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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최대 현안은 친환경 에너지

미국 대선의 최대 현안은 친환경 에너지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은 첫 경선이 실시되는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에탄올 소비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세의 공기와 물을 깨끗이 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2008년 대선에선 어림도 없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지구온난화에 관한 사람들의 우려는 앨 고어의 수상 실적보다 더 빨리 높아진다. 따라서 올해 선거 유세에선 “에너지 독립”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의료보험 계획과 이라크 전략 외에도 후보들은 지구온난화를 늦추고 미국을 수입 석유에서 해방시킬 구체안을 쏟아낸다. 힐러리 클린턴은 지난 10월 전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바이오 연료 생산을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틀 뒤에는 집 구조 개선 전문가인 밥 빌라를 대동하고 뉴햄프셔주(아이오와주 다음으로 후보 경선이 실시되는 곳)에 나타나 에너지 효율 개선 방안을 주고받았다. 얼마 뒤엔 LA에서 같은 민주당의 존 에드워즈 후보와 함께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열린 첫 대선 후보 토론에 참석했다. 이에 뒤질세라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온실가스 배출 상한선을 정하고 배출권 거래를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탄소세’ 도입을 요구했다. 루디 줄리아니 후보도 태양열, 풍력, 심지어 핵발전소를 통한 전력 공급을 “국가 안보 문제”로 규정하고 나섰다. 정치인들은 벤처 자본가와 벤처 기업들이 이미 오래전에 터득한 사실(환경보호가 가장 중요하다)을 이제야 깨달은 듯하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자본가 레이 레인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다루는 태도는 매우 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친환경 기술 벤처기업들에만 투자한다. 그래도 “아직 환경보호론자(다시 말해 민주당원)가 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가 친환경 기술에 투자하는 이유는 지난 1세기 동안 화석연료 기업들이 지배한 6조 달러의 세계 에너지 시장이 이젠 수천 명의 벤처 기업가로 붐비기 때문이다. 이들은 태양, 지열, 바이오 에너지, 배터리, 어디서든 전기를 사고파는 획기적인 전력 공급망 등 소위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기술을 판다.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는 압력이 높아지는 지금 이런 기술들은 실험실을 박차고 시장으로 뛰쳐나온다. “시기적으로 완벽한 순간”이라고 레인은 말했다. 레인이 세운 벤처 투자회사 클라이너-퍼킨스는 신규 투자펀드의 3분의 1(몇 년마다 2억~3억 달러)을 친환경 신생기업에 투자한다.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창립자 비노드 코슬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립자 폴 앨런 등 컴퓨터 초기 시대의 거물들은 이미 친환경 에너지 투자자로 변신했다. 미 벤처자본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친환경 기술 투자는 2005년 4억9700만 달러에서 2006년 14억5000만 달러로 거의 세 배 늘었다. 수익 창출은 동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재생 가능 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 기업가들 중 다수는 석유·가스·석탄의 대안을 찾는 일을 PC 출현 이래 최대의 기회로 여긴다. “우리는 현재 빌 게이츠가 하버드대를 떠나기 전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전직 마이크로소프트 중역이자 디지털 미디어 분야 선구자인 마틴 토비아스가 말했다. 그는 2005년 시애틀에서 바이오디젤 생산업체인 임페리움 리뉴어블즈를 설립했다. 증시 상장에 필요한 작업을 마친 그 회사는 올여름 미 최대 바이오디젤 정유공장을 워싱턴주의 푸짓 수역에 세웠다(토비아스가 공화당 지지자인데도 그 주의 민주당 정치인들은 준공식에 참석했다). 닷컴 붕괴 때처럼 친환경 기술 붐도 분명 모종의 붕괴 과정을 겪으리라 예상된다. 한두 차례의 투자 거품도 예상된다. 친환경 에너지 기술은 개발에 많은 노력이 요구될 뿐 아니라 석유도 당분간 사라지지 않는다. 아래 소개하는 기업가들은 그런 두려움에 전혀 굴하지 않는다. 뉴스위크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획기적 기술을 개발해 장래가 특히 유망해 보이는 기업 4곳을 선정했다(모두 주식시장에 상장이 안 됐다).
오스라

태양열 발전 업체 “태양열” 하면 요즘 유행하는 광전지판을 연상하기 쉽다. 미 전역의 주택과 사무용 건물 옥상에 솟은 장치 말이다. 그러나 물리학자 데이비드 밀스(61)는 거울을 지상에 대규모로 배열할 때 태양열 집열이 가장 효율적이란 사실을 안다. 이 거울들로 발전소 한 개를 가동시킬 정도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그는 호주의 뉴 사우스 웨일스대학에서 자신의 기술(일명 ‘프레넬 반사경 직렬 밀집 기술’)을 개발하는 데 수십 년간 정성을 쏟았다. 자신의 발견을 상업화하는 작업이 장벽에 부딪히자 한때 은퇴도 생각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벤처 자본가 두 명이 그를 주목했다. 클라이너-퍼킨스의 레이 레인과 인도 출신 벤처 자본가로 실리콘밸리에서 재생 에너지 분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표적 인물인 비노드 코슬라다. 두 사람은 밀스에게 4000만 달러 투자와 최고의 경영 인력 지원을 제의하며 캘리포니아주로 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라고 권유했다. 오스라는 2주 전 ‘퍼시픽 가스 앤드 일렉트릭(PG&E)’사와 20년간 전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캘리포니아주 센트럴 밸리에서 5억 달러를 들여 건설 중인 177메가와트짜리 태양열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다. 2010년 가동 예정인 이 발전소는 세계 최대의 태양열 발전소다. 청사진은 놀랄 만큼 단순하다. 햇빛이 비치는 통로를 따라 1평방 마일(약 2.5㎢)의 부지에 평평한 거울들이 줄지어 배치됐다. 그 거울들이 바로 위에 설치된 물이 흐르는 관에 태양열을 반사할 때 발생하는 증기로 인근 발전소의 터빈을 돌린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은 온실가스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다. 태양열의 최대 활용은 캘리포니아주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전력회사들이 2015년까지 생산 전력의 20%를 재생가능 에너지원에서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태양열 발전소 규모가 클수록 시간당 생산되는 전기도 그만큼 싸진다. “91평방 마일(약 233㎢) 면적에 반사거울이 설치되면 미 전역에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고 밀스는 말했다. 그런 곳이 개발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초강력 송전선이 없기 때문) 이제 본격화하는 태양열 발전 산업은 미국의 사막 지역에 ‘랜드 러시’를 촉발했다. 팔로 알토에 있는 오스라사의 새 사무실 내 회의용 탁자엔 남서부 오지의 예상 부지와 인접한 농지의 지도가 널려 있다. 거기엔 오스라사나 경쟁사들이 확보한 태양열 발전소용 부지마다 조그만 깃발이 꽂혀 있다. 밀스는 오스라사의 가장 유망한 부지를 가리키며 “경쟁이 치열하고 험악할수록 더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선 태양열로 생산한 전력 판매가 3배나 껑충 뛰어 1억2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른 주에서도 재생 가능 자원을 통한 전력생산 기준이 확립되면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오스라사는 벤처 자본가들의 도움으로 평소 같으면 변화를 거부했을 전력생산 업계에서 특별히 차출된 관리팀을 확보하게 됐다. 전직 해군 엔지니어로 오스라로 회사를 옮기기 전까지 수십 년간 천연가스 사업을 해온 CEO 밤 피시먼은 이렇게 말했다. “슬리퍼조차 내 소유가 아니다. 우리는 진지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이 일에 뛰어든 이유는 이 일이 사회적으로 옳아서가 아니라 유망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거울은 많아도 오염 가스가 생기지 않는 사업을 두고 한 말이다.
애미리스

합성 바이오 연료 생산업체 미생물학자 잭 뉴먼의 선택은 딸기 향을 개발해야 하느냐, 아니면 세상을 바꿔야 하느냐로 좁혀졌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의 애미리스 바이오테크놀로지사 회의실에서 그와 회사 동료들은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함께 수행한 값싼 항말라리아 약품 생산 계획이 성공을 거둔 뒤 향후 계획을 두고 고심했다. 그 같은 획기적 발전을 가능케 한 미생물(유전자 조작 기법으로 생산)이 다른 분야에서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뉴먼은 “우리는 200만 달러를 벌게 해줄 맛이나 향, 비타민제 생산을 논의했다. 바로 그때 ‘잠깐, 많은 사람이 세상을 바꾸겠다며 (우리 회사로) 몰려 왔다면 진정 큰 문제와 씨름해보면 어떨까’하는 제안이 나왔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캘리포니아대(버클리)에서 박사 후 과정을 함께 밟던 회사 과학자들은 값싼 약 생산에 이용했던 기술을 명실상부한 바이오 연료 개발에 이용하기로 했다. 기존의 화석연료와 가격이나 성능에서 경쟁력이 있는 애미리스사의 제품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85~95%나 줄여주기 때문에 에탄올보다 훨씬 더 깨끗하다. 게다가 에탄올과 달리 기존의 송유관을 통해 수송하거나, 휘발유·디젤·제트 엔진에서 이용되도록 재처리도 가능하다. 최근 애미리스는 세계 최대 사탕수수 생산국가인 브라질 출신으로 브리티시 페트롤럼(BP)에서 중역으로 일한 존 멜로를 CEO로 영입했다. 게다가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이자 CEO인 리처드 브랜슨과도 향후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협상 중이라고 알려졌다. 애미리스는 내년부터 시험 생산에 돌입해 2011년까지 첫 바이오연료 제품을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처음엔 인도적 취지로 시작한 일이다. 그러나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사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해도 놀랄 필요는 없다.
A123 시스템스

에너지 저장 장치 기업 도요타 프리우스가 휘발유 1갤런당 평균 80㎞를 달린다는 사실에 놀랐는가? 그렇다면 A123 시스템스사가 개발한 서류가방 크기의 배터리 팩을 자동차 트렁크에 설치해 보라. 그러면 어디서든 플러그만 꽂으면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둔갑한다. 그 후 그 자동차의 연비가 1갤런당 280㎞로 껑충 뛰는 광경을 지켜보라. “1년에 세 번만 탱크를 채우면 된다”고 CEO 데이비드 뷰는 말했다. 매사추세츠주 워터타운에 있는 이 회사는 전기 자동차 개발의 최대 장애물 중 하나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 기술업계와 투자업계의 격찬을 받았다. 너무 크고, 믿지 못하며, 값비싸고, 불에 타기 쉽다는 배터리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리튬 배터리는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선 아무 문제가 없지만 A123의 과학자들은 배터리의 화학 성분을 초박막 나노 인산으로 바꿨다. 나노 인산은 새 배터리의 크기를 줄일 뿐 아니라 기존 배터리보다 충전이 빨리 되는 전도성 물질이다. A123사는 기존의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플러그인형으로 전환하려는 사람들에게 내년부터 이 배터리를 판매한다. 그 전환에 소요되는 약 1만 달러의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정부나 회사가 보유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다음 단계는 GM의 새턴 뷰나 시보레 볼트 등 차세대 하이브리드 차량을 겨냥한 배터리 생산이다(2009년 미국 시장 출시). A123은 자사 제품에 그 새로운 배터리를 적용하려는 GE, 프록터 앤드 갬블, 퀄컴뿐만 아니라 시코이어 캐피털 등 주요 벤처기업들로부터도 총 1억3200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A123은 정치인들의 주목도 끌었다. 지난주엔 미 에너지부의 새뮤얼 보드먼 장관이 회사에 다녀갔고, 올해 초엔 CEO인 뷰가 백악관에 초대되기도 했다. 거기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그 회사의 배터리가 장착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통령은 골프카트가 아닌 자동차가 전기로 40마일(약 64㎞)을 달리게 될 날을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고 뷰는 전했다.
베터 PLC

차량용 전기 공급망 업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순조롭게 경력을 쌓아가던 샤이 애거시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석유의 종말에 관한 21쪽짜리 선언문과 세계의 수송 인프라를 재편할 사업 계획이다. 올해 초 애거시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거대기업 SAP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를 그만두고 회사를 창업해 ‘더 나은 곳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바로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다. 배터리 자동차를 가진 사람이 그 회사의 충전소로 가면 다 쓴 배터리를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해 준다. 이로써 전기 자동차 이용시 최대 문제 중 하나인 이동거리 제한 문제가 거뜬히 해결된다. 애거시가 계획 중인 전기 충전소를 이용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소유자가 ‘피크 아워’ 때는 자기 자동차에 남은 에너지를 되파는 일도 가능해진다. 차량에서 전력회사로 전기를 되파는 이 개념은 PG&E 등 전력회사뿐 아니라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도 검토 중이다. PG&E의 피터 다비 회장은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날을 꿈꾼다. 다시 말해 “운전자가 차를 몰고 출근한 뒤 적당한 충전소에 주차하면 마치 주식처럼 매도 주문을 내는 일이 가능해진다. 가령 가격이 Kwh당 14센트가 될 때 매도 주문을 내면 우리가 그 자동차의 전기를 끌어오는 방식”이다. 전기 자동차의 대규모 개발이 배터리 문제로 지체됐지만 지금이야말로 차량용 전력 공급망 구축에 나설 때라고 애거시는 강조했다. 마치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를 소유하기 전에 이동통신 업체들이 도처에 무선 전송탑을 세웠듯이 말이다. 그는 내년부터 전기 자동차를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할 작정이다. “그 망을 구축하면 분명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그는 말했다. 애거시는 지금까지 벤처 자본금 2억 달러를 끌어들였다. 그는 자사의 첫 재충전소가 들어설 위치를 그동안 함구해 왔지만 자신의 고국 이스라엘이 시험 무대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휘발유 가격이 1갤런당 6달러50센트에 이르고 정부도 전기 자동차 보급을 늘리는 정책을 편다. 너무 비싼 휘발유 가격과 정부의 호의적인 정책에 힘입어 배터리 자동차의 경쟁력이 더 높은 나라로는 싱가포르·아이슬란드·덴마크·일본 등이 있다. 표현 방식이야 어떻든 애거시는 주유소에서 “가득 채워 주세요”라고 했던 말을 대체할 새로운 방식에 승부수를 던졌다.


With Roxana Popescu in Boston and Constance Loizos in Silicon 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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