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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차별화된 상품·서비스 제공이 관건

[Special report] 차별화된 상품·서비스 제공이 관건

▶10월 1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 신한카드 출범식이 열렸다.

신한카드는 신한지주에서 신한은행 다음으로 큰 핵심 계열사다. 국내 은행 부문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앞으로 신한카드의 성장 여부에 따라 신한지주의 위상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통합 신한카드의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이재우(57) 신한카드 사장은 서울 충무로 1가 포스트타워에 입주하던 첫날인 10월 8일 1,400명의 직원에게 깜짝 선물을 했다. 바로 허브 화분이다. 새 건물에 들어왔으니 상큼한 향기 속에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근무하자는 뜻이다. 화분에는 조그마한 쪽지가 매달려 있었다. 이 쪽지에는 ‘새로운 출발은 늘 가슴 설레고 열정이 샘솟는 법이다. 항상 오늘을 기억하고 우리의 미래와 성공을 위해 다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사장을 비롯한 신한카드 임직원은 요즘 내부 통합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직원 353명에 불과한 옛 신한카드가 직원이 2,395명에 이르는 옛 LG카드를 통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의 통합을 주도했던 이 사장은 신한카드와 LG카드의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선 두 회사의 화학적 결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화학적 결합 위해 몸으로 뛴다 =
이 사장은 새 사옥 입주 첫날 오전 8시부터 사옥 정문에 서 있었다. 출근하는 직원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새 사무실에 근무하는 첫날을 축하하는 덕담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전에 경영전략회의를 마친 후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임원·부서장 143명과 함께 세계적인 선도 신용카드사로 도약을 다짐하기 위한 ‘화합의 북한산 등산 대회’를 열었다. 이 사장은 등반 대회가 끝난 후 구기동 근처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테이블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큰 잡음 없이 통합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한 부서장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통합 첫날인 10월 1일에 즐기지 않는 술도 많이 마셨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와 명동 일대에 흩어진 술집 5곳을 찾아 맥주 3,000cc가량을 기분 좋게 마셨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1,500여 명의 신한카드 임직원이 다섯 곳에 분산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만난 직원에게 ‘화합주’와 덕담을 건넸다. 그는 “통합 첫날 신한지주의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시장의 기대가 크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고졸 신화’ 계보 잇는다 =
라응찬(69)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용카드사업은 금융업의 꽃”이라고 말하곤 한다. 신용카드가 단순한 구매 결제 수단을 넘어서 금융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 은행 등 연관 금융 부문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 시중 은행장이 “은행 자산을 늘리는 것보다 신용카드 회원 수를 늘리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신용카드는 몸집 불리기가 쉽지 않은 사업이다. 라 회장은 지난해 8월 LG카드 입찰 제안서 제출 마감날에도 신용카드 사업에 애정을 보였다. 그는 현장에 있는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10원 단위의 새 인수가격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담당자는 주당 인수가격을 100원 단위까지만 준비해 갔다. 라 회장이 10원 단위 숫자까지 제시하도록 한 것은 끝자리 세 수를 더해 9가 되는 ‘가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결국 7조원짜리 거래는 불과 70억원의 차이로 명암이 갈렸다. 지난 9월 라 회장은 이렇게 애지중지하는 ‘꽃’을 이재우 당시 신한지주 부사장에게 안겼다. 신한카드는 10월 1일 옛 LG카드와 신한카드의 통합으로 회원 수 1,300만 명, 자산 17조원의 아시아 1위 신용카드사가 됐다. 국내 금융회사로는 유일하게 세계 10위권 기업에 든다. 신한카드는 신한지주 내에서는 신한은행 다음으로 큰 핵심 회사다. 국내 은행 부문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앞으로 신한카드의 성장 여부에 따라 신한지주의 위상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중요한 신한카드의 경영을 이재우 통합 신한카드 사장에게 맡긴 것이다. 라 회장과 이 사장은 이력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라 회장은 1958년 선린상고를 나와 농업은행·대구은행을 거쳐 82년 신한은행 창립에 주도적으로 활동하며 신한은행장을 세 번이나 연임한 ‘고졸 신화’의 산 증인이다. 라 회장은 91년에 은행장이 됐으니 최고경영자만 17년째 하고 있다. 이 사장도 군산상고를 나와 시중은행에 13년간 근무한 뒤 창립멤버(총 235명)로 신한은행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 이 사장은 신한은행 개인고객담당 부행장, 신한지주 부사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쳐 CEO 자리에 올라 신한지주 내 ‘고졸 신화’의 계보를 잇고 있다. 이 사장은 ‘영업통’이다. 이 사장은 라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할 때 은행 지점장으로 크게 활약하며 라 회장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38세에 처음 지점장이 된 이 사장은 지점장을 무려 5번이나 하면서 업적평가대회에서 최고의 영예인 연간 대상을 2회 연속 수상했다.

▶이재우 통합 신한카드 사장

이 기록은 그의 군산상고 1년 선배인 신상훈 신한은행장의 기록(2회 수상)과 같은 것으로 신한은행 내에서는 드물다. 영업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이 사장이 ‘신한카드호(號)’의 선장이 됐다는 것은 향후 신한카드의 공격적인 영업을 예상케 한다. 이 사장은 발상의 전환에 능하다. 98년 개인고객부장으로 재직할 때 업계 최초로 은행 창구를 현재와 같은 형태로 바꿨다. 다른 은행보다 3~4년 빨랐다. 당시 은행 창구는 대부·수신·신용카드 등 기능별로 돼 있었다. 간단한 업무를 보려는 고객도 오랫동안 기다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는 상담 창구와 빠른 창구로 나눴다. 또 직원이 업무를 하는 공간은 넓고 고객의 공간이 좁았던 것을 직원 공간을 줄이고 고객 공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확 바꿨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창구 구조를 개편한 것이다. 그는 2004년 12월 신한지주(상무)로 자리를 옮겨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을 마무리했다. 통합 실무를 담당한 그는 잡음 없이 통합을 연착륙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LG카드 인수 실무책임자로 LG카드를 성공적으로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LG카드와 신한카드의 통합 작업을 진두 지휘했다. 라 회장은 영업·혁신·통합 부문에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이 사장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새 출발하는 신한카드에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신한카드호 과연 순항할까 =
통합 신한카드는 고객 눈높이에 맞춘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한지주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공을 들이며 공격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을 비롯한 신한지주 계열사에서는 신한카드 지원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신한은행 각 지점에는 800~900개씩 신한카드 확장 할당량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10월 1일 열린 월례조회에서 “통합 신한카드가 새롭게 출발한 만큼 각 그룹사가 공통으로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자”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개월간 옛 LG카드 고객 중 카드 결제 계좌가 신한은행이 아닌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쳐 60만 명을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라 회장은 통합카드사 출범식에서 “은행 부문에 이어 비은행 부문에서도 1등 회사를 보유하게 됐다”며 “국내 최고, 아시아 넘버원에 안주하지 말고 전 세계의 카드 사업자가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세계 일류의 카드 회사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젠 아시아를 넘어 세계 5위권의 신용카드사로 성장시켜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고객과 시장이 차별성을 느낄 수 있도록 사업모델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1등 신용카드사만의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새로운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통합의 전문가’답게 통합 신한카드를 출범시키면서 통합을 중시했다. 이런 성향은 인사에서 두드러졌다. 부사장을 선임할 때 출신별로 골고루 중용했다. 부사장 5명 중 3명이 신한카드 출신이고 나머지 2명은 LG카드 출신이다. 특히 신한카드 출신 3명도 각각 신한은행, 조흥은행, 외환은행에 근무했던 사람들이다. 상무급에선 합병당한 LG카드 출신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1명만 신한카드 출신이고 다른 4명은 모두 LG카드 출신이다. LG카드 출신 임직원을 포용하며 이른 시일 내에 세계적인 카드사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넘어야 할 통합 걸림돌 =
그렇다고 통합 신한카드의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일단 외형상 통합됐지만 직원 간 융화와 같은 내부 통합이 이뤄지려면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 만약 이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한다면 신한카드의 발전은 더디거나 후퇴할 수도 있다. 옛 LG카드 노조는 9월 중순까지도 인력 배치와 임금 협상안을 두고 사측과 지속적으로 대립해 왔다. 이는 앞으로 노사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옛 LG카드와 신한카드로 나눠져 서비스되고 있는 전산 부문의 통합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전산 통합이 마무리되면 260만 명에 달하는 옛 LG카드와 신한카드 중복 소유자 가운데 상당수는 앞으로 카드를 한 개로 줄일 가능성이 크다. 또 LG카드가 이미 회원 1,000만 명을 돌파했기 때문에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기존 LG카드 고객의 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신한카드의 수익구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사장이 “카드업을 둘러싼 주위 환경이나 경쟁사의 움직임 등 여러 면을 볼 때 안심할 단계가 아니니 긴장을 풀지 말자”고 직원을 독려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신한지주의 비은행 부문 확대라는 중책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신한지주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달했다. 비은행은 27%(카드는 19%)에 불과했다. 신한지주는 비은행 부문의 비중을 내년엔 46% 늘리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봉장이 신한카드다. 신한지주가 발전하려면 신한카드의 약진이 필수적이다. 세계 10위의 신용카드사로 출범한 신한카드. 신한지주의 성장동력 역할을 하면서 신한지주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금융업계는 이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은행계 카드 강세는 세계적 현상
은행계 카드사의 강세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형 은행은 수익 기반 다각화 차원에서 카드 부문의 투자를 늘리고 신용카드 부문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면서 신용카드 시장을 장악했다. BOA은행이 신용카드사인 MBNA를 인수하고 시티은행이 멜론은행과 시어스의 신용카드 부문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미국 3대 은행의 신용카드 시장 점유율은 52%까지 상승했다. 일본의 대형 은행도 소매금융 분야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 신용카드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최대 금융회사인 미쓰비시UFJ 금융그룹은 최근 신용카드사인 JACCS(카드 발급 규모 900만 장, 카드 이용액 9,000억 엔)의 지분을 20% 취득하는 방식으로 이 회사와 제휴한 뒤 신용카드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신용카드 결제 비율이 총 지출의 10%밖에 되지 않는 현금 위주의 사회(한국은 55%)인데다 3%대의 낮은 수수료율, 경쟁 심화로 일본 신용카드사가 수익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일본에 광범위하게 보급돼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때문에 신용카드 사용이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신용카드 시장은 날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 신용카드사인 아멕스는 미국 내 총 소비지출이 2006년 7조1,000억 달러에서 2010년 8조8,000억 달러로 증가하고 같은 기간 신용카드 이용은 연평균 1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달리 영국의 신용카드업계는 경쟁 격화로 이익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국 신용카드업계의 이익은 2005년(20억3,000만 파운드)보다 43% 감소한 11억6,000만 파운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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