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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내세운 6가지 거짓말

‘그린’ 내세운 6가지 거짓말

아무리 좋은 뜻을 가졌더라도 친환경 광고의 홍수에 휩쓸리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피지 워터다. 때 묻지 않은 열대 꽃의 이미지가 병에 새겨진 이 피지 회사는 생수 병이 환경을 해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병이 수천 년간 분해되지 않고 매립지에 쌓인다는 주장이었다. 게다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의 탄소 발자취, 다시 말해 제조와 유통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을 계산하는 유행이 확산되자 안절부절못하게 됐다. 생수 산업은 터무니없이 큰 발자국을 남긴다. 수요자에게 자동으로 공급되는 수돗물과는 달리 생수는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 소재 용기에 담아 휘발유로 움직이는 트럭과 비행기로 운반해야 한다. 그래서 피지 워터는 지난해 말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재생 효율이 더 높은 플라스틱으로 용기를 바꾸고, 탄소 상쇄 기부를 통해 자신이 배출한 탄소만큼 다른 곳에서 탄소 배출을 상쇄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생수 역풍’에 정면으로 대처했다. ‘탄소 중립’ 유행을 따를 뿐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탄소 마이너스’를 이루겠다는 포석이었다. 탄소 상쇄 기부의 전제를 이루는 계산법(탄소 배출량을 어떻게 측정하는가?)과 도덕률(남에게 돈을 기부하면 탄소를 배출해도 좋다?) 자체가 모호하다는 대다수 전문가의 지적은 분위기에 파묻혔다. 이제 피지 생수 한 병을 소비하면 대기 중에 배출하는 탄소 양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그 회사는 광고한다. 환경을 둘러싼 죄의식이 유례없이 고조되면서 면죄부를 얻으려는 땜질 처방, 허위 광고, 실효성 없는 대책들이 봇물을 이룬다. 이런 녹색 아이디어 중 다수는 과대선전이 주를 이루지만 그 깊숙한 곳에 효과적인 방안의 씨앗을 품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6대 친환경 아이디어가 얼마나 과대 선전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합리적인 방법으로 쓸 만한 것들을 건져낼 수 있는지 살펴본다. 바이오 연료의 경우 이미 그런 과정이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바이오 연료라면 어떤 형태든 모두 큰 환영을 받았다(‘바이오’라고 하면 왠지 환경을 보호하고 좋은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그러나 지금은 효율적인 소재(섬유소)와 비효율적인 소재(옥수수) 간의 가혹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여건이 갖춰져야만 기능하는 탄소 시장, 하이브리드 카 열풍(휘발유와 전기를 혼용해 연비를 높이려는 취지지만 실제로 거기에 부합하는 차종은 절반에 불과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녹색 마케팅(어떤 조사에선 사실과 부합하는 광고가 1%에도 못 미쳤다) 모두 바로 그런 현실검증이 필요하다. 이 모든 사례는 개인과 정부가 환경 문제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에 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중요한 문제는 다른 친환경 주장들이 얼마나 타당하냐는 것이다(진도를 더 나가기 전에, 피지 생수를 더 산다고 세계의 기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많은 기업이 주장하는 대로 우리의 탄소 발자취를 지우기가 정말 쉽다면 어째서 모두가 기후변화에 관해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가? 물론 답은 그것이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탄소 상쇄 기부와 중세 교회의 면죄부 판매는 둘 다 실제 효과를 알 만한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흡사하다. 답이 없어 고민스럽기는 기업의 마케팅 부서뿐만이 아니다. 녹색 에너지 전문가 에이모리 로빈스는 친환경적인 삶이 그렇지 않은 삶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고 평생 주장해 왔다. 지금은 그의 견해가 자신의 말마따나 “무척 존경을 받지만” 그것을 실천하려는 기업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환경보호운동가와 경제학자들의 고민거리인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에서도 많은 문제가 생긴다. 배기가스 저감 효과는 별로 없이 식품가격만 끌어올린 바이오 연료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 세계 대다수 탄소 배출 저감계획의 중추를 이루는 탄소 배출권 거래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배출권 거래 제도는 유럽 전력회사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 이 제도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무료 배급하기 때문에 독일 석탄 화력발전소들의 경우 340억 유로의 이득을 볼 수 있다. 많은 전문가는 이 제도가 전체적인 탄소배출을 얼마나 줄일지 의문을 제기한다. 1인당 탄소 배출을 현재 선진국 수준의 80%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가 널리 논의된다. 과도한 녹색 마케팅의 확산은 글로벌 경제를 그런 미래로 이끌어가는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러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까? 세계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하고 현재 영국 정부 고문인 니컬러스 스턴은 탄소 배출량의 대폭적인 감축 비용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를 잡았다. 그가 도출한 이런 수치는 앞으로 100년 사이 지구 기온이 5도 상승해 대규모의 값비싼 희생이 따를 확률이 50%라는 가정에 근거했다. “요지는 그 확률을 50% 안팎에서 3~4%로 끌어내리기 위해 GDP의 1%선을 지출할 용의가 있느냐는 것”이라고 그가 말했다. 하지만 대기 중 탄소의 감축 비용이 얼마나 들지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몇몇 경제학자는 스턴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커 보이도록 통계를 취사선택했으며 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조치를 취하는 비용이 사실상 GDP의 3~5%에 달한다고 가정한다. 또 한 가지 미지수는 앞으로 어떤 기술들이 등장해 탄소 없는 미래의 실현을 앞당기느냐는 것이다. 탄소 없는 미래를 향한 여정의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갈수록 현실성이 더해질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경제 효율성 제고와 녹색 마케팅 광고 규제 측면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면 친환경 사업의 무질서가 줄어들며 더 안정될 것이다. 지금도 물론 일부 녹색 광고는 사실을 반영한다. 도요타의 프리우스나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 같은 하이브리드 카들은 분명 다른 일반 차종들보다 연비가 높다. 주택 단열은 확실한 에너지 절약 방법이다. 자트로파 같은 2세대 바이오 연료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크게 줄일 것이다. 공장·자동차·기업의 효율성이 지금보다 향상돼 환경이 많이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버려야 한다. 다음은 새로운 방식으로 재활용돼야 하는 아이디어 중 옥석을 가리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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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마케팅은 물결과 같다. 마지막으로 큰 파도가 미국에 밀려온 것은 1992년이었다. ‘재활용’과 ‘생물분해성(biodegradable)’이라는 말이 처음 유행하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초로 환경 지침을 발행해 ‘재활용’ 같은 용어를 어떻게 사용할지 명확히 규정했다. 1990년대 말 유가가 하락하면서 그 파도도 가라앉았다. “이제 새로운 파도가 몰려온다”고 FTC 산하 소비자보호 기구의 제임스 A 콤 지도과장이 말했다. “그것은 쓰나미에 더 가깝다.” 맞는 말이다. 콤은 최초의 ‘탄소중립적 수퍼볼’ ‘탄소중립적 자동차 경주’ ‘NBC의 녹색 주간’ 광고가 잇따르는 걸 보고 쓰나미가 온다고 직감했다. 어떤 수퍼마켓이나 철물점의 통로에도 그런 새로운 광고가 눈길을 끈다. 그런 마케팅이 범람하자 FTC는 환경마케팅 광고에 대한 평가를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지난 4월 실시했다. 유럽위원회는 최근 환경 표시에 관한 자발적인 지침을 강화하고 요즘엔 녹색 광고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다. 미국의 관련 법규는 강제성을 띠며 제소도 가능하다고 콤이 말했다. “우리는 가장 심한 위반자를 적발해 본때를 보여주려 한다.” 그 후보를 찾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캐나다 오타와의 환경감시 단체 테라초이스의 스콧 케이스 부회장은 전에는 브랜드들이 ‘세계적 이슈’에 눈길조차 주지 않더니 지금은 “모두가 그런 문제들에 관심을 보이며 종종 용어 정의가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 일부러 사용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작년 테라초이스가 북미의 대형 마켓에 조사원들을 파견해 소비제품 1018종의 친환경 광고를 분석한 결과 1017종이 사실과 달랐다. 그중에는 “완전 천연의 체험”을 약속했지만 “그 제품에 천연 성분이 포함됐다는 증거가 전혀 없는” 미용 제품도 있었다고 케이스가 말했다(테라초이스는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며 업체 명을 밝히지 않았다). “아주 황당무계하고 모호한 광고도 있었다. ‘지구친화적(earth-friendly)’이란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대다수 광고는 거짓일 뿐 아니라 소비자를 오도했다. 예컨대 일부 비닐 쓰레기 봉투는 ‘퇴비로 쓸 수 있는(compostable)’이라고 홍보한다. 퇴비통에 던져 놓으면 봄이 올 때쯤 비료로 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닐 봉투는 분해되는 데 수천 년이 걸린다. 따라서 쓰레기를 휘저으며 가열해 분해를 가속화하는 대형 분해시설로 보내야 한다. 대다수 소비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분해돼 저절로 먼지가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다. ‘유기농’이나 ‘천연’이라고 광고되는 많은 미용제품은 실제로 화석연료 성분을 포함한다. 사실 석유는 동식물이 부패한 결과지만 소비자들이 비싼 돈을 주고 유기농 제품을 구입할 때는 그런 제품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 그리고 석유화학 제품은 다수의 무기 화학물질과 섞이기 때문에 그것을 ‘자연’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무리다. 지난 4월 미용제품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는 아발론, 제이슨, 키스 마이 페이스, 에스테 로더 등 13개 미용제품 브랜드가 기만적인 허위 광고를 냈다며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키스 마이 페이스의 ‘옵세시브 오거닉’ 세정제가 석유화학물질인 올레핀 술폰산염을 함유했으며 아발론 ‘오거닉스’도 석유화학물질인 암디오프로필 베타인이 들어 있다는 주장이었다. 피고 측은 가공된 석유 추출물을 사용한다고 해서 ‘천연’ 표시가 문제되지는 않는다며 ‘환경 친화적(eco-friendly)’이란 용어의 법적인 정의를 더 명확하게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또 다른 회사도 ‘환경광고 지수(Greenwashing Index)’ 웹사이트를 개설해 기업 광고의 신뢰성을 평가하고자 한다. 소비자들이 녹색 광고 캠페인의 정확성을 평가하도록 만든 사이트다.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환경 마케팅 회사 인바이로미디어가 오리건 대학과 협력해 구축한 이 사이트는 친환경 광고의 진위를 소비자들이 식별하도록 도우려는 목적이다. 지난 1월 문을 연 뒤로 6개국 약 113건의 광고가 게재되고 평가됐다. 그중 가장 과장광고가 심한 업계는 에너지와 자동차 산업이며 생수가 그 뒤를 따랐다. 소비가전과 재생 에너지는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이름값을 하는 녹색 소비제품은 거의 없는 듯하다. 테라초이스로부터 사실을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은 유일한 광고는 종이타월 브랜드였다. 이 제품은 독립기관의 인증을 받은 내용을 홍보하고 전체 내용물 중 어느 정도가 재활용되는지 밝혔다.

교훈

감시단체들이 허위광고를 제소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 용어의 정의를 더 명확히 해야 한다.
가짜 하이브리드 조심하라
개인 소비자에게 하이브리드 카(휘발유+전기)보다 더 인기 있는 친환경 운동의 상징은 없다. 실제로 도요타 프리우스(전 세계에서 100만 대 이상 판매, 연비 ℓ당 20㎞) 같은 일부 모델은 이름과 실제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단지 하이브리드 카라고 모두 친환경은 아니다. 전미 재생에너지 연구소의 첨단 자동차 연료 담당 테리 페니 기술부장은 자신의 프리우스가 하이브리드 기술 덕택에 연비가 50% 더 좋은 반면 일부 짝퉁은 10% 향상에 그친다고 말한다. “자동차 매장에 들어서면 영업사원들이 쓰레기 모델들을 떠안기려 열을 올린다”고 페니가 말했다. 실제로 ‘걱정하는 과학자 모임(UCS)’에 따르면 현재 시판되는 모든 하이브리드 카의 절반은 일반 차종들보다 전혀 연비가 높지 않다. 나머지 절반은 이름뿐이다. ‘할로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기술(연소기관의 연비를 높여주는 전지)도, 이름에 걸맞은 효율성도 없다. 새턴의 2007 하이브리드, 셰비의 2007 실버라도, 2007 GMC 시에라 하이브리드 픽업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UCS 청정자동차 프로그램의 데이비드 프리드먼 연구부장이 말했다. 연료 효율보다 대형 엔진의 출력을 높이기 위해 전지를 사용하는 ‘파워 하이브리드(muscle hybrids)’도 있다. 렉서스 차종과 하이브리드 혼다 어코드가 이 분류에 해당한다고 프리드먼이 말했다. 자동차제조업연합의 대변인 찰스 테리토는 과거에는 하이브리드 카의 연비가 수많은 중요 요소 중 하나로 간주됐으며 자동차 메이커들은 그저 그런 다양한 요구에 따르기만 하면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3개월 사이 소비자 수요에 “아주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 연비의 중요성이 뚜렷이 부각됐다고 한다. 혼다의 경우를 보자. 혼다는 지난해 어코드 하이브리드 카의 생산을 중단했다. 크리스 노턴 대변인은 연비와 성능의 균형을 맞추려 했지만 별로 인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혼다는 그 실패를 교훈 삼아 지금은 연비에만 초점을 맞춘 하이브리드 모델들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핵심은 효율성이다. 페니는 7년 사이 프리우스를 세 번 바꿨는데 2년마다 세금공제 시효가 끝나기 전 차를 교체한다. 혼다 시빅 HX를 소유한 프리드먼은 자신의 자동차가 기술적으로 더 단순하지만 하이브리드보다 가격은 더 싸면서 연비가 거의 비슷하다고 여긴다. “단기적으로 볼 때 단순한 기술이 더 멀리 간다”고 그가 말했다. “여기서는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훈

정부는 어떤 종류의 하이브리드를 관용으로 구입하거나 세금을 비롯한 인센티브를 통해 장려해야 할지 검토해야 한다.
현지산이 만능은 아니다
유기농 식품 애호가들이 현지 재배 채소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현지 산물이 더 친환경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현지 토마토는 밭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석유로 달리는 자동차 운송거리(food miles)가 짧겠지 싶다. 하지만 여기에도 논리적인 맹점이 있다. “식품의 이동거리는 재배지의 원근은 잘 나타내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아이오와 주립대 레오폴드 지속가능농업연구소의 리치 피로그 부소장이 말했다. 수출 식품 중에는 계절 차이를 이용해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를 오가는 과일과 채소가 많다. 하지만 그런 작물을 직접 재배하면 수입하는 것보다 에너지가 더 필요할지 모른다(겨울 온실의 난방·조명·관개용). “운송거리만 봐서는 안 된다”고 캘리포니아대(데이비스)의 식품 분석가 게일 핀스트라가 말했다. “그것은 큰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 농장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의 거리만큼 운송수단도 중요하다. 해상운송의 배기가스는 항공운송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기차는 트럭보다 더 오염이 적다. 트랙터-트레일러는 낡은 픽업에 비해 더 효율성이 높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동부에 산다면 트럭에 실려 로키산맥을 넘는 캘리포니아산 포도주보다 프랑스 보르도산을 마시는 게 오히려 더 환경에 이로울지 모른다고 한 연구는 밝혔다. 작물의 재배와 추수 방법 또한 중요하다. 예컨대 뉴욕주 사과가 뉴질랜드산 수입 사과보다 환경오염이 더 클 수 있다. 뉴질랜드의 재배 환경에서 적은 에너지로 더 많은 수확을 거두기 때문이다. 육류 문제도 복잡하다. 몇몇 조사에서는 현지 방목장에서 풀을 먹여 키운 소가 기업형 목장에서 농축사료를 먹이며 사육한 소보다 메탄가스(강력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40% 적고 에너지 소비량이 85% 적었다. 하지만 유기농 목장은 도축할 때가 되면 종종 소들을 멀리 떨어진 도살장으로 보냈다가 고기로 되돌려 받아 소매시장으로 공급해야 한다. 현지 쇠고기가 식탁에 오를 때쯤엔 사육 쇠고기보다 운송거리가 더 길어진다. 지역 운송망보다 권역 운송체계가 8~17배 더 효율적이라고 레오폴드 연구소는 밝혔다. 따라서 현지 재배 토마토라도 생각만큼 친환경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교훈

주 정부는 현지산이 무조건 좋다고 가정하기보다 시장별로 효율성을 장려해야 한다.
글로벌 표준이 없다
친환경 개념 중 가장 모호한 것이 탄소 상쇄 기부다.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돈을 지불한다는 개념이다. 테라패스·클라이미트세이브 등 회사들은 고객에게 탄소 발자취 감소 프로젝트에 쓰일 비용을 받고 증명서를 발급한다. 추정에 따르면 2007년 개인 탄소상쇄 시장 규모는 1000만 달러였으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추세다. 하지만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지 모른다. 일반 가정이나 항공기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과 조림이나 친환경 연구 지원 등 탄소 상쇄 프로젝트로 흡수되는 탄소의 양을 정확하게 계산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탄소 상쇄 프로젝트에 투자된 돈의 실제 향방을 파악하기도 매우 어렵다. 탄소거래감시(CTW)의 연구원 케빈 스미스는 “ 탄소 상쇄 프로젝트는 효과를 계량화할 수 없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탄소 상쇄 기부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한 항공사들을 예로 들어보자. 델타 항공 등은 균일 요금제(국내선은 좌석당 5달러, 국제선은 좌석당 11달러)를, 콘티넨털 항공 등은 선택 요금제를 실시한다. 콘티넨털 항공의 뉴욕∼런던 간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12.41달러(재조림 사업)와 32.51달러(재생가능 에너지 개발 사업), 36.2달러(‘최상급’ 재생가능 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사업), 23.38달러(위 세 가지를 혼합한 형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콘티넨털 항공에 탄소 상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스테이너블 트래블의 브라이언 멀리스 사장은 이 프로그램들이 동일한 효과를 낸다고 추정되지만 가격이 높은 옵션이 장기적인 지속가능 개발을 촉진하기 때문에 ‘상승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량을 똑같이 1t 줄이더라도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혜택이 달라진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고 싶다.” 탄소 상쇄에 관한 오해 중 하나는 탄소 상쇄가 이미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는 활동으로 직접 연결된다는 생각이다. 항공기 운항의 경우 가장 저렴한 옵션인 재조림 사업이 여기 해당한다. 하지만 효과를 제대로 측정하려면 나무를 심고 기르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환경전문가 조 롬은 “사람들이 나무를 심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도록 내버려 두는 일은 매우 비생산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서스테이너블 트래블 같은 회사들이 내놓는 고가의 프로그램 중에는 나중에 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계획들도 포함돼 있다. 예를 들면 풍차나 태양전지판 개발 등의 활동 지원 목적으로 기부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탄소 상쇄 기부를 하고 추상적이거나 증명이 불가능한 형태로 탄소 배출 감소 약속을 받는 것이다. 콜로라도주에 있는 아스펜 스킹사의 ‘기업 지속성’ 담당 대변인 오든 셴들러는 ‘개척시대의 미국 서부’나 다름없는 탄소 상쇄 시장의 생리를 터득하는 데 비싼 대가를 치렀다. 그는 고용주를 설득해 매년 재생에너지 크레딧(REC)을 구매하는 데 4만2000달러를 썼다. 하지만 지난해 더 면밀히 조사한 결과 자신이 구입했던 값싼 REC가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듯하자 마음을 바꿨다. 셴들러는 이렇게 말했다. “REC에도 질의 차이가 있는데 일반인들은 차이를 알아보기 힘들다. 회사 입장에서는 양질의 REC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 2달러만 쓰고도 똑같은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왜 170달러를 들이겠는가?” 탄소 상쇄의 기준이 모호하고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주먹구구식 대응이 난무한다.

교훈

탄소 상쇄를 정의하고 계측하는 방법에 세계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각국 정부는 탄소 상쇄를 장려하기보다는 제한해야 한다.
거래 의무화가 열쇠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과 버락 오바마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자유시장적 동기를 부여하는 탄소거래제를 찬성한다. 이 ‘총량거래제’는 각국 정부가 각 공장과 회사의 탄소 배출 허용량을 정하고, 허용량을 초과해 배출을 원하는 회사들이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2005년 이후 호주와 캐나다 같은 선진국들은 이 제도를 의무화했고, EU는 2002년부터 자발적인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해 탄소 배출권을 거래해 왔다.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미국에선 시카고기후거래소(CCX: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한 자발적 탄소 배출권 시장)를 통해 탄소가 거래된다. 하지만 이 제도는 규제가 심한 유럽에서도 별 효과를 못 보고 있다.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EU 회원국과 다른 나라들이 따르는 유엔의 청정개발체제(CDM)에는 프랑스와 영국 기업들이 인도와 중국 기업들에 좀 더 효율적인 공장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기술개발 비용을 지원해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개발도상국들도 탄소 배출이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CDM에서 자금을 지원받은 회사들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공장을 폐쇄하고, 그 돈을 이용해 환경을 오염하는 또 다른 공장을 건설한다 해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도의 구주라트 플루오로케미컬스사는 2006년 4분기 동안 전년도 전체 수입의 세 배인 2700만 유로를 벌어들였다. 대부분이 유럽에 탄소 배출권을 팔아 번 돈이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가 늘어난 수입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테플론과 가성소다 공장을 새로 지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예일대 환경법 교수 댄 에스티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좀 더 엄격한 감시와 탄소 배출권 판매로 벌어들인 돈이 제대로 쓰인다는 보증, 믿을 만하고 검증된 프로그램이 갖춰진 시장이 필요하다.”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하는 미국 탄소시장에서는 유럽에 비해 탄소 배출권이 훨씬 싼값에 거래된다. t당 3~5달러로 유럽의 CDM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차이는 국제 협정을 따르지 않는 모호한 기준에 기인한다. 일례로 CCX에서 합법적인 탄소 상쇄 방법으로 인정하는 재조림 등의 프로그램을 유럽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배출권의 공급은 많고 수요가 적기 때문에 판매가격이 싸다. 하지만 미국 의회는 지난해 11월 노후한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약 3만t의 탄소를 상쇄할 만큼 충분한 양의 배출권을 CCX에서 사들여 곧 탄소중립 상태에 이를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의회는 조림과 이산화탄소의 지하 매장, 풍력과 태양력 발전 등 탄소 배출 상쇄권 구입에 약 9만 달러(탄소 1t당 2.97달러)를 지출했다. 하지만 추후 감사에서 그 프로그램 중 다수는 탄소 배출 상쇄권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진행됐으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례로 탄소를 지하에 가둬두는 방식으로 땅을 경작하는 조건으로 돈을 받은 노스다코타주의 농부들은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자신들이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그 방식으로 경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율적인 탄소거래 제도를 확립하려면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에스티는 이렇게 말했다. “이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원한다면 탄소 배출량 감소를 의무화하고 엄격한 단속을 실시해야 한다.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하는 미국 시장은 단속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연습에 불과하다.”

교훈

탄소거래제는 참여가 의무화되고 엄격한 단속이 병행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비식품 원료를 찾아라
여러 연구와 치솟는 식품 가격이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에탄올이 휘발유를 대체할 환경친화적 연료’라는 믿음을 무너뜨렸다. 에탄올은 생산에 소요되는 에너지의 3분의 1 정도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인기가 시들해졌다. 지금은 자트로파(열대성 잡초)와 사탕수수 같은 좀 더 효율적인 비식품 원료를 찾는 데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농업폐기물에 포함된 섬유소가 유망한 원료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약 20개 회사가 농업폐기물에서 에탄올 추출을 시도 중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6개 회사에 4년 동안 3억85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그들 회사 중 하나인 블루 파이어 에탄올사는 캘리포니아주의 한 쓰레기 매립지(섬유소의 공급원) 주변에 시범 공장을 건설 중이다. 베레니엄이라는 회사는 지난달 사탕수수의 부산물인 바가스를 원료로 하는 작은 공장을 열었다. 섬유소는 폐기물에서 나오기 때문에 특히 매력적이다. 일리노이대의 크리스 서머빌 박사는 “대규모 투자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훈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 영ㄴ료가 개발된다면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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