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자동차 체어맨W | |
새 차를 사고 기분을 내기 위해 오랜만에 부인과 함께 강릉으로 떠난 A씨. 멀쩡하던 차가 갑자기 오대산 부근에서 멈춰 섰다. 난감한 상황이다. 밖에는 이미 옅은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A씨는 침착하게 전화기를 꺼내 전용 상담센터로 전화를 했다. 이내 서비스 팀이 도착했다. 하지만 고장 원인을 찾고, 고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오랜만에 강릉에서 하룻밤 묵으며 휴식을 취하려 했던 A씨가 짜증이 날 무렵 전화가 한 통 울렸다. “고객님 인근 오대산 00호텔에 객실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차를 구입할 때 가입한 멤버십 신용카드가 효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이제 외곽도로에서 차량이 고장 나면 난감해야 했던 몇 년 전과 달라졌다. 최근에는 보험사의 24시간 출동서비스로 멍하니 서 있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시내가 아닌 곳에서 차량이 고장 나면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불편을 자동차 회사가 없애 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물론 다 알아서 해 주는 건 아니다. 비싼 차를 산 사람만 해당된다. 앞서 예를 든 호텔 제공 서비스는 차량을 구입한 사람 중 연회비 50만원인 멤버십 신용카드에 가입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고급차를 출시하면서 차량을 구입하는 고객들을 위한 멤버십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지난 2월 27일 국내 차 최초로 1억원대 가격(최고 1억200만원)으로 출시한 체어맨W는 5년 10만km 보증수리기간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최장 보증수리기간인 이 서비스는 소모성 부품을 무료로 교환해 준다. 소모성 부품에는 엔진오일, 오일필터, 에어컨필터, 공기청정기필터, 와이퍼 블레이, 에어클리너가 포함된다. 이 수리기간이 8시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 무료로 대여 차량을 제공한다. 또 차량 구입 후 5년간 연 1회 차량 정기점검을 하고, 신차 구입 후 15일 이내에 회사직원이 방문해 차량을 점검하고, 주요 기능을 설명해 준다.
체어맨W, 해외골프 패키지 할인 | ▶제네시스퍼플카드 | |
앞서 예를 든 호텔숙박 서비스도 체어맨W에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연회비 50만원인 체어맨W신한카드를 발급받을 경우 해외 골프패키지 여행 동반 1인 무료, 국내선 동반 항공권 무료(연 1회 편도),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정밀 건강검진 할인 및 동반 1인 무료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 장기간 여행 또는 출장시 전국 43개 사업소에 차량을 무상으로 보관할 수 있고, 콜센터에는 전담 상담자가 배치된다. 긴급출동 서비스는 10년간 횟수 제한 없이 무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사고로 인한 결함이나 주요 부품 수리 외에 대부분의 것을 자동차를 판 회사에서 해 주는 셈이다. 쌍용차 측은 “월드 클래스 자동차라는 자부심에 맞게 서비스 수준도 대폭 높여 고객들의 편의를 최대화했다”고 말했다. 고급차 멤버십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현대·기아차다. 99년 에쿠스가 출시되면서 시작된 이 서비스는 제네시스가 출시되면서 업그레이드 됐다. 제네시스는 일반부품 3년 6만km, 동력계통은 5년 10만km 무상보증기간을 실시하고, 5년간 5회의 엔진오일 무료교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제네시스, 무료 왕복 항공권 제공 | ▶SM7 뉴아트 | |
무상보증기간 안에는 각종 소모성 부품도 무료로 교환해 준다. 또 운행 중 차량이 고장 나면 긴급 출동서비스를, 하루 이상 수리할 경우 전담 서비스센터에서 렌터카를 무료로 대여한다.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도 3년간 6회에 걸쳐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프리미어 라운지’라는 제네시스 전용 콜센터에는 전용선과 전담 상담원을 배치하고, 전문가 초청 강연회 및 문화공연, 골프 클리닉 등 다양한 VIP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네시스퍼플카드(연회비 30만원)를 발급받을 경우 중국, 일본, 동남아 여행시 동반자에 한해 무료 왕복 항공권이 제공된다. 또 국제선 및 국내선 항공권도 할인된다. 이에 앞서 출시된 베라크루즈도 건강검진 서비스와 해비치 호텔, 리조트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아차의 모하비와 오피러스도 호텔 무료 발레파킹, 각종 소모성 부품 무료 교환 등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지난 1월 SM7 뉴아트를 출시하면서 고급차 멤버십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3년 6만km 보증수리기간 내에 소모성 부품을 무료로 교환해 주고, 6만km 또는 6년 동안 총 6회의 차량 점검 서비스를 해준다. 전담 팀이 정비이력을 확인해 운전자가 잊고 넘어가더라도 소모품을 교체해 준다. 보증수리기간 내 무상 정비와 점검시에 고객이 직접 AS센터에 올 필요도 없다. 회사에서 사람이 나와 차량을 가지고 가서 고친 후 다시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갈 때도 혜택이 있다. 인천공항에 갈 때 도착 30분 전에 전화를 하면 전담 주차요원이 주차해 준다. 여기에 손세차까지 서비스된다. 다만 이런 서비스는 3.5차량 소유자에게만 해당된다. 무상 점검이나 보증수리 과정에서 차량 정비하는 데 48시간이 넘어갈 경우 무상으로 다른 차량을 빌려주기도 한다. 또 차량이 고객에게 인도된 후에도 시기별로 각종 축하 기념품과 서신이 발송된다.
SM7, 6년 동안 6회 무상점검 이처럼 고급차 판매시장은 이제 자동차 자체의 품질 경쟁을 넘어 자동차 소유자들에게 관리까지 해 주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쌍용차의 체어맨W는 5년 10만km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무상 수리기간을 늘렸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AS비용이 그만큼 많이 들어가게 되지만 상류층 고객을 잡기 위해 택한 방법이다. 단순히 무상 보증기간을 늘리는 차원을 벗어난 서비스도 많다. 체어맨, 제네시스, 모하비, SM7 등 각 브랜드의 최고급차들은 대부분 문화공연과 호텔 무료 주차, 공항 무료 주차 등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차종은 신용카드 서비스와 묶어 해외 여행이나 호텔 무료 숙박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올 들어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잇따라 고급차를 내놓으면서 서비스 경쟁은 불이 붙고 있다. 올 초 현대차의 제네시스를 필두로 르노삼성의 SM7 뉴아트, 기아의 모하비, 쌍용차의 체어맨W 등 3000만~1억원대의 차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시장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들이 가격을 대폭 내리며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등 외부적 요인도 고급차 시장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또 고급차는 품질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나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쌍용차 이교현 상무는 “자동차, 특히 고급차는 제품 하나를 파는 게 아니고 문화를 파는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는 활동영역을 회사가 전반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고객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맛볼 수 있게 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서비스가 고급차 중에서도 고급 사양 위주로만 제공된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