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동양의 맨해튼’뜬다
 | ▶현재 건설되고 있는 서울국제금융센터 부지(아래 공사현장)와 파크원 부지.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를 전망이다. | |
“여의도는 사람이 살기 그리 좋은 지역은 아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내정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과연 그럴까? 이 장관과 달리 여의도를 아는 이들은 이 장관이 앞으로 달라질 여의도에 약간의 관심만 있었다면 이런 말을 쉽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의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여의도 부동산 지도는 변화 움직임이 확연하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여의도의 랜드마크는 63빌딩이나 LG트윈타워였다. 하지만 이는 곧 바뀔 것이다. 옛 중소기업 전시장과 그 주변에 들어설 서울국제금융센터(IFC Seoul)와 파크원이 새 랜드마크로 부각되고 있다. 또 숲에 나무가 자라듯 빈틈이 있는 곳마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있으며, 지상도 모자라 땅속까지 파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니다. 미래를 위한 정체성도 뚜렷하다. 여의도는 지금 국제금융 전문도시로, 그리고 이에 걸맞은 새로운 거주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여의도는 1980년대 가장 주목 받는 부동산 시장이었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색이 ‘서울 속의 서울’이라는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관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쇼핑센터와 교육시설이 부족했다. 주부와 자녀들을 위한 시설이 부족했던 것이다. ‘주거지로서는 불충분’이란 악명이 씌워졌다. 대신 여의도는 금융도시로 발돋움해 나갔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증권사들이 국가 정책에 따라 속속 본사를 여의도로 옮겼다. 하지만 ‘반쪽 금융도시’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은행이나 보험사 본사가 여의도에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밤만 되면 ‘유령도시로 변한다’는 속설이 사라지지 않았다. 하루 유동인구가 35만여 명이나 되지만 평일 오후 7시 이후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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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이 ‘부족한 반쪽’을 충족시키는 대안이 속속 등장하면서 여의도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평면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차원 격을 높일 수 있는 미래형 호재들이 연이어 선을 보이고 있다. 일단 눈에 띄는 것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서울국제금융센터와 파크원 건설을 시작으로 지하철 9호선 개통, 낙후된 아파트 재건축 확정, 각종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신축 등이 여의도를 다시 떠오르는 땅으로 만들고 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여의도는 국회의사당과 증권사가 잔뜩 몰려 있는 동네쯤으로 생각돼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예정돼 있는 개발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안 좋았던 인식은 금세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호재는 서울국제금융센터(설명 박스 참조) 건립이다. 서울국제금융센터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여의도의 오피스텔, 호텔, 상가시설 등의 증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 서울국제금융센터의 등장과 함께 서울시가 선정하는 국제금융지구로 선택되면 여의도는 국제금융도시로서의 입지가 확실히 굳어지게 된다. 현재 여의도 내에는 호텔 2개(메리어트, 렉싱턴)와 4~5개 오피스텔이 있다. 여기에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룹의 ‘크라운 프라자 호텔’이 파크원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고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한국HP 옆에는 SK건설이 짓고 있는 오피스텔(S-Trenue)이 올라가고 있다. 2009년 8월 완공 목표인 이 오피스텔은 연면적만 3만9000m2(1만2000여 평)다. 문제는 숙박시설이다. 업무특성상 단기 상주인구가 서울 다른 지역보다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숙박시설 부족은 커다란 맹점이다. 한국씨티은행 한 관계자는 “여의도에서 업무를 보다 머무를 곳이 마땅치 않아 목동, 마포 등 인근지역에 숙소를 잡는 외국인이 많다”며 “국제금융지구로 발전하려면 기본 숙박시설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 ▶SK건설이 짓고 있는 S-Trenue(오피스텔). 그 밑으로 지하철 9호선 공사가 한창이다. | |
이와 더불어 주상복합 자이도 큰 집중을 받고 있다. 여의도가 쾌적한 주거지로 변신할 수 있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5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자이는 옛 한성아파트를 재건축해 탄생한 주상복합이다. 2005년 분양가 대비 현재 평균 10억원 안팎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222m2(68평)의 분양가는 11억7000만원가량이었다. 현재 호가는 21억원이다. 155m2(47평)도 분양가 8억5000만원에서 현재 17억원으로 뛰었다. 한성아파트가 낡아 재건축한 것인데 어느 누구도 이처럼 높은 호응을 보일지 몰랐던 것. 인근 L공인중개소는 “주상복합이라 어느 정도 프리미엄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며 “10억원가량의 프리미엄이면 웬만한 주상복합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이 지하 1층에는 신세계 이마트가 들어선다. 자이 입주와 동시에 개장한다. 총면적은 9300m2(2800여 평)로 실제 매장은 3300m2(1000평) 규모다. 여의도 최초 할인매장인 이마트는 ‘장을 볼 곳이 없다’는 인식을 어느 정도 녹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김윤섭 과장은 “자체조사 결과 여의도 이마트 반경 1km에는 3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한 상권을 형성할 수 있다”며 매장 개설 이유를 설명했다. 이마트는 ‘여의도는 장사가 안 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첫 시도를 한 것이다. 인근지역에 할인매장을 갖고 있는 롯데마트(영등포)와 홈플러스(문래)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다. 자이가 합격점을 받자 주변 아파트 재건축 활성화에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삼부아파트(1976년 건립)는 지난해 12월까지 아파트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재건축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L공인중개소는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이 더 후한 값(20~30%가량)을 받을 수 있다”며 “자이 학습효과에다 신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심리로 삼부아파트는 물론 인근지역 아파트들이 적극적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범아파트(1971년 건립)는 최근 영등포구청에 재건축추진위원회 승인을 신청했다. 5월 말이면 여부가 판가름 난다. 삼부아파트는 지난 7~8년 동안 재건축 논의만 무수히 해왔다.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의도역 인근 미성아파트(1978년 건립)도 이번 달 안으로 재건축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수정아파트(1976년 건립)도 주민들의 재건축 동의를 구하고 있다. 이들 아파트의 용적률은 140~ 170%대다. 현재 규정상 이들 아파트는 최고 200%까지 지을 수 있다. 이런 여파로 올해 들어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가격이 최고 5000만원 이상씩 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 매물이 없기 때문이다. 시범아파트 79m2(24평)는 지난해 말 6억8000만원에서 최근 7억4000만원으로 올랐다. 삼부아파트는 리모델링이 재건축으로 변경되면서 89m2(27평)가 5000만원가량 오른 8억원대에서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더불어 오피스 빌딩 재건축도 큰 탄력을 받고 있다. 여의도 내 4~5개 빌딩이 재건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회관. 순수 건축비만 3100억원이 들어가는 전경련회관 재건축은 2011년 12월께 준공할 계획이다. 이 밖에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고 한강에 배 터미널, 생태공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 쾌적한 주거지로서의 요건을 꼼꼼히 갖추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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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시범, 미성아파트가 최근 재건축 탄력을 받고 있다. 그 뒤로 성공적인 재건축이란 평가를 받는 주상복합 자이가 보인다. |
“조만간 강북 속 강남 될 것” 지하철이 개통되면 인근지역의 땅값이 최대 30% 이상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최근 뚫린 지하철 중앙선(덕소역, 도농역 등)은 남양주 땅값을 3.3m2(평)당 200만원까지 올렸다. 불과 1~2년 전과 비교하면 20~30% 이상 오른 셈이다. 지하철 9호선 개통은 강남으로의 이동 시간을 20~30분 정도 줄여주고 강서권의 수요층을 여의도로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의도에서 20년 이상 살았다는 조영일(33)씨도 요즘 들어 ‘천지개벽’이란 말을 실감한다고 한다. “88년에는 여의도 어디에서든지 63빌딩(85년 완공)이 보였습니다. 그만큼 높다란 빌딩이 얼마 없었던 거죠. 이제는 여의나루역을 조금만 비껴나가도 63빌딩이 안 보입니다. 10년 새 높은 건물이 많이 들어섰어요. 여의도가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조만간 63빌딩보다 훨씬 높은 건물이 들어선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여의도 서쪽 일대의 개발도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민석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진행되는 개발은 증권사가 몰려 있는 동여의도 일대뿐”이라며 “서여의도 개발도 같이 진행돼야 여의도가 국제금융도시와 새로운 주거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여의도는 국회의사당 때문에 ‘최고고도제한(건물당 최고 높이 65m를 넘을 수 없는 제한법)’이 지정된 지역이다. 또 상업지구라 아파트를 전혀 지을 수 없다. 동여의도와 비교해 봤을 때 서여의도 일대의 빌딩 높이는 절반 내지 3분의 1 수준. 조금 더 현실적인 개발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올 만하다. 한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관계자는 “서여의도 일대를 ‘여의도 속의 여의도’식의 소금융도시로 개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어쨌든 여의도는 새로운 땅으로 주목 받고 있다. 개발에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여의도 일대 주민들은 ‘강북의 강남’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한 증권사 부동산금융팀장은 “적어도 10년 안에 여의도는 강남을 뛰어넘는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국제금융센터는… |
55층짜리 첨단 오피스 타워  | ▶서울국제금융센터 조감도 | | 서울시는 서울을 동북아의 금융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국제금융지구가 선정될 계획이다. 현재 여의도, 강남 일대, 강북 도심 등이 후보군으로 선정됐다. 이 중 여의도가 선정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얼마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서울시 용역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여의도가 향후 금융도시로서 다른 지역보다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 한 관계자는 “여의도가 다른 후보지역보다 공항·주요 도로 등이 가까워 접근성이 높으며, 서울국제금융센터 건립 등으로 금융업무 협력이 쉽다는 게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여의도 옛 중소기업 전시장 자리에 지어지고 있는 오피스 타워다. 총 연면적 51만m2(14만500여 평)의 오피스 빌딩 3개 동과 호텔 1개 동이 들어선다. 개발사는 AIG코리아부동산개발이며, 시공사는 GS건설 컨소시엄(대림산업,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참여)이다. 규모는 최대 55층(295m가량)으로 2013년까지 단계적인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타워에 입주하는 기업들에는 취·등록세와 법인세 감면과 상·하수도 설치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질 예정이다. AIG코리아부동산개발은 “서울국제금융센터는 향후 뉴욕의 록펠러센터(Rockefeller Center), 런던의 카나리워프(Canary Wharf) 등 국제도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빌딩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더구나 길 건너 옛 통일교 주차장에 69층짜리 오피스 타워 파크원(Parc1, 연면적 64만m2)까지 같이 올라가고 있어 금융업무지구로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격적인 빌딩 매입자로 떠오르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얼마 전 파크원을 9000억원가량에 사들였다. |
여의도에서 웃는 자와 우는 자 현재 여의도 한화증권빌딩이 매물로 나와 있다. 얼마 전까지 코크렙제3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회사가 주인이었다. 이 부동산회사는 2003년 한화그룹으로부터 이 빌딩을 1410억원에 사들였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매각가는 2500억~3000억원가량. 가만히 앉아 5년 동안 최대 1600억원가량을 번 셈이다. 현재 이 빌딩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우선매수 자격을 받은 한화그룹을 비롯한 대우증권, 딜로이트 등 5~6개 업체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빌딩 매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최근 들어 빌딩 임대료와 매매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의도지역 빌딩 공실률이 1%대 이하라는 점도 가격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일반적으로 공실률이 5%대를 유지해야 시장의 수급이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공실률 1%대는 공급보다 수요가 상당히 많은 것이다). 이 때문에 세입자 신분의 회사들은 날로 근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향후 5년 내 임대료가 현 수준보다 최대 50%까지 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건물주는 입주를 원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임대료가 비싸면 나가라는 식이다. 현재 여의도의 대표적인 세입자 기업은 대우증권, 하나대투증권, SK증권, 팬택 등이다. 반면 도이치뱅크 부동산 사업부 ‘리프’는 대우증권빌딩과 동양증권빌딩을, HSB 프로퍼티포인베스트먼트는 하나대투증권 빌딩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매년 임대료만 수십억원씩 거둬들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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