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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변동 유혹에서 벗어나라

시세 변동 유혹에서 벗어나라

요즘 같은 위기 때 실수요자는 시세에 민감할 필요가 없다.

추석 연휴를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 기대를 걸었던 금융시장이 오히려 핵폭탄을 맞아 비틀거리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야단법석이다. 급기야 주식시장은 곤두박질치고,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물론 금융시장의 위기가 당장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심리적 불안감이 투자기피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추석 이후,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지금 사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한 상담이다.

며칠 전 해외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A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서울에 돌아온 지 3개월째 되는데,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씨는 4년 전 해외근무지로 떠나면서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팔았다. 관리도 어렵고 해외근무를 떠난다는 꿈에 부풀어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때 팔아 치운 아파트 가격이 1억원 정도 올랐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실수요자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약간의 착시현상이 있다. 주택 수요와 비교하면 공급이 많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은 철저한 오산이다. 또한 과거 몇 년 동안 주택 공급보다는 규제정책이 우선시 되어 시행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을 들여다보면 당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모든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까지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면서 가격을 올려놓았던 시절이 있었다. 반면 지금은 거래량이 줄어들고, 급매물로 인해 일부 지역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시장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을 주춤하는가 하면 아예 외면해 버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부동산 가격이 더 내려가겠지 하는 생각은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실수요자라면 내 집 마련 계획에 의해 집을 장만해야 한다. 특히 가격의 오르내림에 같이 춤을 추어서는 안 된다. 가격이 더 내려가기를 기다리다가 매수 시점을 놓치는 것은 영원히 내 집 마련 기회를 놓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에 각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장만할 집이라면 자녀의 교육환경을 비롯해 교통여건, 편의시설 등 실수요자의 여건에 맞춰 장만하면 그뿐이다. 설령 가격이 좀 떨어졌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실수요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되고 가격은 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부동산정책의 기조는 세금 인상을 통한 부동산 가격 안정이었다.

다주택 소유자들의 세금 부담으로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의 생각은 완전히 정반대로 빗나가고 말았다. 오히려 매도보다는 보유하자는 쪽의 생각이 우세했다. 급기야 매수자도 매도자도 사라지면서 시장은 위축되고 일부 지역의 경우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로 잰 듯한 투자분석 해야


하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규제보다는 완화가 앞서는 분위기다.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비롯해 종합부동산세도 과감하게 완화해 실수요자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고, 편안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완화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장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장경제원리에 맞는 정책이 꾸준하게 추진되고, 이를 통해 시장에 신뢰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들이 쉽사리 내 집 마련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지금까지의 규제정책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신들이 이들만의 잘못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시장경제원리를 외면한 정부의 부동산정책에도 일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여전히 강남지역을 비롯한 분당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런 현상이 지속한다면, 결국 우리나라 전체의 부동산 시장이 혼란을 겪을 수도 있어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시장을 바로 보고 바른 정책을 세워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과 투자자의 바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하려면 부동산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동산은 현재의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미래의 기대수익을 자세히 분석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유혹에 걸려들면 합리성이 부족해 물건을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부동산 값이 떨어질 때 투자해야 함에도 그 당시에는 특별한 투자 유혹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부동산 값이 올라갈 때 지독하게 유혹에 걸려들어 부동산 투자에 온몸을 던진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에는 부동산 값이 떨어지거나 안정세를 보이는 장세에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반면에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강한 집착을 보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묻지마 투자에 나서게 된다. 물론 평소에 합리적인 사람도 가격이 오를 땐 이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부동산에 대한 유혹은 가격이 내려갈 때보다 가격이 올라갈 때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투자자는 이때 조심해야 한다.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은 시장경제원리를 가지고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유독 강남지역 아파트에 강한 투자유혹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강남 아파트의 경우 정부의 각종 규제정책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이 별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투자자 처지에서 보면 그만큼 더 유혹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역별·단지별 가격 차별화 현상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로 잰 듯한 철저한 투자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유혹에 이끌려 투자하지 말고 투자가치가 있는 아파트를 잘 골라야 한다. 이젠 강남 아파트를 산다고 해서 전부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손해를 볼 수 있는 경우를 따져보고 여기에 미리 대처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동산에만 투자한다고 돈을 많이 벌거나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 무리하게 부동산 투자에 나선 사람들의 마음은 불편하고 불안하다. 미국의 국부로 추앙 받는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B. Franklin, 1706~1790)의 말처럼 지금은 두 개의 굴뚝을 만드는 것보다 한 개의 아궁이 불을 꺼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감(感)이나 소문만을 믿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극히 위험해 보인다. 부동산 재테크의 원칙은 소득 범위 내에서 확실한 자금계획을 세워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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