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GC…국내 바이오 산업 네트워크 이곳으로 통한다
[바이오 산업 新인맥도]①
바이오 창업 1세대 대표하는 LG 출신
GC·SK 계열사 출신도 속속 창업 도전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투자 한파로 국내 바이오 산업이 움츠러들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국적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계약을 끌어낸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올해 미국 머크(MSD), 일본 다이이치산쿄와 기술이전 계약을 연달아 체결한 알테오젠이 대표적이다. 오름테라퓨틱도 지난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미국 버텍스와의 또 다른 기술이전 계약 체결 소식을 알렸다.
약물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하는 기술을 가진 알테오젠과, 항체-약물 중합체(ADC)에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를 융합하는 기술을 개발한 오름테라퓨틱의 공통점은 회사 대표의 ‘출신’이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와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나이도 세대도 다르지만, ‘LG화학’(옛 LG생명과학)에서 일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LG화학은 ‘바이오 사관학교’라고 불릴만큼 제약·바이오 업계 스타 창업자를 배출했다. LG그룹이 현재 바이오 사업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며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와 삼성종합기술원 등에 사관학교의 자리를 넘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LG화학 출신 바이오 기업 창업자들은 지속적인 성과로 명성을 새로 쌓고 있다.
바이오 사관학교 ‘LG생명과학’
LG화학은 LG생명과학 시절 1979년 대덕연구단지에 연구소를 설립해 한국 바이오산업이 토양을 마련하는 데 톡톡히 역할을 했다. 많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면서 한국 바이오업계 ‘인재 양성소’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바이오 연구개발(R&D) 분야의 인재를 국내외에서 영입하며 신약 개발에 뛰어들 미래의 창업주들이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 연결되는 고리가 됐다. LG화학 연구소의 초창기 일원으로 15년 동안 연구소장을 지낸 최남석 전 LG화학 기술연구원장을 시작으로 그의 후임들 역시 인재 발굴에 힘을 쏟았다.
이들 중 일부는 LG화학이 한차례 구조조정을 했을 당시 신약 개발 기업을 창업하며 국내 바이오기업 창업의 ‘붐’을 이끌었다. LG화학 연구소의 인재들은 신약 개발에 전문성을 쌓은 박사들이 많아 바이오기업의 많은 형태 중에서도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 기업이 많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옛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최호일 펩트론 대표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김건수 큐로셀 대표 등이다.
LG화학 출신들의 신약 개발에 대한 열정은 이들이 LG화학에 머물렀을 당시의 일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오름테라퓨틱의 이 대표는 버텍스와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 이후 올해 7월 신약 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모임에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김 대표와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te)으로 일하던 2005년 LG생명과학 신약연구소장이던 김용주 박사가 채용을 위해 미국에 왔다. 김용주 박사는 다른 기업의 채용 담당과 달리 ‘월급쟁이’ 같지 않았다. ‘신약을 무조건 개발한다’라는 의지가 느껴졌다. 김용주 박사를 보며 ‘어떤 기업이길래 직원이 주인의식을 지니고 신약을 개발하지’ 싶어 LG생명과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원동력도 그곳에서 ‘감염’됐다.”
이들 기업은 꾸준한 교류를 통해 국내 바이오기업이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토양도 마련하고 있다. 인적 교류와 R&D 구상, 사업 협력을 넘어 자금 유통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하면서다. 실제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바이오기업이 자금난에 흔들리자,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알테오젠, 펩트론, 수젠텍 등 1세대 바이오기업 대표들은 국내 바이오기업이 대상인 공동 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바이오기업이 줄줄이 사업을 접으면 그동안 일군 국내 바이오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GC·SK도 네트워크 탄탄
이런 교류와 협력은 다른 기업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벤처가 상당수인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이 성공하려면 활발한 지식 공유로 R&D 수준을 높이고 인적 교류를 통해 투자 유치를 지속해야 한다. 그만큼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신약 개발 기업의 약물을 대신 생산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명목으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공간을 부지 내 조성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존슨앤드존슨(J&J)을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도 이런 이유로 여러 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기업을 중심으로도 바이오산업 내 상호협력을 위한 교류 모임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GC녹십자 출신 바이오기업 임직원들은 GC-OB 벤처 포럼을 통해 정기적으로 신약 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GC녹십자 출신 바이오기업 임직원으로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이 대표와 조순태 듀셀바이오테라퓨틱스 고문이 대표적이다. 정요경 알엔에이진 최고기술책임자(CTO), 장기환 큐어로젠 이사, 허민주 헤지호그 CTO, 이민우 듀셀바이오 대표도 GC녹십자를 거쳤다.
SK그룹의 제약·바이오 계열사도 LG화학을 잇는 새로운 ‘바이오 인맥’ 양성 후보사로 꼽힌다. 항암제 개발 기업 티움바이오의 김훈택 대표는 SK케미칼 재직 당시 R&D 분야를 이끌며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성분명 로녹토코스알파)를 개발했다. 압타머로 췌장암 치료제를 개발 중인 압타머사이언스의 한동일 대표는 SK의약연구팀장을 지냈다.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한 김춘길 박사는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플로메디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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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하는 기술을 가진 알테오젠과, 항체-약물 중합체(ADC)에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를 융합하는 기술을 개발한 오름테라퓨틱의 공통점은 회사 대표의 ‘출신’이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와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나이도 세대도 다르지만, ‘LG화학’(옛 LG생명과학)에서 일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LG화학은 ‘바이오 사관학교’라고 불릴만큼 제약·바이오 업계 스타 창업자를 배출했다. LG그룹이 현재 바이오 사업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며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와 삼성종합기술원 등에 사관학교의 자리를 넘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LG화학 출신 바이오 기업 창업자들은 지속적인 성과로 명성을 새로 쌓고 있다.
바이오 사관학교 ‘LG생명과학’
LG화학은 LG생명과학 시절 1979년 대덕연구단지에 연구소를 설립해 한국 바이오산업이 토양을 마련하는 데 톡톡히 역할을 했다. 많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면서 한국 바이오업계 ‘인재 양성소’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바이오 연구개발(R&D) 분야의 인재를 국내외에서 영입하며 신약 개발에 뛰어들 미래의 창업주들이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 연결되는 고리가 됐다. LG화학 연구소의 초창기 일원으로 15년 동안 연구소장을 지낸 최남석 전 LG화학 기술연구원장을 시작으로 그의 후임들 역시 인재 발굴에 힘을 쏟았다.
이들 중 일부는 LG화학이 한차례 구조조정을 했을 당시 신약 개발 기업을 창업하며 국내 바이오기업 창업의 ‘붐’을 이끌었다. LG화학 연구소의 인재들은 신약 개발에 전문성을 쌓은 박사들이 많아 바이오기업의 많은 형태 중에서도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 기업이 많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옛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최호일 펩트론 대표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김건수 큐로셀 대표 등이다.
LG화학 출신들의 신약 개발에 대한 열정은 이들이 LG화학에 머물렀을 당시의 일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오름테라퓨틱의 이 대표는 버텍스와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 이후 올해 7월 신약 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모임에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김 대표와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te)으로 일하던 2005년 LG생명과학 신약연구소장이던 김용주 박사가 채용을 위해 미국에 왔다. 김용주 박사는 다른 기업의 채용 담당과 달리 ‘월급쟁이’ 같지 않았다. ‘신약을 무조건 개발한다’라는 의지가 느껴졌다. 김용주 박사를 보며 ‘어떤 기업이길래 직원이 주인의식을 지니고 신약을 개발하지’ 싶어 LG생명과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원동력도 그곳에서 ‘감염’됐다.”
이들 기업은 꾸준한 교류를 통해 국내 바이오기업이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토양도 마련하고 있다. 인적 교류와 R&D 구상, 사업 협력을 넘어 자금 유통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하면서다. 실제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바이오기업이 자금난에 흔들리자,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알테오젠, 펩트론, 수젠텍 등 1세대 바이오기업 대표들은 국내 바이오기업이 대상인 공동 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바이오기업이 줄줄이 사업을 접으면 그동안 일군 국내 바이오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GC·SK도 네트워크 탄탄
이런 교류와 협력은 다른 기업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벤처가 상당수인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이 성공하려면 활발한 지식 공유로 R&D 수준을 높이고 인적 교류를 통해 투자 유치를 지속해야 한다. 그만큼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신약 개발 기업의 약물을 대신 생산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명목으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공간을 부지 내 조성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존슨앤드존슨(J&J)을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도 이런 이유로 여러 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기업을 중심으로도 바이오산업 내 상호협력을 위한 교류 모임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GC녹십자 출신 바이오기업 임직원들은 GC-OB 벤처 포럼을 통해 정기적으로 신약 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GC녹십자 출신 바이오기업 임직원으로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이 대표와 조순태 듀셀바이오테라퓨틱스 고문이 대표적이다. 정요경 알엔에이진 최고기술책임자(CTO), 장기환 큐어로젠 이사, 허민주 헤지호그 CTO, 이민우 듀셀바이오 대표도 GC녹십자를 거쳤다.
SK그룹의 제약·바이오 계열사도 LG화학을 잇는 새로운 ‘바이오 인맥’ 양성 후보사로 꼽힌다. 항암제 개발 기업 티움바이오의 김훈택 대표는 SK케미칼 재직 당시 R&D 분야를 이끌며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성분명 로녹토코스알파)를 개발했다. 압타머로 췌장암 치료제를 개발 중인 압타머사이언스의 한동일 대표는 SK의약연구팀장을 지냈다.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한 김춘길 박사는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플로메디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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