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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論濁論] 최악의 위기에 대비하자

[淸論濁論] 최악의 위기에 대비하자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와 관련해 인기가 치솟고 있는 한 정치인이 있다. 바로 영국 총리인 고든 브라운이다. 얼마 전까지 그저 그런 정치인으로 인기를 얻지 못하던 그는 이번 금융위기 해결을 통해 각광 받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는 먼저 정적(政敵)이었던 정치인을 위기 해결을 위한 주요 포스트에 입각시키고, 미국과 달리 금융기관의 지분 매입을 통한 공적자금 직접수혈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반면 정부가 9000억 달러의 예산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유동화 상품을 비롯한 부실채권을 구매하려던 미국 행정부의 계획은 자산평가 등 여러 가지 운영상의 문제점만 노출한 채 유보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영국식 자기자본 수혈을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채택했다. 미국 정책 당국의 상황판단 능력과 리더십이 다시 한번 손상을 입는 사건이었다.

고든 브라운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 및 IMF 같은 국제기구가 이렇게 급박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자국 실물경제의 침체, 더 나아가 세계경제의 공항 상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유동성 고갈로 신용상태가 양호한 차입자들조차 자금 조달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IMF의 한 연구보고서는 경제운용에 있어 유동성은 사람에게 산소와 같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산소가 부족하면 짧은 시간은 버틸 수 있지만, 산소 부족이 계속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비유다. 따라서 현재 미국, 유럽 국가들은 유동성 회복을 해결해야 될 가장 시급한 문제로 보고, 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우리가 걱정해야 될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선진국 경제가 앞으로 얼마나 오랜 기간, 그리고 어느 정도의 폭으로 침체하느냐는 것이다. 지난주 발간된 IMF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이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2009년 하반기부터 느린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실물경기는 침체 상태에 진입했음이 여러 경제지표를 통해 나타나고 있고, 유럽과 일본도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하고 있다. 미국 주택 가격 동향은 특히 예의주시해야 한다. 주택 가격의 하락이 소비 침체와 건설경기 부진으로 이어지고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택 가격은 2006년 6월 고점 이후 전국적으로 약 20%, LA와 마이애미 등은 30%가량 떨어졌으며, 이 분야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10~20% 정도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가격과 함께 향후 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변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포함한 미국의 부실채권 규모다.

IMF는 미국에서 발행한 채권의 부실 규모를 총 1조4000억 달러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미국 GDP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나머지는 회사채, 신용카드론 등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IMF는 이 중 55% 정도가 이미 실현된 신용손실이고, 나머지는 앞으로 발생 가능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매우 큰 거시경제 리스크에 직면해 있는 우리는 외부상황의 모니터링과 함께 내부의 불안 요소에 대한 파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예를 들면 가계신용 대출, 부동산담보 대출, 부동산PF 대출 등이 외부 충격으로 악화되는 경우 우리나라 금융시장 내부의 뇌관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이 부문이 외환위기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태이고, 따라서 이들에 대한 연체율·부도율 등의 지표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최상의 결과가 도래하기를 바라지만, 최악의 결과에 대한 준비도 게을리할 수 없는 시기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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