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백제가 여주에 있었다면…
[새로 나온 책] 백제가 여주에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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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그 전의 역사를 우리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독도 야욕이 좀 더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닐까?
이이화·박노자·이덕일 등 105명의 역사학자가 ‘고조선 위만의 쿠데타(BC 194년)’에서 ‘부계성 강제조항 폐지(2005년)’까지 한국인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선택 108가지를 선정해 펴낸 『108가지 결정』은 ‘선택 하나’가 역사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바꾼다고 한다.
어느 술꾼이 술에 취해 한강다리를 건너는 것과 박정희가 새벽에 탱크를 몰고 건너는 것은 천양지차라는 관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475년, 백제는 고구려가 침공하자 천도 지역을 여주에서 공주로 바꿨다.
고구려는 추격을 멈췄다. 만주를 개척하는 게 더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고구려는 신라를 통제할 수 있는 한강 점령만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만약에 백제가 여주로 천도했다면? 고구려는 백제를 멸망시키고, 삼국통일의 주인공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백제의 공주 천도가 신라의 삼국통일을 이끌었고, 결국 한국사는 한반도 안으로 고착화되어 버렸다고 한다. 부록 ‘한국사 40대 중요 결정’에서 2위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1388년)’, 3위 ‘나당동맹(648년)’, 8위 ‘장수왕의 평양천도(427년)’, 38위 ‘묘청의 난 좌절(1135년)’ 등도 모두 고조선의 강역이던 북방의 만주에서 발을 빼는, ‘아주 오래된 대한민국 한반도화의 궤적’이었다.
7위 한국전쟁, 15위 단독정부 수립, 16위 김구 암살, 29위 한반도 분할점령 등은 ‘우리끼리 싸우면 우리만 좁아짐’이란 뼈아픈 교훈을 준다. 또한 죄수의 딜레마, 즉 서로 도우면 서로 이익인데도 서로 믿지 않는 바람에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선택할 수 있는 실용정부의 ‘비실용적인’ 남북관계에도 그 무언가의 뼈아픈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은 아닐까.
그럼 21세기, 최근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남북 정상회담(2000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수도이전 무산(2004년), 부계성 강제조항 폐지(2005년)다. 세 가지 결정이 헌법재판소와 관련이 있다. 특히 수도 이전 무산은 ‘관습헌법’이라는 생뚱맞은 이유로 기각이 되었기 때문에 ‘강부자’ 출신들인 헌법재판관들이 기득권 수호에 연연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었다.
그러나 이 책은 “개혁군주나 개혁적 대통령의 의지만으로는 더 이상 실질적인 변화를 이룰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 정치권의 밀어붙이기가 사법권의 권한에 따라 언제든지 차단될 수 있는 ‘정상적인 민주국가’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게 더 중요한 의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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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이 ‘할아버지 총리’라고 부르는 원자바오는 그곳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말과 행동으로 보여줬다. 독자에 따라서는 원자바오에 대한 저자의 지나친 찬양이 거슬릴 수도 있다.
재난 현장을 찾아와 사진 몇 장 찍고 가는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들에 비한다면 부러운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정치인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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