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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 비싼 투자는 어리석다

맹목적 비싼 투자는 어리석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자로 선정된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경택 상무가 기자회견을 갖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용산에 ‘일대 사건’이 있었다. 11월 2일 용산 국제업무지구(드림 허브) 개발사업 우선협상자가 선정된 것이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투자자도 이 사건을 놓치지 않았다. 용산 땅값 급등의 ‘진원지’가 될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표준지가 공시에 따르면 용산은 17.99% 상승으로 서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용산역 주변, 국제업무지구, 국제빌딩특별구역, 한남뉴타운을 축으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면 서울을 대표하는 초대형 복합단지로 변모할 거라는 기대가 크다. 투자자의 눈길이 쏠리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투자 전에 준비해야 한다. 투자시 주의할 점과 알짜 투자처를 소개한다.
‘호재’를 품은 지역일수록 투자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 국내 최대, 최장기 사업인 만큼 곳곳에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용산 부동산 투자 주의점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투자 리스크 감안하라=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많이 존재한다. 용산지역 개발의 핵심은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다. 이 드림 허브 사업의 진척도 및 완성도, 사업 결과에 따라 용산지역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개발기간이 길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약점이다. 그만큼 돈이 오래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드림 허브는 일본의 롯폰기 힐스를 벤치마킹 했다. 롯폰기 힐스 프로젝트는 10만㎡를 개발하는 데 20년 정도 걸렸다. 드림 허브의 바닥면적 규모로 보면 롯폰기 힐스의 5배에 달한다. 그런데 드림 허브는 2016년에 사업 완공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 일정대로라면 지금부터 불과 8년 후에 모든 사업이 끝난다는 얘기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개발사업에 사유지 6만여㎡가 포함돼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자. 아파트와 단독주택,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는 서부이촌동 2200여 가구를 주목하자는 얘기다. 이 지역 주민들과의 보상비 협상 같은 합의 과정에서 개발사업 기간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아울러 용산 철도정비창을 옮기는 문제, 필요에 따라서는 일부 도로를 지하화하는 문제도 감안해 보자. 주변지역 주민들과 이견을 조율하고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개발계획 ‘차질’을 예상하라=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구역에서 거래하기는 쉽지 않다. 팔려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현재 이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서다. 그래서 투자하기도 어렵다. 용산지역은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용산공원 개발, 국제빌딩 주변구역의 도심재개발, 한남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 같은 강북 도심재개발 계획과 맞물려 여러 가지 호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용산 원효로, 서계동, 용문동, 청파동, 후암동 같은 곳에서 투자 붐이 일고 있다. 이곳은 철도 주변으로 기반기설이 열악하고 노후 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들이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주택재개발사업과 토지의 효율적 이용사업, 도시기능의 회복이 필요한 사업이 요구된다. 그래서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시행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 일명 도시재개발사업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용산구는 이미 서계·청파·원효로 일대의 주거환경 개선과 기반시설 확충, 도시기능 회복을 체계적 추진하기 위해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위한 타당성 용역 발주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개발계획은 시차를 두고 우선순위에 따라 진행될 전망이다. 지역주민의 요구에 따라 곧바로 추진되지 못할 계획도 상당히 많다. 투자자들은 당국이 펼쳐 놓은 장밋빛 전망과 중개업소의 설명만 믿고 투자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자금의 ‘고정화’ 조심하라=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것이다. 개발예정지에 투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다. 우선 개발예정지역이 어떻게 확정될지 잘 모른다. 개발예정지역이 확정되었다 해도 개발예정기간 역시 불확실하다. 용산 주변지역은 대부분 주택재개발 및 도심재개발 형태의 개발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촉진법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업은 주민 동의 절차, 지자체의 인허가 절차로 사업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개발에 따른 이익 발생과 사업 추진 원활화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건축 제한 같은 갖가지 재산권 행사에 대한 제약도 발생하게 된다. 장기간의 사업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많기에 투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 용산지역에 쏠리는 관심이 크면 클수록 가격이 올라 투자자들은 적정가격에 투자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용산 투자는 향후 이곳이 강북 개발의 중심지가 되고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일어난다. 지나친 성장 기대감 때문에 내재가치를 초과해 비싸게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다.

◇다른 지역과도 비교하라= 도심지 세운상가, 여의도 업무시설도 용산과 함께 개발되고 있다. 이 지역들은 상호 경쟁하면서 연계성이 있다. 여기에도 눈을 돌려 보자. 용산 드림 허브는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복합빌딩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업무지구는 국가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많은 돈을 들여 크고 멋있는 업무용 빌딩을 지어도 그곳에 입주하려는 기업이 적거나 국가경쟁력이 못 미쳐 다 채워지지 않는다면 큰 후유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용산은 다른 지역 업무시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우선 여의도 통일주차장에 지어지는 70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 2개 동 등 총 5개 동으로 2011년 완공예정인 여의도 업무시설을 관심 깊게 지켜보자. 인천 송도에 151층으로 2010년에 완공예정인 경제자유구역 업무시설도 있다. 대규모 업무시설들이 2010년 이후 속속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업무시설들이 과연 모두를 만족시킬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용산의 성공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용산에 투자하기 전에 강북 중심지역, 강남지역과 비교해 상대적 투자가치를 고려하는 것은 필수다.

◇강한 양지 뒤에 강한 음지 생긴다= 높은 건물을 지으면 땅 소유주는 좋지만 그 뒤편 건물 소유주는 일조권 등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또 개발 때 제대로 편입되지 못한 땅은 상당기간 이용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 용산지역은 ‘새로운 한강시대’의 주역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나 여기에서 좀 벗어나는 용산 개발의 음지 지역은 도리어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이를테면 현재 도시재개발사업으로 국제빌딩 특별구역이 개발되고 있다. 9만여㎡에 30~40층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가 조성된다. 그런데 바로 맞은편에 특별한 컨셉트를 가진 국제업무지구가 지어진다면 과연 국제빌딩 특별구역의 상권은 어떻게 될까? 득도 많지만 실도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업무시설만 많이 공급되면 투자자들에게 힘든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용산 ‘드림 허브’ 사업은…
용산 국제업무지구(드림 허브) 개발사업은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에 랜드마크 타워와 국제업무 및 상업·주거·문화시설이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단지 건설 프로젝트다. 건설 개발부문의 삼성물산과 재무적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주축이 돼 국내외 26개 업체가 참여한다. 개발사업비 28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개발 면적은 총 56만여㎡고 2011년 착공해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규모 및 개발기간 측면에서도 국내 최고의 개발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용산 호재는 사실 많다. 용산 드림 허브 개발사업을 주축으로, 미8군 부지를 용산공원으로 바꾸는 계획도 있다.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의 전반적인 약세에도 용산은 이미 최고 관심지역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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