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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7인의 퇴직자가 들어올린 ‘중장

[파워중견기업] 7인의 퇴직자가 들어올린 ‘중장

1997년 외환위기에서 득을 보고 2000년 벤처 붐을 타 성공한 굴뚝기업. 과연 그런 기업이 있을까 의문이 들 것이다. 외환위기 때는 ‘망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것이 대다수 기업의 생각이었고 벤처 붐 때 혜택은 대부분 IT기업들에만 돌아갔다. 그런 기업이 있다면 연구 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있다. 충북 진천의 건설장비 전문기업 에버다임의 성공 과정을 보면 꼭 그렇다. IMF 위기를 적극 활용해 기회로 삼았고, 벤처 붐 때 투자 받은 돈은 회사를 키우는 데 알차게 썼다. 외환위기 때 자의 반 타의 반 퇴사한 기술자들을 대거 영입해 세계적인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전병찬(52) 대표는 “모두가 힘들었던 외환위기 때 덕을 봤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흐름을 잘 탔다”고 했다.
‘빅3’ 빼면 업계 최강


회사 개요
1994년 한우건설기계(주) 설립 1999년 저소음형 유압 브레이커 개발 2000년 회사명 (주)한우티엔씨로 변경 2001년 벤처기업 선정, 콘크리트 펌프 사업 진출 2002년 타워크레인 사업 진출 2003년 코스닥 상장 2004년 소방차 사업 진출 2007년 (주)에버다임으로 상호 변경
에버다임은 건설 ‘중장비’ 전문업체다. 중후장대(重厚長大)산업의 대명사다. 2만3000평 규모의 본사에 있는 제품 하나하나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아파트나 빌딩을 지을 때 T자로 서 있는 40~60m 높이의 타워크레인, 20~50m 길이의 사다리를 뻗칠 수 있는 사다리 소방차, 집게나 드릴 등 굴삭기 끝에 기능별로 장착해 쓰는 2~3m짜리 어태치먼트, 빌딩을 지을 때 콘크리트를 수십m 높이까지 뿜어 올려주는 콘크리트 펌프 트럭…. 이들이 주 생산 품목이다. 이 거대한 제품들이 해외로 수출된다. 워낙 규모가 큰 타워크레인은 선적을 위해 몸통 전체를 해체해야 한다. 부품 하나가 컨테이너 박스를 꽉 채운다. 소방차는 차량에 사다리를 장착한 뒤 통째로 배에 싣는다. 강철로 된 어태치먼트는 크기보다 무게가 문제. 무거운 것은 7t까지 나간다. 이런 무지막지한(?) 물건을 팔아 에버다임은 2007년 1520억원(추산)의 매출을 올렸고 100억원의 이익을 냈다.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 수출이다. 업계 4위.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등 ‘빅3’를 빼면 1위다. 에버다임이 만드는 제품은 겉으로는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기술 하나가 공통으로 숨어 있다. 기름을 이용해 거대한 물건을 움직이는 ‘유압기술’이 그것이다. 타워크레인을 움직이는 기술이나 사다리를 밀어 올리는 기술, 엄청난 쇳덩어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기술, 콘크리트를 수십m 건물 위로 올리는 기술. 모두가 ‘유압기술’이다. 전 대표는 “유압기술에 관한 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세계 최강의 기술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1994년 생겼다. 상당한 기술력이나 자금이 뒷받침됐을 것으로 보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출발은 초라했다. 대기업에 다니던 샐러리맨 몇몇이 퇴직금을 모아 설립한 ‘중고 장비 매매 전문회사’가 효시다. “대우중공업 차장으로 있을 때였습니다. 회사에서 중고 장비 처리가 골치였지요. 중고 장비를 사주고 새 장비를 파는 형식이었는데, 중고 장비를 처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TF팀을 꾸려 세계 각국의 중장비 시장을 조사한 뒤 해결방안을 찾기로 했지요. 조사해 보니 중고 장비 자체로 시장이 형성돼 있더군요. 그런 리포트를 냈더니 회사에서 TF팀이 직접 회사를 차려 해 보라는 거예요. 고민 끝에 하기로 했습니다.” TF팀은 모두 7명. 초기 자본금 2억원은 이들 TF팀의 퇴직금으로 충당했다. 전 대표도 퇴직금을 통째로 내놓았다. “자본금 3000만원을 대기로 했는데 퇴직금이 2800만원이어서 개인 돈 200만원을 보탰다”는 것이다. 샐러리맨으로서는 ‘모든 것’을 건 셈이다. 그러나 사업은 쉽지 않았다. “구로동 한 귀퉁이 땅을 얻어 중고 장비를 가득 들여놓으니 딱 고물상 같더라”는 것이다. 고생 끝에 간신히 자리를 잡는가 했더니 위기가 왔다. 창업 3년 만에 닥친 외환위기였다.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당시 회사는 1000대 정도의 중고 장비를 갖고 있었습니다. 액수로는 255억원 정도였는데요, IMF가 터지자 150억원대로 떨어진 거예요. 그나마 팔리지도 않았지요. 건설회사들이 연쇄 도산하는 판에 누가 중고 장비를 사겠습니까? 수천만원짜리 장비가 녹슬고 있으니 큰일 났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중고 장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장비를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여기저기서 싸게 사가라는 전화만 빗발쳤습니다. 처음에는 이제 망했구나 했는데 판로만 잘 개척하면 오히려 큰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정말 좋은 장비들이 싼값에 나왔어요.” 그는 판로를 해외에서 찾았다. 당시 아시아는 전체적으로 위기에 휩싸여 있었지만 비켜 서 있던 나라도 꽤 있었다. 중남미가 그랬다. 워낙 싼값이어서 그쪽 수입원은 쾌재를 불렀다. 외환위기 당시 망하기는커녕 돈을 번 몇 안 되는 회사였던 것이다. 이후 장사는 꽤 됐다. 98년 하반기 이후 경제가 살아났고 건설사들 역시 장비를 다시 사들였다. 그러나 회사가 본격적으로 고민에 빠진 것도 이 무렵이다. “수억원짜리 물건도 중고는 중고였고, 돈을 번다 해도 회사는 ‘브로커’에 불과했다”고 전 사장은 회고했다.
외환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고민 끝에 ‘제조’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갖고 있는 돈도 없었고 ‘고물상’ 이미지를 털지 못한 회사에 돈을 투자할 회사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결국 그는 이 문제도 해결했다.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98년 말 갑자기 벤처 열풍이 분 것이었어요. 비록 ‘굴뚝’이었지만 잘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열심히 투자자를 설득해 18억원을 투자 받았지요. 당시 저희 회사로서는 큰돈이었습니다.” 에버다임은 이렇게 두 번의 ‘흐름’을 타고 상승기류에 올라섰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사람이 문제였다.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건설중장비를 제대로 만들어낼 기술자가 없었던 것이다. 중고 장비 판매사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전 대표는 다시 한 번 환경을 이용했다. “외환위기 이후 실업자가 많아지지 않았습니까? 위기는 사라졌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게 저희로서는 기회였지요. 훌륭한 기술자가 널려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에버다임은 세 번의 시대 흐름을 타 ‘중고 장비 매매업’에서 ‘건설장비 제조업’으로 화려하게 변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만 잘 탄다고 해서 성공할 수는 없는 일. 마지막 장벽은 ‘물건을 파는 일’이었다. 전 대표는 “초기 영업이 너무 힘들었다”며 “결국 후불제라는 강수를 썼다”고 설명했다. 일단 물건을 쓰고 맘에 들면 돈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물건을 도로 받겠다는 것이었다. 온갖 고생 끝에 회사는 정상 궤도에 올랐다. 대기업 차장에서 10여 년 만에 중견기업 대표, 그것도 준오너급 대표가 된 것이다. 현재 이 회사 자본금은 62억원으로 퇴직금을 털어 마련한 최초 자본금 2억원의 31배로 커졌다. 창업 멤버 7명의 지분율은 100%에서 30%로 줄었지만 2007년 말 현재 주가가 7000원대 초반으로 262억원이나 된다. 전 대표의 자산은 지분율 8%에 금액으로는 70억원. ‘주식부자’가 된 것이다. 전 대표는 “이제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다”고 말한다. “초기에는 대기업과의 경쟁을 피해 니치마켓을 찾았지만 이제 대기업이 들어와도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국내시장은 당분간 전망이 어둡다”는 그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을 뚫어 세계적인 중장비 업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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