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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족장들 활용 저항세력 소탕한다

이라크 족장들 활용 저항세력 소탕한다


미군, 과거 후세인의 부족민 통치 수법 모방 한때 이라크 저항세력의 거점이었던 안바르 지방의 주도(州都) 라마디. 족장인 셰이크 샤키르 사우드 아시의 집이 사람들로 북적댔다. 응접실의 샹들리에 사이로 매콤한 연기가 감돌았다. 셰이크는 자신이 초대한 미 해병대 5연대 2대대장 크레이그 코제니스키 중령과 함께 저녁식사를 마친 뒤 시가를 즐겼다. 방안에는 해병대원, 이라크 부족민, 경찰이 앉아 농담을 주고받았다. 여기 있는 이라크인 중 일부는 미군에게 총을 쏜 지 아마 1년도 채 안 됐을 것이다. 이제 그들과 해병대원들은 알카에다를 상대로 함께 싸운다. “우리는 친구일 뿐 아니라 형제”라고 셰이크가 코제니스키에게 말했다. “우리 모두에게 새 출발이다.” 코제니스키도 맞장구쳤다. “상황이 확 바뀌었다.” 아랍인 전통복장을 한 다섯 살배기 소년이 방안을 돌아다니다 미군들의 무릎으로 뛰어들었다.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을까? 꼬마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선언했다. “스티브라는 미군 장군이 될래요!” 미 국방부는 새 동맹들 덕분에 이라크전의 그림이 다시 그려지기를 기도한다. 라마디 사례의 성공을 본받는 지역이 또 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솟았다. 1년 전만 해도 그 도시의 저항세력은 매일 근 30회의 공격을 감행했다. 이제는 하루 평균 한 건 미만이다. 안바르 지방 전체가 비슷하게 좋아졌다. 안바르에 주둔한 해병 제2원정군의 부사령관이자 부족문제 전문가인 존 R 앨런 준장은 안바르를 가리켜 “저항세력 대항 작전의 실험실”이라 불렀다. 주 500회에 이르던 그들의 공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호적인 라마디 주민들이 알려줘 찾는 은닉 무기도 190% 가까이 급속히 늘었다. 현지의 신생 경찰은 1년 전만 해도 지원자가 20명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셰이크들의 격려에 힘입어 8000명으로 늘었다. 미군은 라마디의 변화가 기쁘기는 하지만 혹시 오래가지 못할까봐 걱정이다. 지역 재건사업에 바그다드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나 감감 무소식이어서 일부 현지인이 인내심을 잃어 간다. 시아파가 지배하는 중앙정부는 수니파가 다수인 안바르 지방을 서둘러 도와줄 마음이 없다. 안바르 중부에서 약 6000명의 미군을 지휘하는 존 찰턴 대령은 재건사업이 부진할 경우 정치적 문제가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는 총격이 멈췄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가 크게 부풀었다”고 찰턴은 말했다. “전기가 다시 들어오기를 바란다. 모든 부문이 당장 고쳐지기 바란다. 문제는 정부가 개입해 물자를 조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라크 정부가 라마디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함으로써 미군의 새 동맹이 성전 전사로 되돌아갈 위험성이 있다. 현재 저항세력의 기세가 수그러든 것은 대체로 2005년 후반 자체 조직력을 갖추기 시작한 족장들 때문이다. 당시 악랄한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이끌던 이라크 알카에다의 급진세력은 “그들을 맹렬하게 공격했다”고 앨런 장군이 말했다. “희생이 매우 크고 처참했다.” 현지 셰이크들(대다수가 그 무렵 가족을 잃었다)은 지난해 하반기에 ‘깨어나는 안바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들의 지도자 셰이크 압둘 사타르 아부 리샤는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아버지와 세 형제를 잃었다. 셰이크들은 추종자에게 성전 전사들과 맞서는 미군을 도우라고 지시했다. 이라크의 시골 부족민에게는 오늘날에도 셰이크가 법이다. 깨어나는 안바르의 셰이크들이 추종자에게 경찰에 들어가라고 촉구하자 지원자가 급증했다. 갑자기 공격 행위가 뜸해졌다는 사실은 새로 경찰관이 된 사람의 상당수가 저항세력의 일원이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미군이 전국적 차원의 사면령에 관해서는 공개적 입장 표명을 거부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는 않는다. 경찰 지원자의 이름을 전에 붙잡힌 적이 있는 저항세력의 명단과 대조하기는 하지만 배경 조사는 대체로 셰이크들에게 맡긴다. “모든 저항세력 대항 작전에서 우리와 싸우던 자가 더 이상 싸우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면 결국 어느 정도는 성공한 셈”이라고 앨런 장군은 말했다. “우리는 순진하지 않다”고 찰턴 대령은 말했다. “일부 경찰관이 지난해 이맘때는 저항세력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셰이크들은 정작 누가 위협이 되느냐는 문제의 기본 이해를 달리한다. 진짜 위험한 존재는 알카에다다. ” 압둘 사타르의 형인 셰이크 아메드 아부 리샤에 따르면, 라마디 안팎의 23개 주요 부족이 모두 깨어나는 안바르 운동에 동참했다. 그는 안바르 주민 130만 명 중 100만 명 이상이 깨어나는 안바르를 지지하며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지난주에는 이 단체의 사절단이 사드르시티에 가서 호전적인 시아파 성직자 목타다 알사드르의 추종자들을 만났다. 두 사람에게는 몇 가지 공동 목표가 있다. 둘 다 이라크의 종파 문제를 연방제로 해결하는 방안에 찬성하지 않는 이라크 민족주의자로 자처하며, 동시에 지방선거를 강력히 원한다. 이라크인 사이에서 압둘 사타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치적 야심도 아울러 꿈틀댄다. 안바르 부족민들은 대부분 지난 총선에 불참했다. 따라서 바그다드에서 전개되는 정치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우리는 의사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아메드 아부 리샤가 말했다. 새로 해방된 라마디 주민에게 내려오는 “중앙정부의 지원은 요원하다”고 그는 말했다. 폐허가 된 라마디를 돌아보니 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 일행은 미군이 미시간 루트라 부르는 큰 길을 따라 내려갔다. 몇 달 전만 해도 이 거리는 급조 폭발물 투성이였다. 요즘은 움푹 팬 구덩이가 가장 위험하다. 그렇다고 저항세력이 완전히 소탕되지는 않았다. 병사들이 “흰 아파트 시장”이라 부르는 곳과 가까운 교차로에서 지난 성금요일(그리스도 수난 기념일) 대형 트럭폭탄이 터져 10여 명이 죽었다. 폭발 잔해물은 대부분 치웠지만 정면이 대부분 날아간 채 , 속이 빈 아파트 건물이 그 사건을 증언했다. 근처에는 커다란 염소(鹽素) 탱크 잔해가 뒤틀린 채 녹슬어 간다. 저항세력은 그런 방식으로 일반 트럭을 화학무기로 만들어 썼다. 파괴된 기차역을 우리 일행이 지날 무렵 찰턴 대령이 이 도시의 “제2차 대전식 파괴 행위”를 말해줬다. 잔해를 치우던 병사들은 저항세력이 처형한 뒤 폐허 더미에 버린 이라크인들 시신을 발견했다. 주민들은 마침내 용기를 내 거리로 나와 정상적인 생활의 흉내나마 내려 했다. 미군이 중앙로라 부르는 교통 중심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정육점이 하나 있다. 마젠 푸지 칼라프는 갈고리에 매단 양들의 사체에서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베어냈다. 원래 있던 정육점이 총격으로 크게 파손되는 바람에 지난해 이곳으로 옮겼다. 한낮의 태양이 이글거리는데도 주민들은 일부러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와 신선한 고기를 사간다. “하루 손님이 50~60명이지만 옛날 가게의 장사가 더 잘 됐다”고 칼라프가 말했다. “옛 가게로 돌아가고 싶다. 초조해지고 화가 난다.” 옛 시장을 재건하겠다는 미군의 약속을 대하는 그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미 기다린 시간이 얼마인데….” 그가 인터뷰하는 광경을 보고 이내 사람들이 몰려왔다. 가장 큰 문제가 뭔가?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려 했다. 하얀 전통 복장의 사나이가 “물!”이라고 외쳤다. 급조 폭발물 장치 때문에 수도 본관이 파괴된 뒤 시내 전역에 물이 안 나온 지가 사흘째다. “전기가 필요하다”고 머리가 허연 사람이 깔끔한 영어로 말했다. 바로 옆의 검문소에서 일하던 경찰관이 끼어들었다. “당신들이 무슨 문제가 있나. 난 경찰관으로 일한 지 넉 달인데 여태 받은 거라고는 100달러와 이 배지뿐이다.” 그는 관구 치안부대원으로 표기된 신분증을 꺼내어 보여줬다. 미군은 바그다드 내무부의 동의를 얻는 대로 이들의 신분을 정식 경찰관으로 승격시킬 생각이지만 어쨌든 현재로선 “방범대원”인 셈이다. 라마디의 경찰이 일은 잘 하나? “그렇다. 그들이 필요하다”고 모두 소리질렀다. “마침내 치안의 꼴을 갖췄다.” 문제는 미군과 이라크 정부가 대규모로 들어오는 지원자의 훈련, 장비 구비, 임금 지급을 제대로 할 능력이 모자란다는 점이다. 대다수 신참은 무급의 임시 치안대원으로 시작한다. 그들을 경찰에 지원하라고 부추긴 셰이크들에게서 식량과 약간의 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 거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셰이크들이 운영하는 부족 민병대와 경찰의 한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라마디의 정규 경찰이라고 형편이 낫지는 않다. 지난주 초 쓰러져 가는 타밈 지구대 안에는 월급을 타려는 경찰관들이 득실거렸다. 제 날짜를 열흘이나 넘겨서야 비로소 돈이 도착했다. 건물의 일부는 오래전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파손돼 사용이 불가능하다. 화장실 자리는 임시 현관으로 바뀌었는데 바닥에는 재래식 변기가 그대로 있다. 그나마 좀 나은 방의 바깥 벽은 가로, 세로로 금이 가 우기(雨期)에는 그 틈새로 빗물이 들이친다. “정부 지원은 전혀 없고 모든 것을 미군이 대준다”고 한 경찰관이 푸념했다. “지난해에는 미군이 최대 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얻어 쓴다.” 국민 화합을 이루라는 미국의 심한 압력에 밀려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지난주 이라크의 전 지방이 깨어나는 안바르를 본보기 삼아 “자력 갱생위원회”를 설립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라마디의 성공이 널리 전파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라마디 안팎의 부족들은 바그다드는 물론 팔루자 같은 다른 안바르의 도시에 비해 유달리 동질적이고 전통적이다. 팔루자에선 족벌 연고보다 신앙심이 더 강해 치안이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 여러 부족이 어울린 바그다드의 경우는 부족 충성심이 더 약하고 종파 민병대와의 충돌 우려가 더 크다. 부족의 유대라는 토대가 과연 얼마나 튼튼한지도 문제다. 1990~91년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사담 후세인도 부족을 이용해 권력을 공고히 다졌다. 일부 셰이크의 힘을 키웠다. 돈으로 매수하기도 하고 죽이기도 했으며, 필요하면 사이비 셰이크를 임명해 말을 듣게 했다. 그 수법이 심지어 남부의 시아파 부족 사이에서도 잘 먹혀 후세인은 90년대 내내 마음 놓고 그들에게 이란 국경선 순찰을 맡겼다고 하이파 대학의 이라크 전문가 아마트지아 바람이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부패도 키웠다. 후세인과 마찬가지로 미군에게는 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셰이크를 부족의 대변인으로 활용하라”고 아마트지아 바람이 말했다. “그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물어라. 학교? 병원? 우물? 발전기? 그런 다음 그것을 주되 대신 셰이크는 자기네 영토의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조건을 분명히 한다. 일부 이념가가 꿈꾸는 현대국가의 모습은 아닐지 몰라도 이라크 사회는 그런 식으로 굴러간다.” 성공한 적이 별로 없는 전쟁에서 너무 까탈스럽게 따지면 곤란하다. With LARRY KAPLOW and BABAL DEJGJAM[OSJEJ in Baghdad and JOHN BARRY in Wash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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