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Car] 실용성 돋보이는 고급 컨버터블
[New Car] 실용성 돋보이는 고급 컨버터블
프랑스의 푸조는 재미있는 차를 만든다. 특히 앞모습이 인상적이다. 앞바퀴부터 범퍼까지의 거리인 오버행이 유난히 길다. 프랑스 사람의 툭 튀어나온 높은 코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앞모습이 길게 잘 빠진 표범 같기도 하고 때로는 독특한 곤충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다른 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푸조만의 디자인이다. 이런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 수출하지 않아서다. 미국은 오버행이 긴 차가 별로 없다. 특히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잘 달리는 차’의 대부분은 오버행이 짧다. 짧아야 앞뒤 무게중심을 잘 맞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코너링이 좋아진다. 강인한 느낌도 준다. 대부분 독일 차나 현대차가 이런 스타일이다. 미국 시장이 중요해서다. 프랑스는 독일과 국경이 맞닿은 나라지만 독일과는 판이한 성격의 차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예술가적 기질이 흐른다고나 할까. 푸조는 우리나라로 치면 베르나 · 아반떼 급의 소형차를 잘 만든다. 프랑스인 특유의 합리적인 사고와 경제성 때문이다. 또 프랑스의 좁은 골목을 잘 다닐 수 있도록 코너링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작은 돌멩이들을 박아 만든 돌길에서도 날렵한 코너링 실력을 보여준다. 푸조는 1980년대 초 미국 수출에 나섰다가 10년 만에 철수했다. 이후 푸조는 프랑스의 개성을 듬뿍 살려낸 디자인으로 유럽을 주축으로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 성공했다. 유럽에서 폴크스바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다. 지난해 370만 대를 팔아 세계 자동차업계 순위 7위에 올랐다. 프랑스에선 주차하면서 앞뒤 범퍼를 살짝 들이받는 것은 하나의 문화다. 좁은 길이라 골목골목마다 앞뒤를 맞대고 주차한다. 범퍼만 살짝 까져도 야단법석을 떠는 일본이나 한국과는 다른 문화다. 그래서 범퍼에는 색을 칠하지 않는다. 검은 플라스틱 그대로 두고 웬만하면 앞차를 툭 치고 골목 주차를 빠져나간다. 한국에선 그런 프랑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싸구려 수입차란 억울한 푸념도 듣는다. 푸조의 디젤 엔진도 유명하다. 59년 대형 세단에 가장 먼저 디젤 엔진을 단 업체가 푸조다. 디젤만큼은 벤츠 · BMW에 밀리지 않는다. 지난 6월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푸조는 디젤 엔진을 단 스포츠카로 2위를 차지했다. 24시간 동안 세 명의 드라이버가 장장 5,000㎞ 이상을 달리는 경주다.
▶1 푸조는 앞바퀴부터 범퍼까지 거리인 오버행이 유난히 긴 모습이 인상적이다. 2 207CC는 대시보드 위쪽까지 고급스런 가죽으로 감쌌다. 3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25초 안에 지붕이 닫힌다. |
고급차를 넘본다 = 올 5월 국내에 출시된 207CC는 푸조만의 매력이 듬뿍 담긴 차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하드톱 컨버터블인 206CC의 후속 차종으로 더 세련되고 호화스로워졌다. 1800년대 후반 후추가루 분쇄기를 만들다 1890년대 자동차 회사로 변신한 푸조는 1934년 세계 최초의 쿠페-카브리올레 ‘401 이클립스’를 선보인 하드톱 컨버터블의 종가다. 207CC는 차체 강성이 보강된데다 서스펜션이 단단해 운전하는 재미는 기존 206CC보다 낫다. 이 차는 올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모습을 공개했다. 불과 두 달 만에 유럽에 이어 한국에 온 셈이다. 한국 수입차 시장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방증이다. 한 달에 40여 대씩 팔려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스페인 헤레스에서 세계 20여 개국 기자단을 대상으로 207CC 시승회가 열렸다. 시승차는 직렬 4기통 1.6ℓ 디젤 110마력(HDi)과 휘발유 터보 150마력, 수동 5단 변속기를 얹었다. 국내 시판 모델은 4단 자동변속기를 단 1.6ℓ(최고 120마력) 가솔린 모델뿐이다. 이 차는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12.6초 걸린다. 최고 시속은 195km. 터보나 디젤 모델은 아직까지 자동변속기 사양이 없어 국내 판매 계획이 없다. 1.6ℓ 가솔린 엔진은 BMW와 공동 개발했다. BMW 미니에 사용돼 탁월한 성능을 검증받았다. 207CC는 우선 덩치를 꽤 키웠다. 206CC보다 높이만 24mm 줄었을 뿐, 길이 · 너비 · 휠베이스(앞뒤 바퀴 거리)는 각각 202 · 77 · 98mm씩 늘었다. 앞모습은 한껏 불거진 근육을 예리하게 다듬었다. 연두색 모델은 “아, 자동차가 이렇게 예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실용성에 감성도 겸비 = 실내를 보면 감탄사가 터진다. 기존 플라스틱 재질의 싸구려 느낌을 지워냈다. 계기판과 스위치는 한결 쓰기 쉽게 가지런해졌다. 대시보드 위쪽까지 실내 대부분을 고급스런 가죽으로 감쌌다. 감성 품질이 완전 딴판이다. 이런 차를 누가 대중차라고 할까. 207CC는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25초 만에 쿠페에서 지붕을 연 카브리올레로 변신한다. 시속 10km까지 움직이며 지붕을 씌우고, 벗길 수 있다. 외주를 줬던 기존 모델과 달리 207CC의 하드톱 시스템은 푸조가 직접 개발 · 생산한다. 기존 모델에서 삐걱거리며 신경에 거슬리던 잡소리도 거의 사라졌다. 내구 한계는 1만5,000회라고 한다. 21년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여닫아도 끄떡없다는 얘기다. 컨버터블은 시속 80㎞ 정도로 달릴 때 가장 상쾌하다고 한다. 앞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산들산들 휘날리는 그런 느낌 말이다. 컨버터블로 시속 200㎞를 달리면 어떨까. 그건 말 그대로 공포와 엄청난 바람소음뿐이다. 컨버터블은 그래서 자연을 사랑하고 남을 배려하는 여유있는 나이(?)에 타는 게 제격이다. 그런 여유가 20?0대에도 있다면 물론 문제없다. 트렁크 공간은 지붕을 닫은 쿠페의 경우 449ℓ로 골프백 두 개를 실을 수 있다. 컨버터블일 때는 187ℓ로 옆좌석에 캐디백을 넣고 트렁크에는 여행용 가방을 넣을 수 있다. 시트, 이거 한몫한다. 코너링 때 몸이 한 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좌우 양쪽이 튀어나온 버켓 타입이다. 코너를 돌 때 밀착감이 좋다. 쿠션은 다소 딱딱한 편으로 엉덩이가 푹 파지는 미국차와 달리 유럽차임을 느끼게 한다.
에어백 등 안전성 강화 = 안전성은 흠잡을 데 없다. 뒷좌석 머리받침 뒤에는 전복 때 안전을 지켜줄 두 개의 ‘액티브 롤 오버 바’가 달려 있다. 전복을 감지하면 0.025초 만에 튀어나와 탑승객의 머리를 보호한다. 에어백은 운전석 무릎용까지 갖춰 모두 5개다. 유로 안전테스트(NCAP)에서 별 다섯 개를 받았다. 시트 벨트에는 정면 충돌이나 전복 사고 때 당겨 죄는 기능을 담았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점점 하이톤으로 높아지는 경고음은 여전하다. 짜증이 나서라도 매게 되니 약효는 탁월한 셈이다. 이것 저것 보강하다 보니 기존 모델보다 무게가 200kg 가까이 늘었다. 살찐 무게 때문에 날렵한 핸들링의 특성은 조금 쇠퇴한 듯하다.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소폭 올라 3,65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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