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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로 버틴 국내 제조업의 운명은?

[한국 제조업계에 봄바람 분다]④
삼성·SK 반도체로 다시 미소
당분간 긍정적 흐름 이어질 전망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모습. [사진 SK하이닉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제조업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끄는 뿌리 산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8.8%(2022년 기준)에 달한다. 관련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10% 안팎인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 제조업에서 가장 눈여겨볼 산업은 반도체다. 올해 1분기 국내 제조업은 반도체 호황으로 버텼다. 일부 산업의 불황에도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모든 것을 상쇄했다. 반도체 산업의 ‘흥망성쇠’가 우리 경제의 향방을 결정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가 이끈 제조업 호황

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 성장률은 1.3%(전기 대비)로 집계됐다.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기록한 최고 분기 성장률이다.

국내 제조업(반도체·철강·석유화학·자동차·정유 등)에도 봄이 찾아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조업 생산지수는 106.8로 전년 동기(100.7) 대비 6.1% 늘었다. ‘생산지수’는 국내에서 생산한 재화 및 용역에 대한 활동을 월별·분기별·연간으로 집계해 단일지수로 표현한 것이다.

시장은 ‘반도체’ 효과라고 분석한다. 이를 제외한 지표는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반도체 및 부품을 제외한 제조업 생산지수는 101.8로 전년 동기(103.6) 대비 1.7% 감소했다.

반도체 산업 호황에 관련 기업들의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Device Solutions) 부문은 올해 1분기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2조8860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업황 악화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조73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DS 부문의 적자 규모는 14조8795억원이었다.


반도체 효과 당분간 계속된다

당분간 우리 경제와 국내 제조업을 이끌 산업은 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주요 기관에서 이미 국내 반도체 산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6%로 0.04%포인트(p) 상향 조정하면서 ‘반도체 수요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 지속’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깜짝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진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 삼성전자는 300조원대, SK하이닉스는 60조원대 연간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앤가이드의 올해 연간 매출액 예상치는 삼성전자 308조5543억원, SK하이닉스 64조7086억원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어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HBM은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 이미 완판됐다”면서 “내년 생산할 HBM도 거의 완판된 상태”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DS 부문 전망에 대해 “메모리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견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반 서버 및 스토리지 중심으로 수요 개선이 전망되고 시장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메모리는 하반기에도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수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에 대해서는 “고객사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라인 가동률이 개선됨에 따라 2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AI 메모리 수요 회복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는 일반 D램 수요도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는 일반 D램보다 큰 생산능력이 요구되는 HBM과 같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생산이 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상대적으로 축소돼 공급사와 고객의 보유 재고가 소진될 것이라고 본다. 올해 전체 메모리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이유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메모리 시장은 이제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산업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정훈 연구원은 최근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수출 반등이 반도체 외 품목으로 확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과거 반도체 가격 상승 사이클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중반까지 수출 증가세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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