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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 세계시장 점령하라

밖으로 나가 세계시장 점령하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발표에 따르면 중국공상은행을 비롯한 중국 국유기업들의 약진이 눈에 띄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국유 대기업이 이 나라의 개혁을 막는 주요 걸림돌이다.” 지난 3일 중국 베이징(北京)시를 방문한 폴슨 미 재무장관은 중국의 국유 대기업을 강력히 비판했다. 남의 나라 안방에서 이런 발언은 극히 이례적이지만 미국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기업 형태

제도에 따라= ▶유한회사(유한공사) 약 36만 개, 대기업그룹의 본사(지주회사)는 국유·민간 불문하고 유한회사가 주류 ▶주식회사 약 6만 개, 상장기업 1400개로 필두주주는 지주회사(일반적으로 유한회사)·정부(중앙·지방)가 대부분 (순수 민간기업은 20% 정도)

소유별에 따라= ▶국유기업은 100% 국유기업과 국유자본지배기업이 있으며 상장기업은 약 80%가 국유자본지배기업. 중앙정부직할기업(159개 국유 대기업과 4대 국유은행)과 지방정부소관기업(2000개 국유 대기업)으로 나뉨 ▶집단소유제기업(지방공유) ▶민간기업 ▶외자기업(외자 출자비율 25% 이상)
현재 중국은 석유와 은행을 비롯한 전략산업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 챔피언 기업’을 키운다는 방침을 수년째 실천해 오고 있다. 지난 3월 후진타오 제2기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 같은 중국의 산업정책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에너지정책의 종합조정을 담당할 ‘국가에너지위원회’ 창설 등을 골자로 한 정부기구개혁안을 발표했다. 고성장을 배경으로 한 에너지 수요 증가가 예상돼 장기적인 에너지전략 구축을 큰 과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에너지 문제를 종합 조정하고 전략을 입안하는 ‘사령탑’ 역할을 맡게 된다. 또 환경·에너지절약 대책을 강화하기 위해 환경보호총국을 ‘환경보호부’로 격상시켰다. 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와 정보산업부를 묶어 공업정보부로 단일화해 정보통신정책과 산업정책의 연결을 확실히 강조했다. 건설, 교통, 민간항공 등을 합쳐 교통운수부로 단일·대형화했다. 수직행정의 폐해를 줄이고 시장경제에 효율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마련된 정부기구개혁안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과해 2020년까지 개혁을 완료하게 된다. 이번 기구개혁을 통해 중국의 산업정책은 더욱 명확해졌다. 국유 대기업을 경제성장과 글로벌 경쟁의 중심에 놓고, 금융기관과 함께 대형화를 통해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전략산업도 대형화를 위한 재편작업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게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중국 기업의 대외투자 전략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곤경에 처한 미국 대형 증권사 모건스탠리에 중국 정부계 투자 펀드인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CIC)가 50억 달러를 출자한 것은 차이나 머니의 세계 진출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2002년 공산당대회에서 제기된 ‘쩌우추취(走出去·바깥으로 치고 나간다)’ 전략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의 대외직접투자액(금융제외)은 2002년 50억 달러에서 2007년 200억 달러로 확대됐다. 주식시장의 호조와 고수익 등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손에 넣은 중국 기업은 적극적인 대외매수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중국 국유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의 에너지와 금융 기업 대규모 M&A가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미 경제지 포춘에 의하면 2006년 세계 매출액 상위 500개사에 랭크된 24개사의 중국·홍콩 기업은 대부분 석유, 소재, 전력 공급, 은행, 통신 등 대규모 국유기업이었다. 지난해 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선정 500대 기업(주식 시가총액 기준)에서 중국 기업은 44개사로 전년보다 두 배나 늘었다. 일본은 2006년 48개사에서 40개사로 줄어 처음으로 중국에 역전됐다. 특히 중국석유천연기(페트로차이나)가 엑손모빌을 따돌리고 6위에서 1위로 뛰어오른 것을 필두로 중국이동(차이나 모바일)이 19위에서 4위, 중국공상은행이 7위에서 5위, 중국건설은행이 27위에서 8위, 중국석유화공(시노페크)이 53위에서 10위로 각각 약진했다.
반면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8위에서 21위로, 미쓰비시 UFJ파이낸셜 그룹은 33위에서 65위로, 캐논이 84위에서 131위로 밀려났다. 2007년은 중국 금융기관에 의한 M&A 활동이 활발한 한 해였다. 매수와 출자금액은 200억 달러를 넘었다. 통신서비스기업의 국제화 전략도 가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가 된 중국이동은 국내시장 발전에 그치지 않고 풍부한 캐시플로를 활용해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가전전망(電網)도 필리핀 전역에 배전네트워크를 가진 필리핀전망의 25년간 경영권을 39억 달러에 확보했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 공세는 거침없이 펼쳐지고 있다. FT 최근호에 따르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이 프랑스 석유기업인 토탈의 지분 1.6%를 28억 달러에 사들였다. SAFE는 중국인민은행 휘하에서 1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외환보유액을 운영 중이다. 토탈은 세계 4위 석유회사이면서 시가총액으로 프랑스 1위 기업이어서 자칫 프랑스인들의 ‘경제 자존심’을 건드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핑안보험은 유럽 금융회사인 포티스의 자산관리 부문인 ‘포티스 인베스트먼트’를 33억6000만 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고 최근 밝혔다. 핑안보험은 지난해 11월에도 포티스 지분 4.18%를 인수한 바 있다. M&A뿐 아니다. 지난 4일 중국은 처음으로 LNG 운반선 건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상하이의 후둥중화조선집단이 1억6000만 달러를 들여 건조한 7만t 규모의 이 LNG선은 중국 조선산업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어느새 한국과 일본, 유럽의 대항 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후진타오 2기, 즉 향후 5년간 에너지에서 통신·금융·환경에 이르기까지 온갖 분야를 다 손안에 놓으려는 ‘쩌우추취 전략’이 국유 대기업을 더욱 살찌우며 세계를 흔들어 댈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한국과 일본에 본격적으로 상륙할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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