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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 쏘아 올린 '통신3사' 담합 과징금...억울한 통신 3사, 왜?

공정거래법 전문가 분석
이동통신 3사 담합 사건, 쟁점과 전망

이동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사진 연합뉴스]
[송태원 변호사] 이동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3사가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담합을 했다고 보고 수조 원 대의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반면 통신 3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방통위의 행정지도에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진실은 무엇일까.

이 사건은 2023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통신시장 경쟁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이후 공정위는 통신 3사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2년에 걸친 조사 끝에 공정위는 통신 3사가 2015년부터 휴대폰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장려금과 거래조건, 거래량 등을 공유하며 담합을 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공정위가 주목하는 핵심 증거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운영하는 '시장상황반' 자료이다. 시장상황반은 단말기유통법 준수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로 통신 3사는 이를 통해 번호이동 시장에서의 순증감 건수 현황을 공유해왔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이 정보를 이용하여 가입자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판매장려금을 조절했다고 본 것이다.

담합의 유혹, 시장환경과 경쟁의 역학 관계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통신시장의 구조적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신시장은 소수의 사업자에 의해 지배되는 과점 시장이다. 5G 서비스 도입 이후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신규 사업자의 진입도 어려워 시장경쟁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안정적 과점시장은 사업자들 간 담합을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중 또 하나는 단통법의 역할이다.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통신시장에서의 불법 보조금 지급을 막고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단통법은 통신사업자, 대리점 등이 단말기 지원금 내용을 공시하도록 하고 공시된 내용과 다르게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단통법은 보조금 상한선을 설정함으로써 통신사 간 가격 경쟁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단통법은 결국 2025년 7월 폐지될 예정이다. 그러나 단통법 폐지로 인해 통신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공정위의 담합 조사는 이러한 기대가 무색한 상황이 되었다.

통신 3사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방침에 대해 억울한 입장이다. 통신 3사는 단통법을 준수하기 위해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방통위는 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 운영이 단통법을 준수한 행위라는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은 2인 이상의 사업자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하는 것이다. 명시적 합의뿐만 아니라 묵시적 합의도 포함한다. 묵시적 합의는 사업자들의 행위와 그 맥락을 통해 추단할 수 있는데 정보 교환은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한편 공정위는 행정지도가 개입된 담합에서 행정지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책임이 당연히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법원은 행정지도가 개입된 담합 사건에서 합의 인정 여부에 보다 엄격한 증거를 요구한다. 과거 소주 가격 담합 사건에서 법원은 국세청의 행정지도를 고려하여 담합이 아니라고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두16049 판결), 생명보험사 담합 사건에서도 금융감독원이 특정한 기준을 설정하고 보험사들이 이를 따랐다면 이는 행정지도의 결과로서 사업자들 간의 담합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두16951 판결). 

즉 행정지도가 개입된 담합의 경우 행정지도의 존재가 담합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행정지도에 따른 행위와 담합 행위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AI 시대의 도전, 균형 있는 경쟁정책 필요
이 사건의 핵심은 단통법과 공정거래법 사이의 관계, 그리고 행정지도의 법적 성격에 대한 판단이다. 단통법은 통신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제정된 특별법이지만 공정거래법은 일반법으로서 모든 산업에 적용된다. 단통법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방통위의 행정지도가 통신 3사의 행위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그리고 그 영향력이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히 법리적 판단에 그치지 않는다. 5G 서비스 도입 이후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통신시장에서 통신 3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인데 그 중심에는 AI 서비스가 있다. 통신 3사는 AI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공정위가 수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면 통신 3사의 AI 투자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과도하며 정부의 AI산업 육성정책과도 상충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 사건은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공정위의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그 결정이 향후 통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경쟁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다가오는 AI시대에 발맞춰 경쟁정책은 혁신과 경쟁 촉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 사건은 이러한 과제에 어떻게 대응해나가는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경쟁법은 경쟁제한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소비자후생 증진을 목적으로 하지만, 엄중한 법집행이 경쟁법 영역 밖에 있는 다른 가치인 예컨대 산업 발전이나 혁신을 저해하는 것은 아닌지도 고려가 필요하다.

송태원 변호사.

※ 송태원 변호사는 경제법 전문가로 현재 법무법인(유한) 해광 파트너 변호사이다. 2007년 법무법인 광장 공정거래팀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였고 네이버, 쿠팡, 삼성증권 등에서 사내변호사로 공정거래 이슈를 전담하였다. 2018년 고려대에서 ‘플랫폼 경쟁’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고려대 법무대학원, 서강대에서 공정거래법 겸임교수로도 활동하였고 현재 서울시립대 경영학과(기업법 담당)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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