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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식 개혁 80점쯤 됩니다”

“도요타식 개혁 80점쯤 됩니다”

▶ 1979년 11월 대우중공업 중장비사업본부 입사, 91년 8월 삼성중공업 건설기계사업, 98년 7월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생산기술담당 부장, 2002년 7월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생산기술담당 이사, 2005년 1월~현재 볼보그룹코리아 창원공장 생산총괄 전무

볼보그룹코리아 건설기계부문은 지난해 11월 10억 달러 수출탑을 달성했다. 볼보그룹코리아 에릭 닐슨 사장은 그 공을 생산직 근로자에게 돌렸다. 그 중심에 조수형(54) 창원공장 생산총괄 전무가 있다. “볼보가 외국계 기업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수출 한국의 주역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니 뿌듯했어요.” 그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주문량이 반 이상 떨어지고 직원들과 헤어져야 했던 일을 잊지 못한다. 그때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공장이라는 것이 생물과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세포를 생성하지 못하면, 즉 혁신이 안 되면 죽는 거죠. 반대로 생산의 혁신이 일어나면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볼보 인수 후 내리막길 없이 성장하니 살 맛 납니다.” 그는 삼성중공업 시절부터 현재까지 도요타생산방식(TPS)을 창원공장에 도입하는 데 앞장서 왔다. “도요타생산방식의 핵심은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빠르고 정확하게 생산해내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생산라인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89년 삼성중공업 공장개선팀 팀장으로 있을 때 일본인 컨설턴트 모리야 쇼지를 만났습니다. 한 달에 일주일씩 그가 한국에 왔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힘을 모았죠.” 어느 정도 열심히 했느냐는 질문에 ‘모리야 쇼지가 죽으면 창원 앞바다에 묻어달라고 했을 정도’로 창원공장에 모든 것을 다 바쳤다고 대답했다. 그는 착공에서 완성까지 끊김이 없도록 단계적으로 생산라인을 바꿔나갔다. 마치 “팽팽한 피아노줄 위에서 음이 맑게 전달돼 듯” 하나의 생산라인을 쉴틈없이 긴장감 있게 운영하려는 목적에서다. 원래는 용접공장 따로, 가공 따로 떨어져 있던 것을 하나의 라인으로 정리하니 고객의 니즈에 따라 굴착기에 옵션을 더하고 빼는 등 유연성도 갖출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다. “그냥 화투 치듯 일하면 된다”는 그의 말처럼 작업이 쉬워졌다. 화투 패를 짝맞추는 것에 비유한 것은 이른바 ‘눈에 보이는 관리’ 방식이다. 깨알 같은 글씨의 작업지시표를 들여다보는 대신 색깔과 간단한 알파벳으로 작업을 구분해 직원들이 쉽게 일할 수 있다. 작업이 복잡하면 실수도 늘어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포카요케’ 방식도 적극 수용했다. 아주 중요한 공정은 아예 실수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 예를 들어 엔진에 오일을 주입하는 것을 잊으면 다음 공정에서 부품이 손상을 입기 때문에 생산라인이 멈추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오일을 넣지 않으면 아예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10년 전보다 생산속도가 4배 빨라졌다. 현재 창원공장에서는 10분에 한 대씩 볼보 굴착기가 나오고 있다. 한 대당 보통 1억원 정도 하니 하루면 60억원어치의 굴착기가 생산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개선이라는 것에 끝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모하모. 100점 되려면 아직 멀었지요. 십수년 전에 70점이었던 게 지금에야 80점, 90점이 됐죠.” 그는 오늘도 100점을 꿈꾸며 창원공장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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