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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10가지 ‘발견’

지구를 살리는 10가지 ‘발견’

미국 캔자스주 살리나에 위치한 랜드연구소의 설립자이자 사장인 웨스 잭슨에겐 한 가지 불만이 있다. 원유·광물·물·나무 등 “지구의 생태자본을 적자 상태가 될 정도로 소비하는 행태” 때문이다. 뉴스위크는 각 분야의 혁신 전문가 10명에게 나름의 해결책을 물었다. 갤런당 480㎞를 달리는 자동차, 거대한 연을 띄워 선박 운송비를 줄이는 방법 등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됐다.
1 폐기물 ‘제로’:

진부하게 들릴지 몰라도 종이·플라스틱·알루미늄을 재활용 에릭 롬바르디는 폐기물이 딱 질색이다. “매립지는 일단 들어가면 못 빠져나오는 블랙홀과 같다”고 콜로라도주 볼더에 위치한 비영리 재활용단체 에코-사이클의 책임자인 그가 말했다. “세계 인구는 폭증하는데 자원은 계속 줄어 그럴 여유가 없다.” 대신 그는 제조업체가 폐기물을 쓰레기장으로 보내기보다는 제품의 대부분 또는 전부를 충분히 재활용해 주길 바란다. 세계 최대 카펫 제조업체인 ‘쇼 카펫’이나 사무용가구 제조사인 ‘스틸케이스’가 보여주듯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두 회사 모두 완전히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생산한다. 친환경 건축 추세에 부응하는 기업 40군데도 예외가 아니다. 롬바르디는 “폐기물은 값비싸고 비효율적이다. 그런데도 값싸게 보이는 이유는 단지 시장(市場)이 업체들에 지하수 오염 및 자원고갈 비용을 청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 발광소자(LED) 전구:

한물간 표현 같지만 훨씬 더 나은 해결책일 수도 절전형 전구식 형광등을 충분히 갖췄다면 앞으론 어떻게 될까? 훨씬 더 기능이 향상된 차세대 전구가 등장한다. LED 전구는 에너지 사용은 절반으로 줄이고 수명은 8배나 더 길다. 게다가 전구식 형광등과 달리 수은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이제 막 선보이는 LED 전구 중 가장 훌륭한 제품은 ‘렘니스 라이팅’사가 개발한 패록스(Pharox)다. LED 전구는 컬러화된 디지털 정보에 오랫동안 이용돼 왔지만 제조업체들은 형광등처럼 강력한 백색 LED 전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패록스도 그 단계까진 가지 못했다. 빛의 밝기도 표준형 40와트짜리 전구 수준에 불과하고, 가격도 개당 39.95달러로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는 4와트밖에 소비하지 않고도 더 강력한 60와트짜리가 곧 출시된다.
3 보다 친환경적인 페어웨이:

골프코스라고 무조건 환경에 해로운 건 아니다 마크 쿤스가 아침 일찍 출근하면 “야생 교향악단”이 그를 반긴다. 검은새, 파랑새, 나무에 구멍을 파고 사는 나무제비, 황금방울새, 그리고 빨간 꼬리를 한 매가 합창을 한다. 만일 근무지가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그런 곳에서 일한 적은 없다. 쿤스는 뉴저지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발투스롤 골프클럽의 그라운드 담당자다. 골프코스는 살충제와 물을 많이 쓰기로 악명 높다. 그러나 이 클럽은 미국의 유명 조류학자의 이름을 딴 ‘오듀본 인터내서널’로부터 조류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미국 내 골프장 516곳(전체의 4%) 중 하나다. “골프장을 이렇게 바꾸려면 1~3년이 걸린다”고 ‘오듀본 보호구역 협력 프로그램’의 매니저 조엘런 제는 말했다. “매일 또는 매주 물을 주거나, 비료를 살포하거나, 잔디를 깎을 필요도 없는 22에이커의 땅”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몇 년 전 조사에 따르면 조류 보호구역을 갖춘 코스의 82%가 살충제 사용을 줄였고 살충제를 뿌려야 할 때도 독성이 92% 낮은 제품을 이용했다. 동시에 매니저의 99%가 경기의 질이 유지됐거나 오히려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령 7번 홀 부근의 잡초처럼 보이는 엉겅퀴를 두고 불만이 터져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 쿤스는 황금방울새들이 그 줄기에 매달려 씨앗을 먹고 있지 않느냐고 말해 준다. 그러면 골퍼들도 대개는 고개를 끄덕인다.
4 연을 이용한 항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추진력이 곧 선박에 다시 활용될지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은 1갤런의 연료로 얼마나 움직일까? 약 11m다. 그러나 그것조차 1년이면 20억 배럴로 불어난다. “만일 해운업계 전체를 한 나라로 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 7위 국가에 해당한다”고 세계 최대 국제 해양 보호단체인 오시아나의 수석 과학자 마이클 허시필드는 말했다. 일부 주요 해운회사가 풍력을 활용하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물론 바람을 이용한 전통적인 돛을 말하는 게 아니다. 대신 그들은 뱃머리에 부착할 수 있는 거대한 1860㎡의 ‘연’을 고려 중이다. 허시필드는 “패러세일처럼 생겼다”며 “배를 새로 설계할 필요 없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용 연이 단순하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하물며 거대한 연이라면 강풍 속에서 들어 올려 날게 할 로봇 팔이 필요하다. 얼핏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연의 크기가 축구장만 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에 위치한 ‘카이트십’사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컬프는 말했다. ‘스카이세일스’라는 한 독일 회사는 거대한 연을 조종할 숙련된 선원 없이도 이 문제를 해결할 완전 자동 시스템을 개발했다. 최근 1만t짜리 선박을 독일에서 베네수엘라까지 왕복하는 시험운항을 성공리에 마치면서 대략 20%의 연료를 줄였다.
5 플라스틱 태양전지:

재래식 장치에 비해 가볍고 값도 싸 실용성 높아 캘리포니아대(샌타바버라)의 앨런 히거 물리학 교수는 자택 지붕에 설치한 재래식 태양전지판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해만 뜨면 우리 집 전기계량기가 거꾸로 돌면서 송전소에 전기를 판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의 집에 설치한 것과 같은 대형 시스템은 6만 달러를 너끈히 넘는다. 그가 플라스틱 태양전지 개발에 나선 이유다. 값싼 광전지 나노칩으로 이뤄진 데다 두께도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500분의 1에 불과하다. 고온에서 합성해 만드는 표준형 실리콘칩과 달리 이 전지들은 유연한 플라스틱 필름만 있으면 상온에서도 쉽게 조립할 수 있다. 필름은 어떤 표면에도 부착 가능하며 태양열 전지를 감싸는 얇은 막이 형성돼 에너지를 생산한다. 히거 교수는 그런 신물질을 개발한 공로로 200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한발 더 나아가 ‘코나카 테크놀로지스’사를 공동 창립했다. 올해 최초로 소규모 응용장치를 시판한다. 유연한 태양전지로 코팅된 핸드백을 상상해 보라(들고 다니기만 해도 휴대전화가 충전된다). 아니면 캠핑 도중에도 전기를 생산하도록 표면에 태양전지를 뿌려놓은 텐트를 상상해 보라. “접거나 말 수도 있다는 것은 이 전지가 그만큼 가볍다는 얘기다”고 히거가 말했다. 물론 장애물도 있다. 그의 칩은 현재는 햇빛의 약 5%만 전기로 전환할 수 있으며(기존의 태양열 전지판은 15~18%선) 아직은 가시광선으로만 발전이 가능하다. 토론토대의 테드 사전트 교수는 적외선 부분에서 추가로 4%를 얻게 할 칩도 개발 중이다. 이런 플라스틱 전지를 결합하면 햇빛의 10~15%까지 활용할 수 있다. 히거는 “전기 없이 사는 사람이 10억 명을 넘는다”며 “100와트 미만의 전기를 생산하는 소규모 시스템만 있어도 그들의 생활이 바뀐다. 책 읽는 데 필요한 빛이나 라디오·소형TV 등 가전제품을 가동할 만큼의 전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유해가스가 배출되거나 고장 나기 쉬운 부품도 없다.
6 기후도 중요하다:

소비자가 친환경 기업 제품 구매로 자신의 지지의사 표명 게리 허시버그는 자신의 유기농 요구르트 회사 ‘스토니필드 팜’을 훨씬 더 환경친화적으로 만들 방법을 계속 모색해 왔다. 독성 화학성분을 쓰지 않을 뿐 아니라 본사가 위치한 뉴햄프셔주엔 최대 규모의 태양열 집광판까지 들어섰다. 게다가 요구르트 폐기물을 연소 가능한 바이오 가스로 전환할 수 있어 찌꺼기도 안 남긴다. 허시버그는 이제 남들에게도 자신을 따르라고 권유한다. 지난해 그는 ClimateCounts. org라는 비영리 웹사이트를 개설해 펩시·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의 순위를 탄소배출량 등 22개 기준에 따라 매겼다. 이런 노력을 통해 배출가스를 줄이고, 전향적인 기후 관련 입법에 대한 지지의사를 보낸다. 매년 경신되는 점수는 괄목할 만하다. ‘스토니필드 팜’조차도 100점 만점에 63점밖에 받지 못했다(그런데도 최고 점수를 기록한 업체 중 하나다). 애플사는 최첨단 이미지와 달리 2등급밖에 받지 못했다. “우리 모두 갈 길이 멀다”고 허시버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소비자들이 환경개선에 힘쓰는 기업들의 제품을 팔아주길 원한다. “마치 우리가 100%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처럼 지구를 다루는 관행을 중지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7 앱터라 모터스:

우스꽝스럽게 생긴 신종 ‘하이브리드’가 1갤런 휘발유로 480㎞ 달려 ‘블루스카이 지속가능 컨설팅’사의 최고경영자 집 엘리슨은 자동자 제조업체들의 부끄러운 비밀 한 가지가 늘 불만이다. 자동차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그 속에 탄 사람보다는 차체를 움직이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은 자동차가 최대한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우리가 대형 자동차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안전성은 비슷하면서도 훨씬 가벼운 재질이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칼스버드에 위치한 신생기업 ‘앱터라 모터스’가 개발한 시제품은 이 모두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 앱터라사의 제품은 요즘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과는 판이하다. 상당히 가볍지만 초강도 합성재질로 제작됐으며 중량을 줄이기 위해 바퀴도 3개뿐이다. 곤충과 비행접시를 합친 듯한 우스꽝스러운 차체도 컴퓨터를 이용한 ‘바람터널’ 시험을 거쳐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내년께 두 가지 모델이 출시된다. 하이브리드형 전기자동차와 순수 전기자동차다. 어떤 전기 공급원으로도 에너지 주입이 가능하다. “심지어 태양열을 이용하는 충전기에 꽂아도 된다”고 공동 창립자 스티븐 팸브로는 말했다. 재충전에 8시간이 걸리는 3만 달러짜리 2인승 자동차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자동차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팸브로는 개의치 않는다. 광고비를 한 푼도 안 쓰고도 이미 앱터라 1300대를 판매했기 때문이다(판매망과 수리 문제를 고려해 우선 캘리포니아주에서만 판매한다). “가만히 놔둬도 팔린다. 배럴당 100달러의 고유가도 전혀 문제없다”고 그는 말했다. GM도 귀담아듣고 있을까?
8 조리용 화로:

저개발국들의 비효율적 조리 방법도 시급히 개선돼야 개도국에서 사는 약 20억 명은 매우 조악한 화로를 이용하거나 땅에 불을 지펴 음식을 조리한다. 어느 경우든 열기는 대개 음식을 데우기보다는 공기 중으로 새어 나간다. 효율적인 화로는 조리에 필요한 연료량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과 숲의 남벌을 동시에 줄인다. 컬럼비아대의 엔지니어 비제이 모디는 “식구가 5명인 가족이 매년 조리에만 3t의 나무를 쓴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가족이 매년 나무를 1t씩만 줄인다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1t 넘게 준다.” 그러나 그런 화로는 값이 저렴하고 오래 쓸 수 있을뿐더러 깔끔하고 효율성도 높아야 한다.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인바이로피트 인터내셔널’사가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킬 만한 새로운 화로를 내놓았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단체인 셸 재단은 그중 1000만 개를 인도·아프리카·중남미로 보낼 프로젝트에 2500만 달러를 썼다.
9 기존 작물의 새로운 뿌리:

다년생 식물이 1년생 식물보다 토양침식 예방에 유리 현대농업은 질소비료 덕분에 지구의 인구를 1960년 30억 명에서 오늘날 66억 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농약은 지하수를 오염시키며 경작지를 갈고 수확할 때마다 부드러운 표토가 수백만t씩 사라진다. 따라서 웨스 잭슨을 포함한 랜드연구소 임직원들은 옥수수·밀·수수·해바라기 등 주요 작물을 야생종과 교배해 1년생 작물이 아닌 다년생 작물로 바꾸려고 한다. 생존력도 강해 화학비료가 덜 들고 매년 논밭을 새로 갈 필요도 없다. “토양침식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아진다.”
10 친환경 산업의 저변 확대:

환경친화적 제품이 주류로 자리 잡아야 친환경 제품이 부유층의 전유물인 한 혜택도 그만큼 제한된다. 따라서 기업들에 환경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치&사치 S’사의 글로벌CEO 애덤 베르바치는 주요 기업과 그들의 주류 상품을 환경친화적으로 만들려 애쓴다. 가령 찬물로도 옷이 잘 빨리는 세탁기 ‘타이드 콜드워터’를 보라. 베르바치는 “혁신적인 제품”이라며 “찬물로도 빨래를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미국에 할당된 교토의정서 목표치의 8% 가까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이 협정에 서명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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