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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중견기업] “해외 복합공단 개발이 새 성장동력”

[파워! 중견기업] “해외 복합공단 개발이 새 성장동력”

영원무역의 성장은 영원할까? 이 회사 성기학(60) 회장은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생산업체로 탄탄히 다진 기반 위에서 해외 복합공단 개발 사업이란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동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은 9월 7일 오후 서울 만리동 본사 1층 주차장에서 서류를 결재하고 있었다. 성 회장은 방글라데시 · 베트남 · 중국 등에 있는 영원무역의 생산 거점을 둘러보느라 1년에 6개월 넘게 해외에 머물기 때문에 이 회사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성 회장은 이 날도 베트남-방글라데시-홍콩으로 이어지는 출장 길에 오르는 참이었다. 성 회장이 1974년 세운 영원무역은 무역과 의류 제조, 유통 전문업체다. 영원무역은 ‘영원(YOUNGONE)’이란 자기 브랜드가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은 OEM 방식의 의류 · 신발 제조와 수출이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 · 나이키 · 폴로 · 팀버랜드 등의 스포츠 의류를 방글라데시 · 중국 등에서 OEM 방식으로 만들어 미국과 유럽 등에 수출한다. 이 회사의 매출 구조는 의류 수출 86.15%, 신발 수출 5.54%, 의류 내수 4.33% 등으로 수출 비중이 95%을 넘는다. 현재 방글라데시 · 베트남 · 중국 등 11개국에 공장과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영원무역은 창립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세계 11개국에 흩어져 있는 공장과 현지 법인에서 원단 · 노동력 · 부자재를 효율적으로 공급받아 경쟁력을 유지해온 덕이다. 영원무역의 지난해 매출액은 4,564억원, 당기순이익은 339억원이었다. 2005년 매출액은 4,110억원, 당기순이익 233억원이었다.


영원무역은…

설립 : 1974년 6월

대표 : 성기학

본사 : 서울시 중구 만리동

자본금 : 255억원

주요 제품 : 아웃도어 및 스포츠 의류, 신발 등

임직원 수 : 400명(해외 인력 6만 명)
수출 대금을 미국 달러화로 결제하는 영원무역으로선 원 · 달러 환율이 계속 떨어지는 악조건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실적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4,000~5,000원대에 머물던 영원무역의 주가가 올해 1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9월 14일 종가는 9,110원이었다. 이 회사는 특히 15년 전 일본 골드윈과 합작해 만든 자회사(지분율 51%) ‘골드윈코리아’에서 판매하는 노스페이스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영업이익보다 지분법 평가이익이 더욱 큰 이 회사의 수익 구조에서 골드윈코리아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원무역이 올 상반기에 골드윈코리아에서 얻은 지분법 평가이익은 96억원으로 영원무역의 영업이익(113억원)과 거의 맞먹었다. 주5일제 근무 등으로 레저 인구가 늘어난데다, 등산 · 수영 등을 좋아하는 성 회장이 전략적으로 아웃도어 시장을 키운 덕이 컸다. 서울 상대 무역학과를 나온 성 회장은 군대 제대 직후 가발과 스웨터를 수출하는 서울통상에 들어갔다. 그는 여기서 해외 바이어 수주와 생산 업무를 맡았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유럽인의 취향에 맞는 의류가 뭔지 감각을 길렀고, 국내 섬유산업의 강점에도 눈을 떴다. 그래서 서울통상에서 일한 지 1년 6개월 뒤 평소 친분이 있던 두 사람과 더불어 영원무역을 만들었다. 회사 이름을 영원무역이라고 지은 건 ‘젊은 사람들(Young Ones)’이 모여 무역회사를 만들었다는 뜻에서였다.

노스페이스’ 브랜드로 국내 아웃도어 1위 비교적 순항하던 영원무역은 79년 2차 오일 쇼크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80년대 초의 정치 · 사회적 불안 탓에 기우뚱했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됐다. 성 회장은 탈출구로 해외 진출을 택했다. 그는 80년 5월에 방글라데시에 합작법인을 세웠다. 국내 아웃도어 회사로는 해외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특히 이 법인은 방글라데시 정부로서도 외자 유치 1호 사례였다. 성 회장은 그 후에도 국내 노사 분규와 인건비 상승, 섬유 쿼터제 폐지 등의 악재를 해외 생산으로 극복했다.
성 회장의 글로벌 전략은 단순히 임금이 싼 나라로 공장을 옮기는 것만은 아니었다. 세계 유수의 스포츠 의류 회사 등과 거래하면서 쌓은 생산 노하우와 기술을 방글라데시 등 저개발 국가의 노동력과 결합해 고가의 고급 의류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팔아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코디네이터’ 기능이 핵심이었다. “영원무역만큼 글로벌 한 기업도 없다”고 말하는 성 회장은 해외 복합공단 개발 사업을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잡고 있다. 거점은 오랜 거래로 신뢰를 쌓은 방글라데시와 새로운 성장 시장인 베트남이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의 치타공에 여의도 1.5배 크기인 1,157만㎡(350만 평) 규모로 친환경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96년에 아예 땅을 사들인 성 회장은 99년에 공단 기공식을 가졌다.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단인 이곳은 민간 기업이 개발 · 운영한는 방글라데시 수출자유지역(EPZ)의 효시이기도 하다. 외국인 투자 규모에서 가장 클 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 정부가 운영하는 공단을 모두 더한 것보다 더 크다. 저개발국 특유의 복잡한 인허가 문제 등으로 더뎠던 사업 진행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영원무역은 지난 6월에 마침내 사업 운영권을 발급 받았다. 영원무역은 이곳을 노동집약적 산업 단지, 첨단과학 기술 단지, 환경친화적 기업 단지 등 8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한다. 성 회장은 먼저 3~5년 안에 도로 등 기반 시설을 마련하면서 기초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산업을 유치할 생각이다. 이미 도로와 골프장 등은 만들었다. 그는 특히 친환경 공단으로 꾸미기 위해 공단 안에 늪지를 만들었다.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창녕의 우포 늪을 본뜬 것이다. 그는 “당장은 돈도 더 들고 공장이 들어설 땅도 줄어들지만 길게 보면 공단의 가치가 올라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이 공단에 영원무역의 공장도 새로 지어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특히 그릇겾맛?등에 쓰이는 세라믹스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법으로 개발하는 이곳에 영원무역과 오랜 거래 경험이 있는 거래처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생산 거점 국가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온 그는 “치타공 공단에서 10년 안에 10만 명 이상의 고용 효과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원무역은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1시간 30분 거리인 남딩 지역의 땅 46만2,812㎡(15만 평)을 50년간 빌려 스포츠 의류 생산 공장을 지은 데 이어 공장 옆에 첨단 빌딩과 주거 시설이 공존하는 복합 단지도 개발하고 있다. 국내 경영도 챙기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는 성 회장이 바쁜 이유는 또 있다. 성 회장은 한국에 머물 때면 주말마다 부인과 함께 고조부 때부터 내려온 경남 창녕의 고가에 내려가 한옥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성 회장은 9년 전 몸이 불편했던 어머니를 창녕에 모시고 들리면서 한옥 개겫맑?작업에 관심이 커졌다.

고향 마을에 한옥촌 복원 성 회장은 직계 조상과 친척 등이 살던 이곳의 2만3,140㎡(7,000평) 땅에서 기존 한옥을 개 · 보수하거나 흔적만 남은 집터에 새로 한옥을 짓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성 회장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4세 때 가족과 이곳으로 피난 와 6년 동안 살았다. 성 회장은 이곳을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할 계획이다. 현재 24채 공사를 마무리 했다. 앞으로 2년이면 30채 전체의 공정을 매듭 짓는다. 그는 새로 한옥을 짓기보다 멸실될 전국 각지의 한옥을 사들여 재활용한다. 그는 스스로를 ‘헌 집 짓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자재 욕심에 보존이 잘 된 한옥을 사고 싶은 욕심이 굴뚝 같지만 제 집 짓자고 남의 집을 허물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직원이나 가까운 사람 등을 초대해 한옥촌에서 지내는 그는 “외국인도 쓸 수 있는 미니 컨벤션 센터로 키우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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