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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REND] 바이오디젤 ‘피나는 경쟁’

[NEWS & TREND] 바이오디젤 ‘피나는 경쟁’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006년 5월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바이오디젤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바이오디젤이 유망 시장으로 주목되는가 싶더니 벌써 레드오션으로 바뀌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업계는 바이오디젤 보급을 둘러싼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원료 값 급등도 바이오디젤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바뀐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식물성 연료 바이오디젤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 바이오디젤 시장은 2002년 5월부터 2005년 말까지 시범보급사업 기간을 거쳐 2006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열렸다. 2006년에 약 5만㎘였던 바이오디젤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10만㎘를 넘어섰다. 올해엔 25만㎘로 불어날 것으로 바이오디젤협회는 전망한다. 금액 기준 올해 시장 규모는 2,500억원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디젤이 각광 받는 가장 큰 요인은 유가 급등이다. 지난해 1월 배럴당 평균 55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12월에는 92달러로 급등했다. 바이오디젤 생산업체 에너텍의 김성수 대표는 “한정된 석유자원을 확보해 두려는 경쟁 때문에 석유 가격이 수요증가 요인에 비해 더 올랐다”며 “세계적인 바이오디젤 붐 역시 언젠가 도래할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풀이했다. 바이오디젤은 석유 생산량 감소에 대비하는 측면 외에 친환경적이란 장점도 있다. 바이오디젤을 연료로 쓰면 경유보다 미세먼지가 덜 발생하고, 황 화합물과 벤젠류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특히 이산화탄소 감소에 기여하는 장점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해 점점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바이오디젤 생산업체 수도 급증했다.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는 시범보급사업 기간에만 해도 신한에너지(현 가야에너지)와 신양현미유(현 BDK) 등 두 곳에 불과했다. 현재 생산업체는 이들 외에 넥센코, 단석, 에너텍, 에코에너텍, 비앤디에너지 등이 있고, 대기업 가운데엔 SK케미칼과 애경유화가 뛰어들어 모두 9개로 늘었다. 산업자원부에 바이오디젤로 등록한 업체는 20개로 이보다 두 배에 이른다. 문제는 현재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업체가 경쟁을 벌인다는 점이다. 한국바이오디젤협회 김철안 사무국장은 “올해 국내 바이오디젤 시장은 25만㎘로 예상되는 반면 산자부에 등록한 업체들이 신고한 생산능력을 합하면 연 80만㎘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오일 등 정유업체에 공급하는 물량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원가를 밑도는 가격에 입찰하는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오디젤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서도 업체들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한 바이오디젤 생산업체 사장은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며 다음과 같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2007년은 굉장히 힘든 한 해였다. 팔면 팔수록 손해였다. 정유업체에 바이오디젤을 생산원가보다 12.5~15% 낮게 공급했다. 정유업체가 최저가입찰제를 통해 가장 싸게 공급하는 바이오디젤 업체의 손을 들어 줬다. 자금력에서 앞선 업체들이 많이 뛰어들다 보니 제살 깎아먹기 식 경쟁이 벌어졌다.” 그는 “문제가 커지자 정유업체들은 올해부터 최저가입찰제 대신 적정가격제로 바이오디젤 물량을 입찰에 부친다”고 말했다. 바이오디젤 시장은 정부 정책에 크게 좌우된다. 정부는 BD5와 BD20으로 나누어 바이오디젤을 보급하고 있다. BD5는 바이오디젤이 5% 이하로 함유된 경유, BD20은 바이오디젤이 20% 이하로 혼합된 경유를 가리킨다. 정부는 BD5와 BD20 보급을 위해 이들 연료에 포함된 바이오디젤에 한해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등 ℓ당 모두 528원을 면제해 주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대두유, 팜유, 유채유, 폐식용유 등을 원료로 하는데 이들 원료의 가격이 경유보다 비싸, 시장가격 대로라면 바이오디젤을 구매해 줄 곳이 없기 때문이다. BD5의 경우 정부는 정유 업계가 주유소에서 모든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해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BD5의 혼합비율 목표는 지난해 0.5%에서 올해 1.0%로 높아졌고, 2009년에는 1.5%, 2010년에는 2.0%로 잡혀 있다. 바이오디젤 업계에서는 BD20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시장에 숨통이 트여 BD5에서 정유 업계만 바라보고 과당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바이오디젤협회의 김 사무국장은 “BD20 시장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BD20에 혼합돼 공급된 바이오디젤은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47㎘에 불과했다. BD20은 자체 저장·주유·정비 시설을 갖춘 업체에서 쓸 수 있다. BD5가 정유업체에서 바이오디젤을 구매해 경유에 섞어 주유소를 통해 판매하는 연료인 반면 BD20은 운송업체 등에서 경유와 바이오디젤을 구매해 섞어 자체적으로 활용한다. 산업자원부 석유산업팀 이정은 사무관은 “성신레미콘, 서울 강동구청 등 26곳에서 BD20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자로 지정 받았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BD20 보급이 확대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자체 정비시설 보유 요건을 완화해 외부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지방자치단체가 전용 주유소를 통해 관용차량에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디젤 업계에서는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바이오디젤업체 사장은 “건설현장의 이동주유 대상에 경유는 허용하고 있는 반면 BD20은 허용하지 않아 건설 현장에서 중장비에 BD20을 넣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고 예를 들었다. BD20 확산을 가로막는 다른 걸림돌로 바이오디젤 원료 값 급등이 지적된다. 한국바이오디젤협회의 김 사무국장은 “원유 가격이 뛰면서 바이오디젤이 각광을 받았는데, 바이오디젤 원료 가격이 원유 값을 따라 상승하는 바람에 면세 바이오디젤이 경유보다 그다지 저렴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가격 조건과 제도적인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바이오디젤 업계는 실속 없는 성장궤도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바이오디젤 업체 사이의 인수·합병(M&A)가 일어나는 등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질선 휘발유 대신 쓰는 바이오에탄올 각광
바이오디젤 이외의 신재생 수송 연료로 바이오에탄올이 있다. 바이오에탄올은 사탕수수, 밀, 옥수수, 감자 등 녹말 작물에서 포도당을 추출한 뒤 이를 발효시켜 얻어낸다. 바이오에탄올은 휘발유를 대체하는 연료로 브라질, 스웨덴 등에서 활발하게 사용된다. 바이오에탄올 강국 브라질에서는 신규로 팔리는 자동차의 80% 이상이 바이오에탄올을 사용할 수 있는 ‘플렉스’ 차량이다. 바이오에탄올은 바이오디젤처럼 환경친화적인 반면, 바이오디젤과 달리 가솔린엔진에서 바로 쓰지 못한다. 엔진과 일부 연료 계통 부품을 바이오에탄올에 적합하게 만들어야 한다. 바이오에탄올은 또 가솔린과 혼합하고 저장·수송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들어가면 안 된다. 에탄올이 수분을 잘 흡수하는데, 수분을 흡수한 에탄올은 연료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는 바이오에탄올이 바이오디젤보다 강세다. 바이오디젤은 바이오에탄올 생산량의 6%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앞에서 지적한 바이오에탄올 확산의 제약요인 때문에 바이오디젤이 먼저 상용화됐다. 현재 정부는 바이오에탄올을 도입할지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실증 연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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