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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최초의 캐릭터전시회 연다

중동 최초의 캐릭터전시회 연다

"이곳에 있는 한국 부스 담당자의 연락처를 다 알려줄 수 있겠소?” 2004년 신애란(32)씨는 서울에서 열린 한국치과전시회 일을 잠시 도와주러 갔다가 조금은 황당한 요청을 받았다. 요청한 사람은 두바이 의료전시 기업인 인덱스홀딩의 압둘 살람 알마다니 대표였다. 그는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신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세 시간 동안 모든 전시 부스를 돌면서 담당자의 명함을 받아왔다. 신씨의 열의에 놀란 알마다니 대표는 두바이에 돌아간 뒤에도 신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전시업계 정보를 교환했다. 경희대 컨벤션 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료한 신애란씨는 당시 코엑스의 서울캐릭터페어 사무국에서 막 일을 시작한 참이었다.

캐릭터 전시회란 캐릭터,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장난감 등 다양한 문화콘텐트의 장터라고 보면 된다. 제작업체들이 전시 부스를 통해 바이어들에게 상품을 소개하고 투자를 유치한다. 세 번의 서울캐릭터페어를 치르면서 신씨는 캐릭터 라이선싱 시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내가 직접 기획하고 유치한 부스가 거래에 성공하면 마치 내 일처럼 기뻤다.”

알마다니 대표도 신씨가 일하는 캐릭터 라이선싱 분야에 차츰 관심을 보였다. 2006년 그는 아예 신씨를 스카우트해 중동 최초의 캐릭터 전시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캐릭터 두바이’(두바이국제캐릭터라이선싱페어)라는 이름도 붙였다. 하지만 부푼 기대를 안고 두바이에 도착한 신씨는 깜짝 놀랐다.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만화영화나 그림책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동은 캐릭터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고 신씨는 말했다. 인덱스의 다른 임원진도 캐릭터 두바이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신씨는 지난해 알마다니 대표와 모하메드 알하바이 두바이랜드 대표를 포함한 UAE 방문단을 이끌고 직접 서울캐릭터페어를 참관했다.

나중에 알하바이 대표가 알마다니 대표에게 따로 감사 인사를 했을 만큼 그들은 한국 캐릭터산업의 높은 수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후 회사는 신씨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견학하고 싶은 해외 전시회가 있으면 예산을 새로 만들어서라도 보내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우선 해 보라고 격려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캐릭터 두바이의 마스코트인 주황색 낙타 ‘줌줌’이다(한국 업체에 의뢰해 제작한 ‘줌줌’은 관계자들의 열렬한 반응 속에 열쇠고리, 인형 등으로 제작됐고 현재 시판을 준비 중이다). 10월 28~30일 드디어 캐릭터 두바이가 두바이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1년 반 동안 준비해온 것을 3일 안에 보여줘야 한다”고 신씨는 말했다.

세계 각국의 문화콘텐트 업체와 바이어를 꾸준히 찾아 다닌 결과 25개국 200여 업체가 참가를 확정했으며, 1만여 명의 전문 바이어와 라이선싱 사업가들이 전시장을 방문할 전망이다. 뜻밖의 성과도 나타났다. “그동안 만났던 두바이 정부나 기업이 자체 마스코트 캐릭터를 발표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린다.” 한국에는 언제 돌아올 생각이냐고 묻자 신씨는 “이왕 온 거니까 캐릭터 두바이를 확실히 알리고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한 번 받고 갔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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