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한투證 등 7개사 ‘랩·신탁’ 중징계 쓰나미…업계 미칠 파장은?
중징계 처분 사전 통보…지난달부터 제재심
당국, 일부 영업정지 예고…이달 중 최종 결판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채권형 랩어카운트, 특정금전신탁(이하 랩·신탁) 불법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증권사 7곳의 제재 수위가 이달 중 최종 결판 날 예정이다. 첫 검사 대상인 하나·KB증권 2개사에 대한 일부 영업정지가 결정됐으므로 교보·미래에셋·유안타·유진투자·한국투자·NH투자·SK증권 등 7개사에 대해 최대 영업 인·허가 취소까지 가능하지만 일부 영업정지 제재로 중징계 처분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국내 9개 증권사들이 단기 투자 상품인 신탁·랩 계좌에 유치한 자금으로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만기 불일치 전략을 활용해 불건전 영업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강도 높은 조사를 펼쳤다.
만기 불일치 운용은 높은 수익률을 낼 목적으로 단기 랩·신탁 계좌에 유동성이 낮은 고금리 장기채권이나 기업어음(CP)을 편입하는 자산 관리 방법이다. 금감원은 2022년 9월부터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채권형 랩·신탁 가입 고객들이 대규모 환매를 요청하자 증권사들이 법을 어기고 투자 손실을 보전해줬다고 판단했다. 증권사들은 “손실을 덮을 목적이 아니라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거래를 진행했다”고 항변했으나 금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후 올 6월 하나증권과 KB증권에 대해 관련 혐의로 일부 영업정지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금감원은 당시 랩·신탁 담당 운용역과 담당 임원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결정하고 이홍구 KB증권 대표에게도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 조치를 내렸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교보증권·유진투자증권·SK증권·유안타증권 등 국내 증권사 7곳에 대해서도 영업을 일부 정지하는 중징계 처분을 사전 통보하고 지난달부터 제재심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징계절차는 2022년부터 조명받고 있다. 시중금리가 치솟으면서 랩·신탁 안에 넣어둔 장기채들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은 탓에 고객들은 대규모 환매 요청에 나섰다. 일부 증권사는 고객 투자손실을 보전해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고객 수익률을 맞춰주기 위한 만기 미스매칭 운용 행태를 비판했다. 일부 증권사가 SPC(특수목적법인) 계좌나 고객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계좌에 채권들을 넣어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무리한 전략을 강행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다만 그간 모든 랩·신탁 미스매칭 거래를 싸잡아 불건전 행위라고 확정짓기 어려웠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전거래의 경우 ▲수익자 요구에 따라 동일한 수익자의 투자일임 재산 간 거래 ▲동일한 수익자의 서로 다른 계좌(금융사)간 매매 ▲수익자 이익을 해칠 염려가 없는 거래 등 일부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서 허용하고 있다. 파킹 과정의 만기 미스매칭 전략은 고객에게 제시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관습처럼 활용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증권사들은 진술·소명 과정에서 실제 고객에게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고 관행으로 이뤄진 부분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백히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최종 제재 수위 여부에 관심…CEO 징계 대상 포함 가능성
업계의 관심사는 제재 수위다. 금감원은 지난 9월 중순 증권사들에 일부 영업정지 등의 처분이 담긴 사전통지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자본 직접투자(PI) 자금까지 활용된 곳은 CEO의 의사결정 관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CEO까지 징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랩 신탁에 대한 제재 발표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고객의 세일즈를 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제재 수위 관련 최종 발표가 나와야 관련 시장의 회복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금융당국과의 논의를 거쳐 과도한 영업 관행 개선과 시장 충격 시 계약 유동성 관리 방안 마련 등과 관련한 추가 개선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를 예방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금투협은 채권형 계약을 운용할 때 업계 전체가 준수해야 할 자체 규제 장치로 ‘채권형 투자일임 및 특정금전신탁 리스크관리 지침’을 제정해 지난 12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지침에는 채권형 투자일임과 특정금전신탁 운용 등과 관련해 90일을 초과한 만기가 불일치할 경우 투자자 동의를 의무적으로 얻도록 명시했다.
또 편입자산 시가평가 의무화, 시장 급변 시 투자자 통지와 자산 재조정 등 이행, 만기·거래가격 등에 대한 상시 감시체계 구축 의무화 등을 규정했다. 금투협은 앞으로 금융 당국과 논의해 과도한 영업 관행 개선과 시장 충격 시 계약 유동성 관리 등과 관련한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그간 증권 업계에 지속되었던 불합리한 점들을 재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업계 전체가 뼈를 깎는 노력(분골쇄신)으로 신탁·일임 산업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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