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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여행 싫다 이색체험 좋다

뻔한 여행 싫다 이색체험 좋다


의미있는 휴가 수요 늘면서 틈새 관광 인기 클레어 허렌(32)은 해변에 드러눕거나 쇼핑이나 박물관 관람으로 휴가를 보내는 데는 관심이 없다. 사파리 여행을 떠날 생각도 없다. 영국 노팅엄셔 출신 의사인 허렌은 휴가 때 좀 더 집중적이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올 8월 그리스에 갈 생각이다. 국제 환경단체 어스워치 인스티튜트의 돌고래 개체군 조사에 참여해 머릿수를 세어볼 참이다. “환경보전에 참여하고 싶다”고 허렌은 말했다. 아마존에서 밤에 조명을 비추며 악어를 조사하는 등 전에도 어스워치의 다른 여행에 열네 번 참여했다.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다. 보트를 타고 햇살을 받으며 돌고래를 구경하면 된다. 내가 이 여행에 쓰는 돈은 결국 과학 연구에 쓰인다.” 시간 여유가 있는 여행자는 일반 여행자보다 확실한 목적의식을 갖고 휴가를 보낸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시간과 에너지, 주의 지속능력이 있다. 그것이 스코틀랜드의 골프코스를 모두 도는 일이든, 미켈란젤로처럼 그리는 법을 배우는 일이든, 시베리아 호랑이 살리기 운동이든, 또는 아일랜드에서 인도에 이르는 선조들의 고향땅 찾기든 상관없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대량판매 관광상품이 지구에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치는지 잘 안다. 그래서 현지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종합 리조트를 피하고, 손상되기 쉬운 세계 각지의 고대 유적을 짓밟는 패키지 여행을 피한다. 여행사들은 이처럼 특별한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에 주목해 태국의 요리여행과 아프리카의 자원봉사 프로그램 등으로 발 빠르게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가격이나 관광지로 차별화를 추진했던 여행사들이 이제는 시장을 좀 더 세밀하게 나눠 여행의 한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독립여행사협회 대변인 이언 브래들리는 업계가 성숙하면서 여행자들의 취향도 성숙해졌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뻔한 코스가 아닌 모험적인 색다른 여행을 원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들은 ‘암스테르담에 가서 주말을 보내는 대신 아이슬란드에 가서 고래를 구경했다’거나 ‘남아공에서 포도주를 시음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이제 문화적 볼거리가 풍성한 여행지를 찾아가는 고전적 여행으로는 충분치 않다. 런던의 여행사 CTS 호라이전스의 헤더 찬 대표는 종래의 베이징·만리장성 여행상품이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지인들과 좀 더 대화하지 못해 아쉽다’든가 ‘시골에서 사는 기분이 어떨지 느껴보고 싶다’는 식의 반응이 나왔다.” 그래서 이 회사는 지난해 상하이 인근의 고도(古都)인 우전(烏鎭)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동양화·서예·요리강습과 한의사 진찰이 포함된 코스다. “여행자들은 진짜 현지인들의 생활을 체험하고 싶어 한다. 그것도 충분한 시간 동안.” 찬의 말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여행자들이 모여 어떤 체험을 하면 일종의 공동체 의식이 형성된다. 그래서 고객들이 자꾸 찾아온다. 서구권 밖의 농촌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스웨덴 여행사 라스오흐레스는 고객의 3분의 2 가까이가 재예약한다고 말했다. 라스오흐레스는 마을의 민박을 이용하고, 여행자들에게 미리 충분한 자료를 제공해 만나는 현지인과 의사소통을 좀 더 잘하도록 돕는다. 여행기간도 거의 3주로 평균치보다 길다. “여행자들은 현지인들과 심도 있게 교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 여행사를 창립한 크리스티안 유트비크가 말했다. “인도 열차의 2등석 여행이 냉방이 되는 관광버스보다 훨씬 흥미롭게 마련이다.” 스톡홀름의 건강관리사 앙커 사물로비츠(41)는 아이티와 인도네시아 등 라스오흐레스의 여행상품을 다섯 차례 이용했다. 평생친구도 사귀었다. “이런 여행을 다니는 사람은 생각이 비슷하다”고 사물로비츠가 말했다. “적도 기니로 가는 길에 두 여자를 만나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인도에 함께 가기로 했다.” 다른 틈새 시장에서는 고도의 전문여행이 탄생했다. 케냐인 크리스 풋(36)은 2년 전 나이로비에 풋스텝사파리스를 설립했다. 동아프리카 맞춤여행이 전문이다. 기독교 신자 전용의 사파리 상품도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다. “고급 사파리 여행을 원하지만 신앙생활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부자들 전용의 틈새 시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풋은 말했다. “이 상품은 신앙생활을 계속하면서 즐기는 고급 여행이다.” 여행자는 덤불 속에서 성찬식을 올리고, 현지의 기독교 사회를 방문하며, 오전에 사파리 차로 동물의 뒤를 쫓다가 한 아카시아 나무 밑에 멈춰서서 잠시 묵상시간을 갖는다. “돔페리뇽(고급 샴페인)과 기도를 섞는다”고 풋은 말했다. “그 둘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풋은 고객들에게 도덕 사업과 호혜무역 사업에 투자하는 기회를 제공해 선진국의 돈과 궁핍한 현지인들을 연계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휴가를 즐기는 일 이상의 그 무엇을 하고 싶어 한다”고 그가 말했다. 그런 소리가 점점 자주 들린다. CC 아프리카는 10년 이상 단순한 휴가 이상의 상품을 팔아왔다. 아프리카와 인도에 40개 이상의 고급 캠프와 숙박시설을 갖춘 이 여행사는 지속가능한 생태여행의 선두주자다. 여행자들이 덤불 속을 걷는 사파리 여행과, 현지 학교와 마을 방문을 일정에 포함했다. 마이애미 동물원의 홍보 책임자이며 오래전부터 이 회사를 애용해 온 론 매길(47)은 최근 인도 마드햐 프라데시의 마후아코티 로지에서 호랑이를 관찰하고 돌아왔다. “CC 아프리카는 환경 보호에 주력한다. 우리가 현지사회에 돌려주면 다음에는 그들이 야생을 돌본다고 생각한다”고 그가 말했다. “그 때문에 이 회사를 택했다. 그들은 나무를 베어 넘기지 않고 그 둘레에 마루를 세운다.” 그렇다고 고급 시설을 무시하지는 말라고 CC 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 본부의 마케팅 이사 니키 피츠제럴드가 말했다. “물론 사람들이 우리 여행사를 찾는 첫째 이유는 침실, 소형 실내수영장, 콩데나스트가 선정한 ‘세계 최고급 호텔’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우리는 공동체 체험이라는 점에서 다른 회사들과 다르다. 고객들은 병원에 가서 죽 드러누운 에이즈 양성 애엄마들을 구경한다. 자신이 쓰는 돈으로 뭔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늘어난다.” 여행자들은 종종 새로운 각오로 집에 돌아간다. 매길은 현재 인도 휴가 중 목격한 한 보전 프로젝트를 위해 기금을 조성 중이다. “그곳에서 본 늘보곰 재활 프로젝트를 위해 5000달러를 보낼 생각”이라고 그가 말했다. 어스워치 인스티튜트는 참여형 환경보전을 한 단계 더 높였다. 허렌의 휴가여행처럼 과학자들의 현장 연구에 동참할 자원자를 모집한다. 그런 자원자 휴가와 일반 휴가가 서로 경쟁한다. 호주에서 코알라를 추적하는 13일 코스 여행은 숙식비와 기타 경비를 포함해 2470달러다. 어스워치 유럽 지부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자원자가 68% 늘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볼 때 평균 자원자의 절반이 다시 돌아온다. 어스워치 유럽 지부장 나이젤 윈저는 휴가를 다른 방식으로 보내려는 사람이 전에 없이 늘었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벗어나 환경에 관해 배우고 뭔가 돌려주는 기회다.” 환경운동을 아예 자신이 선택하는 리조트에 맡겨버리는 여행자들도 있다. 아시아 전역에 아홉 개의 고급 시설을 보유한 식스센시스는 환경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혁신적 운영으로 이름 높다. “각 휴양시설에는 환경 전문가가 상주하고 우리는 늘 지속가능성을 높일 신기술을 시험한다”고 12년 전 부인 이버와 함께 회사를 차린 소누 시브다사니가 말했다. “모기 잡아먹는 잠자리를 키우고, 팬 설비를 통해 찬 바닷물을 유입하는 방식으로 빌라를 냉방한다. 내년에는 태국의 소네바 키리에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고급 생태 스위트룸을 연다. 자연 환풍에 태양열 에어컨을 가동하며 전력은 작은 풍차를 돌려 얻는다. 그것이 바로 21세기 여행자들의 소망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여행자들의 바람이라면 기꺼이 제공하려는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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