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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이익 변동률 ‘114%’

100대 기업 이익 변동률 ‘114%’

올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9107억원. 전 분기에 비해 23%가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2분기 만이었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39%나 하락했다. 하지만 올 3분기 삼성전자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2분기에 비해 14% 늘었고, 영업이익은 2조660억원을 기록해 무려 127%나 증가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4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지난해 4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3060억원. 올 1분기에는 2910억원으로 떨어졌다가 2분기에 96%나 늘어난 572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3분기에는 3140억원을 기록해 45%가량 줄었다. 국내 기업들이 내는 영업이익(매출액에서 매출 원가·일반 관리비·판매비를 뺀 나머지)이 분기마다 급등락하고 있다. ‘이익 롤러코스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영업이익 변동폭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가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코스피+코스닥, 11월 20일 기준)의 최근 4개 분기 영업이익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분기별 영업이익 변동률이 평균 114%에 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시총 100대 기업의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 변동폭은 무려 144.5%였다. 2분기에는 1분기 대비 125.2%의 변동폭을 보였다. 3분기 에는 직전 분기에 비해 영업이익 변동폭이 67%였다. 상대적으로 분기별 이익 변동폭이 컸던 금융업종 20곳을 제외하고 계산해도, 1분기는 123%, 2분기 65.1%, 3분기 79%의 변동률을 보였다.
분기마다 웃거나 울거나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최근 4개 분기 동안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NHN,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LG화학, 미래에셋증권, 하이트맥주, 하나로텔레콤, 에스원 등 9곳 뿐이었다. 같은 기간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포스코, 두산중공업, 삼성화재, KT&G 등 27곳이었다.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하락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같은 기간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내려간 곳은 삼성전자, 국민은행, LG전자, KT, S-Oil 등 14곳이었다. 결론적으로 최소 2개 분기 이상 영업이익이 늘거나 줄어드는 지속성(?)을 보인 곳은 50곳. 다시 말해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절반은 분기마다 영업이익 실적이 들쭉날쭉하면서 ‘울고 웃었다’는 얘기다. 지난 세 분기 동안의 평균 영업이익 변동률이 0~30% 사이에 속한 기업은 포스코, 신세계, 대우건설 등 24곳이었다. 30~60% 사이는 KT&G, GS건설, 현대제철 등 27개사였다. 반면 세 분기 동안 영업이익 평균 변동폭이 100%를 넘긴 곳은 29곳에 달했다. 한국전력이 전형적인 예다. 한전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250억원. 전 분기 대비 166%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2분기에는 139% 떨어지면서 62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고, 다시 3분기에는 1945%나 이익이 증가했다. LG필립스LCD는 올 1분기에 직전 분기보다 58%나 영업이익이 떨어졌지만 다음 분기에 158%나 영업이익이 늘었다. KCC의 경우 올 2분기에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50% 올랐지만 3분기에는 다시 62%가 떨어졌다. 삼성전기는 1분기와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각각 -165%, -141%를 기록했지만, 3분기에는 2분기 대비 500%나 이익을 늘렸다. 이런 현상은 특히 수출기업에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만 봐도 그렇다. 2006년 4분기 이후 올 3분기까지 삼성전자의 분기별 영업이익 변동률은 ‘-42.3%→ -23.1%→ 127%’로 나타났다. 세 분기 평균 64% 정도의 변동폭을 보인 셈이다. 올 초 930원대 중반에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이 등락을 거듭하면서 올 7월 910원이 붕괴됐고, 8월 중순 950원대를 회복했다가, 지난 11월 초 다시 900원대가 장중에 붕괴하는 등 출렁였다. 반도체 가격 변화 등 업황의 문제도 있었지만, 이런 환율 변동이 매출의 90%를 수출이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이익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005년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2005년 한 해 동안 원-달러 환율은 1000~1050원대에서 왔다 갔다 했다. 1000원대가 무너지고 910원대까지 추락했던 2006년과 올해에 비하면 그나마 환율이 안정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시점이다. 2005년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조1500억원. 전 분기 대비 40%가 올랐다. 같은 해 2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23%가 떨어졌고, 3분기에는 다시 28%가 올랐다. 평균 영업이익 변동률은 30.3%. 올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의 변동을 보인 것이다.
수출기업일수록 심각하다
분기별로 이익 변동성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화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과 유가가 크게 움직이면서 기업이 영업이익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과 유가, 제품 가격 변동성에 영향을 받는 삼성전자, 한전, LG필립스LCD 등과 같은 기업들에 이런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기업들의 환차익 또는 환차손이 한 분기에 집중되는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들어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내놓는 실적 전망치가 대부분 엇나가는 것 역시 기업의 예측능력이 떨어지고, 외적인 요인에 의해 크게 휘둘리는 등 기업의 체력이 약화된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이나 유가 급등이 4~6개월 뒤면 실적에 반영된다”고 말한다. 올 3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그나마 좋았던 것은 기업별로 환 헤지나 결제통화의 다변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원가 절감 등의 노력을 집중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환율이 930~940원대를 유지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올 4분기 실적을 예상해볼 때, 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 4월 930원대가 무너진 후 환율 하락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초 50달러 밑(두바이유 기준)에서 출발한 유가가 8월 중 70달러를 넘어섰고, 최근 100달러 돌파를 위협하고 있어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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