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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까지 1000원 안팎 유지할 듯

4월까지 1000원 안팎 유지할 듯

▶환율이 단기간에 1000원을 돌파하면서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2일 연속 상승하며 3월 17일 2년 2개월 만에 1000원대를 넘어섰다. 파죽지세로 1000원대를 상향 돌파한 환율은 5일째 네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네 자릿수 환율 움직임이 지속될 것인가에 모이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세는 오버슈팅(단기과열)적 측면이 강하다. 지난 2월 말 930원대에 머물던 환율은 12일 만에 무려 90원 이상 급등했다. 아무리 글로벌 신용경색과 경상수지 적자 등이 겹쳤다고 해도 단기간에 환율이 이렇게까지 급등한 것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 최근 환율이 급등한 데는 무엇보다도 스왑시장의 불안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일 외환당국의 강력한 스왑시장 개입으로 20~30원에 달했던 일일 환율 변동폭이 10원 이내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시장 불안이 진정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000원대 돌파의 기폭제가 된 투자신탁회사의 환헤지 청산 물량도 진정되는 듯한 모습이다.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조만간 980원대의 세 자릿수 복귀도 가능하나 1000원 선이 우선 저항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에 이어 달러 자금 경색 현상이 3월에 다시 나타난 것은 미국 금융회사들의 분기 결산과 관련이 깊다. 결산을 앞두고 해외증시에 투자한 주식을 팔아 달러 자금을 확보하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단 3월이 지나고 4월에 들어가면 이 같은 달러 자금 경색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4월에 외국인들의 배당금 역(逆) 송금 달러 수요가 있기는 하나 글로벌 신용경색이 어느 정도 풀리면 환율 상승세도 한풀 꺾일 전망이다. 하지만 오버슈팅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다시 1000원 선에 접근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지속되면 달러 자금을 국내에 조달하기 어려워 환율은 상당 기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의 하나였던 ‘해외펀드 규모 확대’가 이제는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해외 주가 급락의 여파로 자산가치가 감소한 해외펀드들은 달러 선물환 매입을 늘리게 된다. 급락한 중국, 홍콩, 인도 등 해외주가가 크게 반등하지 않는 한 투신사들의 달러 매수세 유입은 계속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 불안에 따른 위험 회피 성향과 엔화 강세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상당부분 청산돼 글로벌 증시의 회복은 쉽지 않다. 다행히 외국인이 주식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전환해 주식매각자금 역 송금을 위한 달러 수요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완전한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12월 결산법인인 외국인 주주들이 받는 배당금 송금이 3~4월에 집중돼 있어 환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지난 수 년 동안 외국인 배당금 송금이 있는 3, 4월에는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는데 올해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적어도 4월까지는 환율이 떨어지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방경직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5월부터는 환율 상승세가 꺾일 것인가? 일단 외국인 배당금 송금 시즌이 지나가면 한시름 놓을 법도 하나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그때쯤이면 경상수지 적자가 굳어질 우려가 있다. 유가 및 원자재 값 급등과 무역적자 확대로 경상수지 적자 기조가 지속되면 달러 공급 물량이 줄어들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외국인 투자가 저조한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를 채우려면 해외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만일 그때도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지속되면 환율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달러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환율이 급등한 것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부각된 탓이다.
지난 3년간 원화 지나치게 절상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정부의 환율정책 방향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차관 라인은 원화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취해 왔다. “수입물가가 오름에 따라 초래되는 물가 불안은 어느 정도 용인하더라도 수출 확대로 5%대 성장률 달성을 위해 1000원 내외의 환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외환당국도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물가관리 차원에서 부담스럽다. 최근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선 것은 환율 변동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으로 봐서 당분간은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980~1010원대의 환율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년간 환율 하락의 주요 요인이었던 수출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세는 환율이 950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환율의 하방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최근 환율 급등세는 지난 3년간 원화가 주요국 통화들보다 과도하게 절상된 데 따른 조정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환율 상승의 핵심 요인인 글로벌 금융 불안이 본격적으로 해소되면 환율은 하방경직성을 벗어날 전망이다. 환율이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미국의 금융 불안이 언제쯤 해소될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1~2년은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6개월은 더 간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 18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및 재할인율 추가 인하와 미국 금융회사들의 실적 호전 발표 등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금융위기가 끝났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를 신속하게 정리하고,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직접 대출 실시 및 금리인하 등의 정책을 펼쳐 미국 금융시장을 괴롭혀온 ‘신뢰의 위기’를 해결할 실마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약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3분의 2를 올해 1분기까지 떨어내겠다는 점도 금융 불안 해소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다소 성급하다. 미국의 경기가 사실상 ‘침체’로 들어선 데다 돈이 돌지 않는 신용경색 상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연계 채권금액이 가장 많은 메릴린치도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상당수 중소은행과 헤지펀드들의 모기지 관련 부실이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또 다른 지뢰밭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환율이 올 상반기까지는 970~1100원 사이에서 오갈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금융 불안이 하반기부터 서서히 풀릴 것이라는 전망은 어느 정도 신뢰를 얻고 있다.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진정돼 하반기에 신용경색이 완화될 경우 환율은 하락세로 들어설 수 있다. 최근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한 FRB가 일단 불길은 잡았으나 실물 부문에서 금리 인하의 약발이 떨어질 경우 공격적 금리인하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미 간 금리차가 하반기에도 좁혀지지 않는다면 환율을 떨어뜨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반기에 글로벌 금융불안이 완화되고 미국의 경기부양 효과,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 등에 힘입어 무역수지 적자는 감소하고 환율은 950~980원대로 하락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진정되면 외국인의 증권 투자가 다시 활발해져 자본수지가 개선되고 환율은 하락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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