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대란 ‘12일의 악몽’ 주범은?
환율 대란 ‘12일의 악몽’ 주범은?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악몽이었습니다.” 환율 폭등 사태가 다소 진정된 19일 한 외환딜러는 지난 2주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패닉 그 자체였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속된 말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어제는(18일) 넉 놓고 차트만 보고 있었죠. 환율이 1030원까지 올랐을 땐 여기저기서 허공에 대고 욕들을 하기 시작했죠.” 환율 폭등 사태로 패닉에 빠진 것은 외환딜러만이 아니다.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환율 상승이 곧 경영실적 악화를 뜻하는 수입업체들엔 2주간의 환율 폭등은 그야말로 청천병력이었다. 한 식품업계 임원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수입 원재료 값 상승으로 20억~30억원의 손실을 봐야 한다”며 “2주간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토로했다. 개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해외펀드에 투자했던 많은 개인은 환헤지로 환차익 기회를 날려야 했고, 해외에 가족을 보낸 기러기 아빠들은 껑충 뛴 생활비 부담 때문에 한숨만 내쉬어야 했다. “매달 중순 500만원가량의 생활비를 보냈는데 이달에는 환율이 너무 올라 송금을 늦추기로 했죠. 아내가 묻더군요. 이러다 외환위기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고요.” 지난해 미국에 가족을 보낸 P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환율 폭등 사태가 시작된 것은 2월 말부터였다. 연초 이후 930~940원 사이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2월 29일부터 오르기 시작하더니 3월 17일까지 2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상승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폭은 가팔랐다. 급기야 17일에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하루 30원 이상 환율이 오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렇게 환율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단 2주 만에 1000원을 넘어섰다. 2년 2개월 만에 ‘1달러=1000원’ 시대로 돌아간 것이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청와대와 정부, 외환시장 곳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며 사태의 진원지를 찾으려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 가치가 뚝 떨어지는 가운데 유독 원화만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는 이상현상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사태 파악에 나서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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