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유기체, 설비는 핏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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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생 1963년 보성고 졸업 1970년 동국대 경영학과 졸업 1970년 공동산업(주) 입사 1975년 우진I&S 설립 2001년 설비넷 설립 |
옛날 어느 장터에서 마른 수건을 짜는 힘 자랑이 벌어졌는데 제일 힘센 장사가 안간힘을 써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이때 약골 남자가 도전했다. 약골이 살짝 비틀자 마른 수건에서 물이 주르륵 흘렀다. 모두 놀라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남자 왈, “세무서 직원이오” 하더란다. 이런 얘기를 관할 세무서 직원들을 앉혀 놓고 할 수 있는 사업가라면 보통 배포는 아닐 것이다. 설비건설업체 우진I&S의 홍평우(63) 회장은 그런 사업가다. 2005년 당시 홍 회장은 인터넷으로 설비자재를 사고팔 수 있는 ‘설비넷’(www.sulbi.net)이란 인터넷 장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설비건설협회장이기도 했던 그는 설비자재 구매비를 줄이고 투명한 거래 풍토를 만들려면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세무서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거래 규모가 상당한데도 세금이 너무 적게 납부된 것에 의심을 품은 것이다. “참 기막힌 일이었죠. 투명한 거래를 하자고 만든 게 되레 의심을 살 줄이야….” 홍 회장은 당당했다. “마음껏 조사해 보라고 했죠.” 2주 동안 샅샅이 뒤졌는데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세무서 직원은 일주일을 더 조사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그러나 끝내 탈세도 탈루도 없었다. 이번엔 홍 회장이 역공했다. “세금 잘 내고 사업했으니 상을 줘야 하는 것 아니오?” 상 대신 받은 것이 ‘일일세무서장’ 감투였고, 그 자격으로 강연하면서 세무 공무원들에게 던진 농이 바로 ‘마른 수건 짜기 대결’ 얘기다. “떳떳한 만큼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설비넷은 홍 회장의 주도로 우진I&S 같은 설비·자재 업체와 온라인 업체 등 총 59개사가 모여 2년간 준비해 2001년 설립한 기업 간 전자상거래 전문 회사다. 홍 회장이 우진I&S를 설립한 건 1975년. 30년 넘게 설비건설 분야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졌다. “‘건설’ 하면 웅장하고 화려한 외형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우리는 건물의 ‘보이지 않는’ 설비를 완성하는 데 주목했습니다.” 수많은 배관·배선·기계설비를 통해 물·공기·전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건물을 살아 숨 쉬게 했다는 것이다. 그에게 건물은 유기체며, 설비는 핏줄 같은 것이다. “건물 입주자 입장에서는 설비가 가장 중요하죠. 각종 설비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효율적이고 편리한 건물이 완성됩니다.” 우진I&S는 그동안 무역센터, 상암 월드컵 경기장, 한국국제전시장(KINTEX), 신세계 본점, 롯데호텔, 삼성전자 수원·기흥·탕정공장,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등의 설비를 맡아 진행했다. 최근 건설된 강남 삼성센터의 설비도 그의 작품이다. 지난해 60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홍 회장은 지난 6월,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에서 10년마다 한 번 주는 ‘자랑스런 건설인 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고 정주영 회장, 최종환 삼환기업 회장 등 주로 대기업 총수들이 받았다. 중견기업 대표로는 홍 회장이 처음이다. “설비건설 분야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봅니다. 그동안 설비건설분야는 대형 건설사의 하청 분야로 여겨져 왔었죠.” 앞으로 인텔리전트 빌딩 등 건물이 시스템화·전자화 등으로 복잡해짐에 따라 설비건설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설비건설 업체들도 기술개발에 힘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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