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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홈’에 사람들 몰린다

‘그린 홈’에 사람들 몰린다

로브 무디(34)가 처음부터 건축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환경과학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주말엔 많은 시간을 집을 고치는 데 할애했다. 그의 집은 전통적인 싱글 지붕 구조로 무디 가문이 100년간 살아온 집이다. 콘크리트 블록 교실에서 7년간 근무한 뒤 그는 삶에 변화를 주기로 결심했다. “전통 가옥에 대한 애착과 환경에 대한 사랑이 서로 맞물려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에코빌더스라는 회사를 설립한 뒤 친환경 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오늘날 무디의 현장 주임들은 폐식용유에서 추출한 재활용 연료를 사용하는 픽업트럭을 타고 다닌다. 주택을 새로 짓든 개조하든 그는 단열 공사를 철저히 하고 ‘지속 가능한’건축재를 사용한다. 또 각종 건자재 부스러기를 빠짐없이 재활용하기 때문에 쓰레기통이 필요 없을 정도다. 고객들도 그런 방식을 좋아한다. 무디는 “지난해 매출이 두 배 늘었다. 올해도 두 배 정도 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건축업계의 주된 색상은 녹색(환경)이 아니라 적색(적자)이다. 주택 시장은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담보주택 압류 사태가 지속되고 주택 값이 대출금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주택 건설업체들은 직원의 25%를 해고했다. 올해 신규 주택 판매는 63만2000가구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1992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도 밝은 소식이 있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친환경 주택인 이른바 ‘그린 홈’쪽으로 바뀌면서 관련 건축업자들이 바빠졌다고 한다. 미 주택건설업협회의 2007년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택 구입자들은 전기·가스·수도 요금을 줄일 수만 있다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를 갖추기 위해 8964달러의 추가 비용을 쓸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이 마침내 전환점에 이르렀다는 공감대가 생겨났다. “시장이 친환경 건축 쪽으로 움직인다는 게 기정사실처럼 됐다”고 미 그린빌딩위원회의 선임 부사장 미셸 무어는 말했다. 분명 소비자의 관심은 높아졌다. 그러나 대다수 소비자는 아직 친환경 주택의 개념을 잘 알지 못한다. 다양한 속성을 지닌 광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특징은 에너지 효율성이다. 많은 소비자가 환상적인 지열·태양열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로 그 말을 이해한다. 그러나 좀 더 보편적인 의미에서 에너지 효율성이란 효과적인 단열재와 효율적인 전기제품을 사용하고 특수 창문 등을 이용해 태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주택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친환경 주택은 특수한 화장실 설비로 물을 절약한다. 일부 건축업자에게는 친환경이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공장에서 만들어낸 조립식 벽을 사용하고 낡은 주택의 목재를 재활용한다. 재생 유리로 만든 주방용 조리대처럼 지속 가능한 건축재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건강을 위협하는 공해물질에 관한 언론보도가 급증하면서 친환경 주택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재래식 주택이 외풍이 많은 데 비해 그린 홈은 빈틈이 거의 없다. 건축업자들이 신선한 공기를 받아들이고 여과하는 시스템을 설치하기 때문이다. 또한 친환경 건축업자들은 대개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이 적은 페인트를 사용한다. 그리고 새 집 특유의 냄새를 만들어내는 카펫·접착제·광택제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2005년 무디에게 주택 리모델링을 의뢰한 조지와 도리 시버그 부부(애슈빌 거주)는 바로 그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조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한 환경친화적인 집으로 개조하고 싶었다. 우리 아기가 안전한 집에서 자랄 수 있도록 말이다.” 현재 그의 아내는 다시 임신 중이다. 혁신적인 제품뿐 아니라 때론 열 효율성이 뛰어난 전통적인 자재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벽면의 틈새를 메워주는 발포형 폼 단열재가 그런 예다. 대부분의 주택 공사에서 사용되는 섬유유리 제품보다 단열 효과가 뛰어나다. 다만 비용이 두 배로 들어가는 게 흠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소요되는 에너지 비용 증가로 발포형 단열재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진다. 대표적 브랜드인 아이신의 매출은 지난 3년간 평균 22%씩 증가했다. 제이컵과 알레샤 세숨스 부부는 애슈빌의 자택을 증축할 때 발포형 단열재, 개별 난방 시스템 그리고 물탱크 없는 온수기(효율성이 매우 높다)를 선택했다. 덕분에 한 달에 400달러나 되던 가스 요금이 요사이 37달러로 줄었다.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친환경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라고 알레샤(32)가 말했다. 환경 의식이 강한 주택 소유자들은 좀 더 적극적인 선택을 한다. 텍사스주 그레이프바인에서 로스와 태미 배니스터 부부가 작년 가을에 입주한 집은 로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냉장고처럼 단열 효과가 뛰어나게 지어졌다. 혹한의 날씨에도 실내에서는 난방 장치를 가동할 때가 드물다고 로스는 놀라워한다. 그들의 주택에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설비들이 가득하다. 가장 혁신적인 장치는 급수 설비다. 옥외에 설치된 3만8000ℓ용량의 수조는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 저장한 것이다. 그 물을 여과해 집 안에서 사용한다.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은 물을 데워 온수를 공급한다. 텍사스의 전형적인 농촌 주택에 이런 첨단 설비를 갖춘 데 많은 사람이 놀란다. 이 집을 건축한 그린크래프트 빌더스사의 크리스 마일스 사장은 잠재 고객들로부터 상담 전화를 매주 다섯 번이나 받는다. 에너지 효율을 최대화하는 장치를 갖추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햇빛에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설치비가 4만 달러나 든다. 지열 시스템을 활용해 지하에 저장돼 있는 열을 에너지로 전환해 실내의 냉난방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파이프를 통해 물을 지하로 보내기 때문에 설치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각종 에너지 가격이 인상되는 만큼 지열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 가을 워싱턴주 노스 벤드에 사는 션과 린 딜런 부부는 쉬레이 컨트랙팅사에 의뢰해 집을 리모델링했다. 지열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3만4000달러가 들었다. 평범한 냉난방 시스템 설치비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그러나 션은 6년 뒤에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친환경 건축업자들은 그런 비용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려고 한다. 혁신적인 친환경 설비들은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사실도 홍보한다. 새로운 종류의 친환경 인증제도 역시 소비자들에게 그린 홈의 이점을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 그린빌딩위원회는 주택들에 대해 친환경 인증 마크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 2월 미 주택건설업협회도 독자적인 친환경 인증제 계획을 발표했다. 두 단체 모두 점수제를 도입했다. 신축 주택의 친환경 특성들에 점수를 매겨 다양한 등급의 인증서를 발급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친환경 인증 주택들은 매각도 훨씬 쉬워진다. 친환경 건축 옹호론자들은 이런 새로운 표준이 그린 홈에 대해 더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 세대 전 컨슈머 리포트와 J D 파워 앤 어소시에이츠의 소비자 만족도 등급이 자동차 구입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듯이 말이다. 주택 건설 컨설턴트인 새러 라미아는 “이제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이 어떤 식으로 비용을 축내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소비자들은 새 집을 사야 할 이유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건축으로의 변화 추세가 빈사상태에 놓인 주택 산업을 되살릴 것이란 기대는 말 그대로 희망사항처럼 들린다. 대형 건설업체의 대부분은 아직 초보적인 친환경 기술들만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에너지 스타’(미 정부의 에너지 효율성 인증 마크)를 받은 전기제품을 사용하는 식이다. 그리고 친환경 건축업자의 대다수는 극소수의 맞춤형 주택만 짓는다. 일부 환경운동가는 건축업체들이 일반 주택도 환경친화적인 주택으로 과장 광고를 하기도 한다고 믿는다. 최근 시애틀 외곽에 새로 조성된 호화 주택 단지에 불을 지른 방화범들도 바로 그런 믿음에서 범행을 저지른 듯하다. 그들은 현장에 ‘녹색으로 지어졌다고? 천만에. 까만색이다’는 글씨를 남겼다. 일부 친환경 제품이 그다지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제품들과 섞여 사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월 올랜도에서 열린 국제 건축업자 박람회에서 배관 회사인 콜러는 물 소비량이 적은 친환경적인 샤워기와 욕실용 수도꼭지를 선보였다. 그러나 콜러의 전시관 다른 한편에는 물 소비량이 엄청난 거대한 샤워기와 월풀 욕조도 전시돼 있었다. 대규모 수족관 시월드의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다니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큰 욕조였다. 또한 교외에 친환경 주택을 지어놓고 자동차를 한 시간이나 운전해서 시내로 통근한다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겠는가? 대니얼과 존 아넷 부부도 그런 문제들을 생각해 봤다. 다음달 그들은 텍사스주 콜리빌에 430㎡의 주택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많은 친환경 시설, 어쩌면 태양 전지판과 풍력 터빈도 설치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다 해도 그들의 집은 새로 짓는 미국의 평균 주택보다 거의 두 배나 크다. 좀 더 작은 규모의 집이 더 친환경적이란 점은 그들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웃집들의 규모가 600~1100㎡나 되는 부촌에서 그들의 집은 오히려 왜소해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대니얼은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집의 크기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전체 규모를 줄이기 위해 침실 크기를 줄였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건축 추세에 한 가지 우려도 따른다. 점차 늘어나는 그린 홈 소유자들이 마치 골퍼들이 낮은 핸디캡을 자랑하듯 줄어든 각종 요금을 자랑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나 건축업자 로브 무디로서는 더 잘 지어진 집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의 동기가 무엇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사람들은 그런 집이 가계부에 보탬이 되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자랑도 하고 싶지 않겠는가.” 얼마 전에 그는 ABC 방송의 친환경 프로그램인 ‘당신의 집을 고쳐 드립니다’(Extreme makeover: Home Edition)에 출연하기 위해 뉴올리언스에 다녀왔다. 그린 홈이 주택 산업의 회생을 불러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 부족 문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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