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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높을수록 남는게 없다

‘경쟁률 높을수록 남는게 없다

‘부동산이 종합학문이면 경매는 총론이다’는 말이 있다. 이는 부동산 분야의 지식은 매우 광범위한데 경매는 더 넓고 복잡하다는 뜻으로, 내가 부동산 강의를 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경매투자의 핵심은 바로 우량한 부동산을 적기에 값싸게 사는 것이다. 이게 기본이다. 하기는 모든 투자를 할 때, 투자 초기에 물건 자체를 비싸게 산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실제 주식투자의 대가인 미국의 워런 버핏도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절반 정도인 주식만 매입하지 않았던가. 그는 2004년 포스코 주식의 실제 내재가치가 당시 주가보다 훨씬 더 크다고 ‘계산’한 다음 주당 16만원에 6292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주가는 3년 사이 약 280% 올랐고 포스코 주가는 최근 55만원에 달했다. 이는 거꾸로 말해, 워런 버핏이 2004년 당시에 실제가치의 29%선(=16만원/50만원)에 주식을 매입했다는 말과 같다. 나는 이를 이렇게 해석한다. 경매로 치면, 워런 버핏은 포스코 주식을 단 29%에 싸게 ‘낙찰(매입)’ 받았다는 말과 같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경매 시장에서도 29%에, 낮은 수준에서 낙찰 받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튼 모든 투자를 할 때, 모든 물건은 실제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사야만 나중에 ‘남는 장사’가 된다. 이 같은 투자원칙은 부동산이건 주식이건 채권이건, 심지어 기업 M&A 물건이건 가리질 않는다. 하물며 경매물건은 더 이상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경매에서 비싸게 산다면 경매투자의 의미를 잃어 버린다. 중개업소를 통하면 얼마든지 일반 부동산을 많이 안전하게 살 수 있지 않은가. 싸게 사는 게 아니라면 굳이 골치 아픈 경매를 통해 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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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말이 나온 김에 이 말도 하고 넘어가자. 가치와 가격은 매우 중요한 투자정보다. 경매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채권이든 뭐든 사전에 특정한 투자대상 물건의 ‘가치’ 계산을 정확히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만일 일반 투자자가 그 특정 물건에 대한 실제가치(주식에서는 내재가치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를 계산할 수 있다면, 그 투자자는 나중에 엄청나게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확하게 가치를 계산한 다음, 그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사서, 나중에 파는 행위를 반복하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어서다. 그러면 그 투자자는 죽을 때까지 ‘중간마진(가치-가격)’을 반복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중간마진은 결코 적은 게 아니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아파트이고, 경매로 이 집을 샀을 때 중간마진 비율이 20%라고 치자. 그러면 이 중간마진은 6000만원이나 된다. 이게 작은 돈은 아니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이 중간마진을 평생 얻는다고 한다면, 최종적인 누적마진은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치가 100인 물건을, 20% 정도 낮은 가격에 산다는 것은 결코 적지 않은 수익률이라는 얘기다. 워런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가치의 29% 수준에 샀다는 것은, 사자마자 대박을 터뜨렸다는 말과 같다. 워런 버핏과 일반 투자자의 차이점은, 포스코의 정확한 ‘가치’를 계산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통상적으로 경매로 물건을 살 때는, 시세보다 최소 15% 이상 저가에 매입해야만 성공한 경매투자라고 말한다. 물론 그 이상 싸게 매입하면, 더 크게 성공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그 정도만 기대를 해도, 적정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나는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경매물건을 잘 고르려면 나름대로 기본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권리 및 물건상 문제없는 경매부동산을 낮은 입찰경쟁률을 거쳐 값싸게 사려면 경매물건의 특성을 이해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내가 수많은 사람에게 수백 건의 경매물건과 관련된 경매컨설팅을 하면서 그동안 느낀 점은 단 하나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바로 어떤 물건을 고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록 경매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종류의 투자대상 물건이건 생필품이건, 고수는 물건을 잘 고른다. 하지만 하수는 못 고른다. 이게 과언이 아니다. 경매 고수들은 나름대로 틈새투자 방법에 능하다. 남들이 줄을 서서 입찰하는 물건은 되도록 손대는 것을 자제한다. 대신 틈새 투자처를 찾아 연구한다. 모든 사람이 달려드는 물건은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많이 달려들면 낙찰가는 자동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경매투자의 기본은 이렇다. 부동산에 대한 얇은 지식이 아니고, 부동산이라는 큰 물줄기를 어느 정도 큰 안목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경매물건이 쏟아지면서 많은 경매 고수가 탄생했고 또 그만큼 많이 사라져갔다. 이들은 좋은 물건을 고르는 데 정통했고 돈을 벌 만큼 벌어 어디론가 잠적했다. 고수들은 초보들이 노리는 물건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시장침체기를 기다리거나 한발 물러서 있다가 남들이 잘 찾지 않는 돈 되는 매물만 겨냥한다. 그런 점에서 고수들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2000년께 서울 강남에서 제법 규모 있는 경매컨설팅회사를 운영할 때 주부사원으로 근무했던 N씨가 있었다. 주부사원이니 당연히 그는 여자였다. 그런데 그는 경매업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 고수다. N씨는 나름대로 독특한 경매투자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었다. 경매입찰 전 그는 법원 감정가를 유심히 살핀 다음 남들보다 한발 앞서 입찰에 나서는 특이한 ‘선수’다. 즉 경매물건의 감정시점을 유심히 따진 다음 꼭 첫 입찰에 참여한다. 통상 감정가는 감정시점에 감정평가사라는 이 분야 전문가들이 매긴 부동산 평가금액을 말한다. 경매물건을 감정시점에 감정한 후 여러 가지 이유로 변경, 연기돼 1~2년 묵혀 있다가 다시 경매시장에 나오기도 한다. 이럴 경우 부동산값에 시차가 생기는 데 이를 역이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가격(감정가)보다 가치(실제 매매가)가 더 많은 물건만 찾는다는 얘기다. 통상 1~2년 ‘잠자다’ 나온 경매물건은 시세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채 매각시점에는 시세의 20% 정도 싸게 나온다. 한 번도 유찰되지 않은 신건에서도 수천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우량물건이 있는 것이다. 40대 초반의 직원인 N씨는 경매컨설팅을 하면서 아예 전업 경매투자자로 나섰다. 초기에 돈이 거의 없었던 그는 금융권 대출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아파트 등 주거시설 경매물건만 노리는 귀재로 변했다. 이른바 레버리지 투자(은행 돈 등을 빌려 투자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는 주로 ‘앞 사건’을 노린다. 앞 사건이란 사건번호 순서대로 경매를 진행할 때 순서상 가장 빠른 사건번호를 노린다. 예를 들어 2007년 8월 경매를 진행한다고 한다면 통상 경매시장에 나오는 사건번호는 2006타경이나 2007타경이다. 그러나 앞 사건번호(예를 들어 2004타경 또는 2005타경 같은 사건들)를 잘 봐뒀다가 권리 및 물건상 이상이 없다면 가장 먼저 감정가와 시세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부터 확인한다. 감정시차를 따져 현재 시세보다 싸게 나왔다면 유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최저매각가 수준으로 낙찰 받아 짭짤한 시세차익을 거두는 것이다. 배구 같은 구기 종목에 시간차 공격이 있듯 N씨는 ‘감정차(差) 공격’으로 경매물건을 노린다는 점이 특징이다. N씨의 사례를 보면서 ‘돈이 되는’ 감정차 공격 매물을 연구해 보자. 수원지법 본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안양시 만안구 소재 B아파트 20㎡(전용면적 기준)가 경매에 부쳐졌다. 원룸인 이 아파트는 감정가 4000만원에 입찰에 부쳐졌고 사건번호는 2002타경으로 표기돼 입찰 당일 가장 앞 사건번호로 경매시장에 나왔다.


돈 되는 경매물건 고르기 ① 수회 유찰을 기다리기보다 감정가를 살피라 ② 호재, 개발지 경매물건은 한발 앞서 투자하라 ③ 하자 있는 물건은 '역발상'으로 접근하라 ④ 큰 물건보다 작은 물건에 관심을 기울여라 ⑤ 단기 시세차익보다 '개발+활용'에 신경 써라 ⑥ 노후주택은 재개발, 재건축 여부를 확인하라 ⑦ 반지하 매물에 보석이 숨어 있다 ⑧ 번듯한 외양의 건물보다 토지 가치를 따져라 ⑨ 불경기, 부동산 하락기에 우량매물 풍부하다 ⑩ 권리분석보다 물건분석(개별요인)에 치중하라
이 물건은 채무자의 경매연기 신청으로 한동안 경매계에 묶여 있다 채무변제 능력이 없자 채권자가 다시 경매에 부치면서 경매시장에 나온 것이었다. 종자돈이 많지 않았던 N씨가 노릴 수 있는 최선의 투자처이자 가격 오름세가 예상되는 수도권 값싼 소형 아파트였기 때문에 유독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얘기다. 대단지가 아닌 비인기지역으로, 도심에서 차량으로 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경매에 부쳐질 당시 시세보다 1500만원 이상 낮은 감정가에 경매에 부쳐졌던 것. 아파트라도 한 번 정도 유찰되는 것이 통례다. 초보 투자자들은 첫 입찰물건에 대해 현재 시세는 따져보지 않고 1회 유찰되기를 기다렸다 감정가와 시세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N씨는 유찰을 기다리지 않고 감정가와 시세의 차이를 먼저 파악해 확실한 ‘감정차’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 단독입찰에 나섰고 최고가 매수인으로 결정됐다. 소형 아파트를 시세보다 1500만원이나 싼값에 살 수 있었다. 베테랑답게 입찰 전 권리분석도 신중하게 했다. 등기부등본상 권리분석에도 별 문제가 없었다. 최초 저당권은 안양북부새마을금고에서 채권최고액 4900만원에 설정한 것이다. 이후 외환은행의 가압류와 근로복지공단의 압류 등 설정만 6개에 달했다. 등기부등본상 하자설정이 많은 경매물건일수록 취하율이 낮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모두 소멸하는 권리라서 인수할 게 없었다. 세입자 관계는 최우선변제 소액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배당요구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매각대금에서 배당 받아‘세입자가 손 흔들며 나가는 경우’이기에, 이 물건은 하자 없는 우량물건이었다. 세입자는 최우선 변제금이라도 받아 나가려면 최고가 매수인(낙찰자 N씨)에게 명도확인서와 인감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별 다른 저항 없이 이사 날짜를 잡았고 명도저항 없이 수월하게 권리를 이전 받을 수 있었다. 깔끔하게 명도를 마치고 즉시 주변 시세보다 싼값에 세를 주고 나서 1년 만에 금융대출 방법을 동원해 주택을 시세대로 처분했다. 1년 만에 집값 상승분까지 합쳐 2000만원의 알짜 차익을 챙겼다. 이후 N씨는 아파트와 빌라 등 감정가가 턱없이 낮은 주거시설에만 눈독을 들이고 낙찰 받아 현재는 시가 8억원의 용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최소한 8억원 이상 벌었다는 말과 다름없다. 여전히 투자처를 찾고 있는 억척 경매투자전문가로 그는 이미 변했다. 경매에서는 당연히 유찰이 잦을수록 많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찰이 잦은 물건에는 수많은 경쟁자가 몰려 낙찰 받기가 어렵고 실속도 거의 없다. 첫 입찰 또는 1회 유찰 매물이라도 충분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면 과감하게 입찰해야 할 때가 있다. 고수들은 바로 이런 방법이 ‘남는 장사’라는 것을 안다. 유찰이 한 번도 안 됐어도 가치가 가격(감정가)을 훨씬 웃돈다면 과감히 입찰한다.


어, 지하상가 매물도 보물이 됐네 외견상 허름한 경매물건일수록 남는 것이 많은 장사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허름한 연립, 다세대주택 중에는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택지지구 편입 같은 개발호재 물건으로 탈바꿈해 가격이 크게 뛰는 물건이 의외로 많다. 특히 개발에 따른 소형 주택값 상승이 야기됐던 성남, 인천, 부천에서 허름하고 오래된 주택을 사서 큰 시세차익을 거둔 사람들은 거의 다 경매를 통해 저가매입을 했던 이들이다. 겉으로는 별 투자매력이 없어 보이는 경매물건이라도 ‘역발상’을 하면 의외의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물건도 널려 있다. 물건상 흠집이 많은 물건 중 의외로 수월하게 문제를 풀어내 값싸게 사서 재미를 본 경우들이다. 이 역시 ‘가격과 가치의 투자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완만한 경사지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의 경우 단지 내 상가 지하매물이 경매에 나왔다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경사지에 지어졌다면 지하층이 1층으로 영업하고 있는 상가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즉 공부상 표시와 실제 이용상황의 불일치를 꼼꼼히 따지고 확인한다면 의외의 수확을 거둘 수 있다. 개발과 리모델링을 눈여겨보면 ‘진흙 속 진주’ 같은 경매물건을 찾아낼 수 있다. 현재는 볼품없는 주택이나 토지라도 대지가 넓거나 땅의 모양이 반듯한 상태라면 증·개축 또는 인접필지의 토지와 합필해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내가 아는 T씨는 의도적인 알박기가 아니라, 장래 땅의 효용가치를 예측해 병원과 인접한 도로용 공유지분 토지를 몇 천 만원에 사둔 적이 있다. 2년 후 병원 증축이라는 ‘호재’를 만나 1억원 넘는 시세차익을 얻는 행운을 만나기도 했다. 그 병원이 그 땅을 비싼 값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경매물건을 잘 고르려면 ‘권리분석’을 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권리분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개별 부동산의 하자요인을 먼저 알고 재테크로 활용하려는 분석인 ‘물건분석’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얘기인 것이다. 단순히 등기부등본상 인수 또는 말소권리에만 집중하지 말고 현장을 둘러보고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넓은 시야를 갖는 자세가 더 유리하다. 간혹 수도권 매물 중에 감정가보다 턱없이 높게 낙찰됐다면 초보자들은 혀를 내 두른다. 그러나 이유가 있어 높은 값에 낙찰된 것은 아닐까 한번 확인해 보라. 그리고 그 현장에 반드시 가 보는 것도 좋다. 이게 좋은 현장 공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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