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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조차 외면하는 중국산 제품

중국인들조차 외면하는 중국산 제품


진정한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려면 제품 안전성과 품질 높여 국내 소비부터 늘려야 최근 자국산 장난감 리콜(회수) 소동이 벌어지기 몇 달 전 중국의 선전 당국은 중국 제품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전 세계에 심어주려 애썼다. 그러면서 중국 제품의 질에 관한 우려는 불공평하며 외국 언론이 지나치게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 국영 TV는 결함이 있는 장난감의 90%는 외국의 설계가 잘못됐기 때문이며 10%만 국내 생산업체의 책임이라고 보도했다. 그런 노력은 중요한 두 집단을 안심시키려는 조치였다. 외국 소비자와 갈수록 느는 국내 일반 소비자다. 그러나 중국은 생활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는 국민을 설득하기 전에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중국 상무부가 펴내고도 별 주목을 못 끈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 시장은 외국 상품이 지배한다. 상무부에 따르면 2004년까지 10년 간 외국 제품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4배로 껑충 뛰어 31%에 이른다. 섬유·의류·신발은 외국 제품 점유율이 48%에 달한다. IT와 전자제품은 무려 82%, 가구는 51%에 이른다. 이런 현실은 오늘날 중국이 직면한 제품 생산의 실제 위기가 중국 소비자가 국산 제품을 외국 제품처럼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방법을 찾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뜻이다(실은 외국 제품 다수도 중국에서 제조됐다). 외국 제품의 지배력은 중국의 수출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시 말해 그토록 떠들썩한 중국 제조업의 기적도 실제론 속 빈 강정과 같다는 의미다. 중국 제조업 활황의 근원지인 해안 지역에서 일부 부문은 수출의 90%가 대부분 수입한 부품이나 자재로 생산된다. 게다가 중국 총 수출의 60% 가까이는 외국 기업이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소유한 회사에서 나온다. 시장조사 회사 글로벌 인사이트는 중국이 2008년께면 실제로 세계 최대 상품 생산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명목상으로만 그렇게 될 공산이 크다. 중국에서 조립된 제품에 붙는 부가가치는 여전히 낮다. 따라서 중국의 수익도 그만큼 낮으며 그런 제품을 팔아서 남는 돈도 대부분 외국 기업의 손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중국 제품이 훨씬 싼데도 왜 중국 소비자들은 외국 제품을 선호할까. 거기엔 외국 제품 상표가 지위를 상징하는 탓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제조업체들이 안전과 위험에 무감각한 탓도 크다. 외국 제품들은 안전 문제에 매우 민첩하게 대응한다. 예컨대 아이가 납 성분이 든 페인트로 해를 입을 가능성만 제기돼도 충분히 리콜 사유가 된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사후약방문’ 식이어서 문제가 터지기 전까진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하다. 공식 통계에 의하면 중국산 제품 중 기준 미달 비율은 약 20%다. 하지만 해외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기준 미달 비율이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안전에 더욱 신경 쓰는 외국 기업들이 소유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수출품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제품 부문에서 중국 기업들은 유기적인 경쟁력을 지닌 제품을 개발하지도, 질이 좋다는 평도 얻지 못했다. 또 중국 내 외국 제품 판매점은 즐거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능력도 훨씬 낫다. 게다가 광고에도 훨씬 더 신경을 쓴다. 중국도 마침내 이런 결함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달 간 당국은 품질 문제를 조사하도록 중국 전역에 감시단을 파견하고, 공장 수백 곳을 폐쇄했으며, 공급의 전 과정에서 감독 체계 강화를 다짐했다. 2주 전에는 공동 제품안전 협정에도 서명했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이지만 중국 정부는 경쟁력을 가진 자국 회사가 설계·생산·판매하는 제품이 늘어나길 바란다. 동시에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기를 바란다. 그 같은 변화는 효과가 즉각 나타난다.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중국 제품을 구입하는 모습을 본 사람은 누구든 그들의 커진 구매력을 확신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중국 정부나 중국 업체들이 자국민의 구매력을 활용할 방법을 못 찾는다면 그들도 허울뿐인 중국 시장을 좇는 꼴이다. [필자는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 인사이트의 중국 분석가로 베이징에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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