쇼벨은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젊은이들에게 그런 아량을 베풀 의사가 없었을 뿐 아니라 그들을 이 상황에서 구해주려는 의지도 없어 보인다.” 그런 비타협적인 태도는 부(富)와 삶의 방식에서 젊은층과 노년층의 격차를 생각할 때 더욱 더 부당해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는 여유있게 인생을 즐기며 산다. 많은 사람이 넉넉한 연금을 이용해 일찌감치 노동시장에서 벗어났다. 일례로 55세 이상의 벨기에인 중에 아직도 일하는 인구는 30%에 불과하다. 런던에 있는 정책연구소 리폼의 보고서에서는 이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50세 넘은 사람들이 마치 10대 청소년처럼 살아간다.” 나이 든 사람들이 인생의 여유를 즐길수록 그 자녀들의 부담은 늘어간다. 독일에서는 학력 높은 젊은이들이 하늘의 별따기인 정규직을 얻으려 무급 일자리를 받아들이는 사례가 늘면서 ‘인턴 세대’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런 어려운 상황은 절망을 낳는다. 독일 태생인 다니엘 크나프의 예를 보자. 4개 국어에 능통하고 런던 정치경제대의 석사학위를 지닌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런던과 베를린, 브뤼셀에서 일자리를 찾으려 애썼지만 허사였다. “내 자신이 가족의 재산만 축내는 존재라는 기분이 든다. 학위는 일자리가 아니라 공부를 계속하는 자격증에 불과한 듯하다. ” 아직까지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국가도 있다. 베이비붐이 뒤늦게 찾아온 아일랜드에서는 활기찬 경제가 여전히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한다. 사실 요즘 젊은 세대는 “아일랜드 최초로 국내에서 일자리 구할 걱정 없이 자란 세대”라고 더블린에 있는 경제사회연구소의 토니 페이는 말했다. 프랑코 정권의 몰락 이후 온 국민이 새로운 번영과 몰라보게 확대된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누리는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이곳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못살지 않는다. 사실 훨씬 더 잘 산다”고 마드리드 자치대의 경제학자 페데리코 스타인버그는 말했다. 그러나 이 행복한 아일랜드와 스페인 사람들에게도 주택난은 문제다. 유럽 전역에서 계속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은 형편없는 취업 전망과 맞물려 젊은이들을 부모 집에 묶어놓았다. 이탈리아 사회의학 연구소에 따르면 30~34세의 이탈리아 젊은이 중 45%가 여전히 부모 집에서 기거한다. 프랑스에서는 부모와 함께사는 24세 젊은이의 비율이 1975년 이후 거의 두 배로 늘어 65%에 이른다. 심지어 기록적인 일자리 창출로 부러움을 사는 영국에서도 처음 자기집을 장만하는 평균 연령이 1976년 26세에서 34세로 뛰어올랐다. 요즘 영국의 부동산 가격은 중산층의 평범한 20대가 받는 연봉의 8배에 이른다. 영국 언론이 ‘부메랑 세대’라고 부른 이 젊은이들의 얹혀살기는 좀 더 심각한 변화를 암시한다. 고임금의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젊은이들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게 되는 현상이다. 중산층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빈곤층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과거에 국가 차원에서 이룩하던 발전이 이제 가족의 결속에서 나온다”고 런던 유럽개혁연구소의 오로어 원린(28)은 말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행동을 기대할 순 없다. 물론 연금개혁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지난주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는 한 세대 전체가 불확실한 생활에 직면하는 사태를 방지할 도덕적 의무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젊은이들을 도우려면 어딘가에서 돈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의 특권을 건드리는 일은 정치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일단 그들은 수가 많기 때문에 영향력이 막강하다. 유럽 각국 정부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현재 영국 하원의원의 평균 연령은 50세가 넘는다. 1997년 노동당 집권 이후 2세가 늘어났다. 그리고 2002년 프랑스 하원의원 중 45세 미만은 15%에 불과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또 젊은층에 비해 조직적이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스트래스클라이드대의 존 커티스는 “노년층 문제는 인기있는 이슈가 될 뿐 아니라 그들은 일반적으로 대우받을 만한 공로와 자격이 있다고 간주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유럽의 젊은이들도 부모 세대가 받는 혜택을 줄이는 데 동의하지 않는 듯하다. 그들은 자신들도 같은 대우를 받기 원한다. 지난해 프랑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보장 혜택을 줄이는 새로운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그 법안은 무산됐다. 원린은 “그들은 자신들도 같은 혜택을 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만약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도 그건 정치인들의 문제지, 젊은이들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베이비붐 세대 중에도 현 제도의 결함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정치 고문을 지낸 경험이 있는 베르나르 스피츠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좋지 않은 일은 우리가 높은 부채와 조기퇴직의 현실에 안주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그 빚을 갚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일이다. 마치 1차대전 직후 베르사유 조약을 맺고는 ‘독일이 모든 빚을 갚는다’고 말하던 때와 같다.” 유럽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배운 대로 불완전한 평화는 또 다른 전쟁과 갈등으로 이어질 뿐이다. 국가와 국가뿐 아니라 세대 간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With JACOPO BARIGAZZI in Milan and KENZIE BURCHELL in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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