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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온 직원 맨 앞에 앉혀

제주에서 온 직원 맨 앞에 앉혀

현대해상화재보험(현대해상)이 지난해 손보사 중 단연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사업연도(2007년 3월~2008년 2월) 매출액은 5조272억원으로 직전 연도에 비해 18.8% 늘었다. 시장점유율은 전년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16.0%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559억원으로 직전 사업연도에 비해 204.5%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715억원으로 306.8%나 늘었다. 시장점유율·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재무관련 지표가 일제히 상승한 것이다. 현대해상은 “원수실적(매출), 보험영업이익 및 투자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매출액과 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 영업인력이 늘고, 영업조직의 생산성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증시 호조 등으로 투자영업이익도 19.8% 증가하고, 자동차 손해율이 개선되는 등 영업이익도 훌쩍 좋아졌다. 이처럼 주변의 호조건과 영업조직 활성화 등으로 현대해상의 실적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손해보험사 2위 자리를 굳혔다. 손해보험회사의 원수보험료가 전년 대비 13.9% 늘어난 30조751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서는 등 시장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대해상의 실적은 그중에서도 두드러진다. 대형사의 경우 삼성화재 10.3%, 현대해상 18.8%, 동부화재 15.8%로 대부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그중에서도 현대해상이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다. 매출 성장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0.5%포인트나 늘린 것은 좀처럼 시장점유율이 변하지 않는 손해보험 시장의 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다. 2위 그룹 경쟁에서 현대해상이 다른 회사를 따돌리는 형국이다. 또 영업이익과 단기 순이익이 직전연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도 다른 회사보다 확연히 다른 점이다. 이런 성과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 4월 16일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는 현대해상의 2007년도 실적 시상식이 있었다. 그해 우수 보험모집인들을 격려하고 시상하는 이 자리에는 정몽윤 회장을 비롯, 이철영·서태창 사장 등 회사 임직원이 모두 참석했다. 하지만 경영진이 앞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니다. 정 회장은 3열에, 이 사장과 서 사장은 2열에 보험모집인과 함께 자리했다. 1열에는 가장 멀리서 온 직원과 지점장들이 자리를 잡았다. 제주, 부산, 마산, 진주, 울산 등에서 온 모집인들과 지점장들이 제일 앞자리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이날 행사는 김성주 아나운서의 사회로 인기가수 빅뱅과 채연의 공연이 이어지는 등 다채로운 행사가 있었다. 이 사장은 “나도 인기 가수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자리가 뒤쪽이라 제대로 못 봤다”며 웃었다.
현대해상은 연도대상식 때마다 제일 먼 지역에서 온 보험모집인과 지점장에게 가장 앞자리를 준다. 멀리서 고생하는 직원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하자는 뜻에서다. 대부분 회사에서 이런 행사 때는 헤드테이블이라고 해서 행사장 한가운데 좋은 자리에 회장과 사장 등 임원이 모여 앉게 마련이다. 이날 행사에서 또 한 가지 특징은 회장과 사장들의 테이블 세 곳에는 임원이나 지점장 등 간부급 직원이 한 명도 앉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원이 한 명씩 끼어있는 다른 테이블은 지점장이 같이 앉은 경우도 많지만 회장과 사장 2명의 테이블은 완전히 현장 직원들로만 구성됐다. 회장이나 사장 주변에 임원이나 귀빈이 자리 잡고 환담하는 것과는 다르다. 현대해상 임창식 전무는 “평소 사장이나 회장과 이야기할 수 있는 임원이나 간부급 사원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현장 직원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정몽윤 회장과 시종일관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신혜선 플래너는 “상을 받으러 가긴 했지만 회장님이 바로 옆에 앉아 있어 떨렸다. 자상하게 영업 상황이나 어려움에 대해 물어 편안했다”고 느낌을 말했다. 만년 2위 그룹에서 도토리 키재기를 하던 현대해상이 이렇게 급성장세를 타게 된 것은 지난해 2월 이철영·서태창 공동 대표이사 체제가 가동되면서부터다. 특히 경영부문을 맡고 있는 이 사장은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으로 현대해상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이 지난해 2월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전국을 돌며 영업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책상에서 생각하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현장에서 듣는 생생한 목소리 속에 회사 경영의 답이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 행사를 통해 현장에서 보고 들은 건의사항과 고충은 즉시 검토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바로 바꿨다.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 큰 성과를 끌어내고 있다.
이철영 사장 섬세한 리더십 발휘
이 외에도 각종 행사나 회사 정책을 최대한 현장 직원에게 초점을 맞춰 에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3~14일 이틀간 무주리조트에서는 800여 명의 보상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들의 기를 살리는 자축행사도 열었다. 이날 직원들은 영화제에서 배우들이나 밟게 되는 레드카펫을 밟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정몽윤 회장, 이철영 대표, CCO, 보상부문 임원 등 10여 명의 임원들이 도열해 레드카펫을 걸어오는 직원들을 일일이 영접했다. 이처럼 현대해상은 조직원의 기를 살리고, 조직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영업조직 특유의 효율을 내고 있다. 여기에는 정몽윤 회장의 소리 없는 리더십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사장은 물론 회장까지도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고 직원을 배려해줘 어느 때보다 사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바람을 탄 현대해상은 2010년 시장점유율 2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철영 사장의 ‘사장대우론’


“자기 잘난 맛에 일 실컷 하도록 해야”
현대해상의 이철영 사장은 대기만성형 경영자로 꼽힌다. 비교적 오랜 임원 생활을 거쳐 CEO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서태창 사장과 함께 현대해상의 키를 잡은 후 현대해상은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전임 사장이 구속되는 위기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조직을 안정시키고, 성장을 이끌어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 사장은 정통 현대맨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불도저식은 아니다. 오히려 섬세하고 부드러워 ‘어머니’같은 면이 느껴질 정도다. 사람을 대할 땐 그렇지만 경영 현장에서는 또 다른 모습이다. 국내 보험사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인 현대해상투자자문을 자산운용사로 전환했고, 미국·중국·일본·베트남에 진출해 해외 영업망을 확충하고 있다. 국내 영업망도 대폭 강화하고 직원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사장은 독특한 경영론으로 현대해상의 조직문화를 바꾸고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넉넉한 웃음으로 직원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철저한 현장주의, 그리고 불만을 말하는 고객이 진짜 고객이라는 고객 중심 사고를 강조하면서 조직원의 마인드를 재무장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사장대우론’을 펴면서 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있다. “사장인 제가 봐도 요새 뛰어난 직원이 많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자기 직급에 갇혀 능력을 다 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야, 나중에 사장 될 때까지 기다리면 뭐 하냐, 지금 사장처럼 생각하고 일해라. 그러면 회사가 그걸 지원해 주겠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예요. 한국 사람은 다 자기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다 사장처럼 대하면 진짜 신바람 나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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