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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기보다 업종 변경 고려할 만

문 닫기보다 업종 변경 고려할 만

‘짬장정육상회’는 오픈 가맹점의 70% 이상이 업종 전환을 시도한 점포로 구성돼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100㎡ 규모의 식당을 운영하는 C(43)씨는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50~60% 이상 떨어졌는데 쉽사리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식당은 평소 주 요리인 오리고기 매출만 하루 100만원이 넘었다. 그런데 올해 조류독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손님이 크게 줄었다.

조류독감이 잦아들자 이번에는 치솟는 물가와 중국산 멜라민 파동이 발목을 잡았다. C씨는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물가와 내수 침체 장기화, 금융시장 불안까지 가세하면서 C씨처럼 존폐의 기로에 놓인 자영업자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8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 수는 모두 594만5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3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음식업중앙회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신규 창업건수는 4만9000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0건 늘었지만 폐업은 3000건이나 급증, 4만300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의 최근 조사에서도 월 400~500여 개 업체가 문을 닫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대한제과협회 회원사 수도 8000여 개로 5~6년 전(1만600여 개)에 비해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의 자영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방안은 과연 폐업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다.

전문가들은 파리가 날릴 정도로 장사가 안 되는 가게라면 매출 부진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리모델링이나 업종 변경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 다시 일어서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업종 전환 창업자 찾는 프랜차이즈도

전남 목포시 연산동에서 홍삼 판매점 ‘한삼인’을 운영하는 정병연(50)씨는 8년간 운영해 온 고깃집을 정리하고 지난해 7월 업종을 전환했다. 하루 평균 매출이 90만~100만원으로 장사가 아주 안 된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음식점 운영이 힘에 부쳤다고 한다.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보조식품이 적합한 아이템이라고 판단해 50㎡ 규모의 고깃집은 지인에게 넘기고 재 창업에 나섰다.

정씨는 1억2000만원을 들여 같은 상권에 50㎡ 규모의 홍삼 판매점을 열었다. 현재 월 매출은 3000만원 내외를 기록해 안정적인 운영에 접어든 상황이다. 정씨는 “식당을 운영할 때는 새벽부터 시장에 나가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 등 잔일이 많아 육체적으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손님이 찾아오면 차 한 잔 대접하고 제품 설명 후 판매가 바로 이뤄져 운영이 훨씬 수월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에서 메밀초밥 전문점 ‘행촌소바’를 운영하는 정귀영(58)씨도 비슷한 경우다. 정씨는 지난해 2월 업종을 전환해 두 번째 창업 인생을 성공적으로 열어가고 있다. 1994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독립점 형태의 분식점을 운영해 오던 그는 변화무쌍한 창업 시장과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소비자의 욕구를 따라가지 못해 매출 하락을 겪고 있었던 상황. 그가 업종 전환을 결심한 것은 매출도 매출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독립점 운영에 지쳤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프랜차이즈라면 지금보다 운영이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씨가 운영하는 점포는 지하철 1호선 성북역 광장 바로 앞에 위치한, 양방향에서 점포가 잘 보이는 이른바 ‘명당’ 자리였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공들여 운영해 온 점포를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기존 점포를 그대로 활용해 경쟁력 있는 메뉴를 도입하고 인테리어만 변경해 영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이템을 고민하던 정씨는 집 근처 메밀초밥 전문점에 손님이 꾸준히 몰리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세미(semi) 프랜차이즈 형태로 재창업을 결정했다.

직접 가공이 어려운 면류와 초밥용 재료 등은 반제품 상태로 공급받고, 육수와 소스 등 나머지 핵심 품목은 만드는 방법을 전수받아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독립점과 프랜차이즈가 결합된 형태의 창업을 선택한 것. 업종을 변경하면서 가맹비 700만원, 인테리어 공사비용 4800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밀려드는 손님에 식재료가 바닥이 났고, 개업 후 두 달 동안 오후 8시면 문을 닫아야 했다. 당시 하루 매출은 200만원. 업종 전환 6개월 뒤부터는 운영이 안정궤도에 접어들면서 하루 평균 매출이 150만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인건비 1000만원(종업원 7명), 식재료 원가 1200만원, 임차료와 기타 공과금, 관리비를 제외하면 한 달에 1500만~1600만원이 순수익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정씨는 “업종전환을 통해 운영의 편의성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며 미소 지었다.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에서 생맥주 전문점 ‘가르텐비어’를 운영하는 안용희(44)씨도 업종전환으로 즐거운 제2 창업 인생을 살고 있다. 이전에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치킨점을 3년간 운영했다.

안씨는 “닭을 굽고 운영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기술이 필요해 육체적으로 힘이 들었고, 종업원 관리도 쉽지 않아 업종전환을 고려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적성 맞는 아이템부터 살펴봐야

위기의 자영업자 실태
-올 상반기 자영업자 전년 대비 7만여 명 감소한 594만 명
 1~9월 폐업 4만3000건, 전년 대비 3000건 급증
-수퍼마켓 월 400~500개 폐업 신고
-제과점은 5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인 8000개로 줄어
(자료: 통계청·음식업중앙회·슈퍼마켓조합연합회· 대한제과협회)
이런 와중에 안씨는 지인이 즐겨 이용하던 생맥주 전문점을 추천하면서 생맥주 전문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여러 점포를 방문, 비교해보고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맥주 전문점 창업을 결심한 뒤 60㎡ 치킨점은 창업을 준비하던 후배에게 권리금 1억원을 받고 넘겼다. 그리고 2006년 10월 2억5000만원(점포비용 제외)을 들여 서울 시내에 238㎡ 규모의 맥주 전문점을 열었다. 장사가 안 되는 호프집을 인수해 점포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재창업 후, 맥주 온도를 섭씨 4도로 유지하는 냉각 테이블과 친절한 고객 응대가 입소문을 타면서 그의 매장은 지역 매출 1위, 전체 가맹점 중에서도 매출 상위 점포에 속하게 됐다.

현재 월 매출 6000만원, 순수익은 15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안씨는 “바비큐 치킨점에 비해 운영은 수월하고, 매출은 두 배 정도 올라 장사할 맛이 난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렇듯 신규 창업이 줄고 업종전환 희망자가 늘어나면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업종전환 창업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

‘원할머니보쌈’을 운영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원앤원㈜에서는 새롭게 선보이는 부대찌개·해물떡찜·철판구이 전문점 ‘박가부대’ 창업에 업종전환 창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전국 20여 개의 가맹점이 운영 중인 ‘짬장정육상회’는 오픈 가맹점의 70% 이상이 분식집·호프집·고깃집·식당 등 기존 음식점에서 업종전환을 시도한 점포들로 구성돼 있다.

기존 매장에 있던 주방 공간을 그대로 활용할 뿐 아니라 냉장고·화구·선반 등 주방시설 대부분을 재활용해 창업비용 부담이 덜하다는 게 특징이다. 짬장정육상회 관계자는 “기존 신규창업보다 1000만∼2000만원까지 창업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구나 업종전환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성규 장충동왕족발 이사는 “업종전환으로 프랜차이즈 업체를 선택할 경우 해당 상권에 이미 가맹점이 운영되고 있어 업종전환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해당 지역에 운영 중인 가맹점이 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당장 힘들다고 무작정 업종전환을 택하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며 “몇 년 후를 내다보고 창업교육 및 컨설팅을 통해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 아이템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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