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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독선에 빠진 ‘거인경제’

[World View] 독선에 빠진 ‘거인경제’

올림픽 종합순위에 집착하는 미국인들은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서 더 크고 어려운 문제를 떠올린다. 중국이 과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 주체로 떠오를 것인가? 그 문제라면 골치 썩이지 않는 편이 좋겠다. 그렇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니 말이다. 현재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 경제(14조 달러)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골드먼삭스는 양국의 믿을 만한 경제 성장률 전망을 바탕으로 2020년대에는 중국의 생산이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중국이 부유해진다고 미국이 가난해지지는 않는다. 골드먼삭스의 전망에 따르면 미국인의 평균 소득은 2050년에도 여전히 중국인의 두 배에 이를 것이다. 중국의 진정한 위협은 다른 데 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이 세계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중국은 무역을 왜곡하고 극심한 금융 불균형을 초래할 뿐 아니라 희귀한 원자재를 둘러싼 경쟁을 일으키고 있다. 불안정한 조짐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제 경제정책 조사기관인 피터슨 인스티튜트의 경제학자 C 프레드 버그스텐은 중국이 “세계 경제체제의 기본 원칙에 도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심각한 문제다. 국가 간 무역이 늘고 기술과 경영기법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오늘날 세계는 역사상 유례없는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생활수준이 1950년 이후 급상승했다. 일본은 10배, 한국은 16배, 프랑스는 4배, 미국은 3배로 치솟았다. 중요한 건 이런 발전이 심각한 정치 갈등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과거에 국제 무역은 석유 부문을 제외하곤 비교적 조용하게 확장됐다. 국제 갈등의 원인은 주로 이념이나 민족주의, 종교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 힘의 균형에 변화가 일면서 경제 문제가 갈등의 한 요인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옛 질서의 주체였지만 중국은 새로운 질서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두 나라가 자국의 이익과 세계의 관계를 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은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방 번영의 열쇠로 규정했다. 공산주의에 맞서 싸우고 대공황의 재발을 막는 것이 미국의 목표였다. 각국은 무역에서 서로 양보하는 자세를 취했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통화를 조작하지 않았다. 몇몇 국가를 제외하곤 이런 원칙을 대체로 존중했다. 하지만 중국의 정치적 목표는 다르다. 높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목표는 자국의 생활수준을 높이고 대규모 이농을 팽창하는 도시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로스 캐피털 파트너스의 도널드 스트래스짐 부회장은 중국의 도시 유입 인구가 연간 17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의 말대로 중국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외국 투자유치의 수단으로 본다. 그리고 번영을 공공질서와 공산당의 정치적 독점 유지를 위한 기본 조건으로 간주한다. 처음에 중국은 기존의 세계 경제체제 안에서 자국의 야망을 추구했다. 하지만 버그스텐에 따르면 중국은 부유해질수록 기존 질서를 점점 더 무시한다. 중국은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저평가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약탈적인 무역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2000~2007년 중국의 경상수지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7%에서 11.1%로 크게 늘었다. 또 중국은 석유·천연가스·구리 등 기초 원자재의 수출을 억제한다. 이런 조치로 다른 나라들이 고통을 받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이기적이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 경제의 번영을 자국 국력 확대의 수단으로 생각한 반면 중국은 (상품과 원자재 수출의 보장된 시장으로서) 세계 경제를 국내 안정 증진의 수단으로 본다. 중국의 정책이 세계 무대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난다.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와 엄청난 무역흑자로 외환보유액이 1조8000억 달러에 이른다. 통화 조작으로 수출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과 다른 나라 기업들의 거대 지분을 사들일 만큼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등 국가에서 정치적 반발이 일어난 건 당연한 일이다. 또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유로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 상승에 일조해 유럽에 경기 침체 위협을 가했다. 중국은 또 세계 무역협상을 무시하고 원자재 수입 욕심에 이끌려 이란과 수단 등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는 정권들을 지지했다. 세계 경제는 또 다른 위협에도 직면해 있다. 산유국들의 석유공급 중단과 파괴적인 현금흐름의 위협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의 분열은 차기 미국 대통령에게 딜레마가 될 것이다. 미국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경제적 민족주의는 세계 경제를 약화시킬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더욱 민족주의적인 방식으로 보복한다면 그 역시 세계 경제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 세계화는 상호의존을 기본으로 하는데 주요 국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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