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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정부 그래도 믿고 싶다

정치와 정부 그래도 믿고 싶다


12월 18일 정부부처의 2009년 업무보고가 시작됐다. 새해 업뭅보고가 12월 중순에 시작되기는 처음이다.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긴 것이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정부 대책은 금융시장의 ‘돈맥경화’를 풀고 내수를 살려 일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20조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고, 19일부터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깎아준다. 새해 예산 중 11조원을 올해 앞당겨 배정하고, 내년에 중소기업에 50조원을 지원한다. 이번 조치로 금융위기가 해소될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되리란 ‘U자형’보다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L자형’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마이너스 성장과 실업대란을 막기 위한 불황과의 전쟁은 이제 시작인데 정치권이 싸우는 것을 보면 맥이 빠진다. 한나라당 단독으로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상정한 18일 국회에선 해머와 망치, 전기톱, 소화기와 소방호스가 등장하고 욕설이 난무했다. 여당은 새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데 이어 쟁점 법안도 강행 처리할 태세다.

다른 한편에선 고위 공직자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2012년까지 14조원을 투입한다는 4대강 정비사업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의 전주곡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는 데 15조원이 들어간다고 했던 정부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을 단순 정비하는 데 14조원이라니,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굳이 4대강 정비를 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정 부분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져 최소 비용으로 강을 정비하고, 아낀 예산을 한국 경제의 앞날을 위해 써야 한다.

그중 몇 십억원이라도 떼어 수질개선 장비를 연구하는 벤처기업에 대줘라. 그게 성공하면 강 정비사업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이것이 바로 늘 이야기해온 차세대 성장동력 아닌가.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해머 소리가 들리고 대통령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현장을 순시하고 다녀서야 되겠는가?

여당 대표의 이런 말은 대통령더러 건설현장 감독이나 하라는 이야기와 다름 아니다. 대통령이 큰 정치를 해야지 공사 현장을 순시하는 데 시간을 빼앗겨선 곤란하다. 21세기 고도 산업화 시대에 진정 대한민국만 토건국가로 회귀하는가?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이 ‘한국판 뉴딜’이라지만 대공황 당시 미국 뉴딜 정책의 핵심은 테네시강 유역 토목공사가 아니라 사회보장망 구축과 노동자의 권익 보호 시스템을 확립한 것이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목포~제주도를 잇는 해저 고속철도를 건설하자. 사업비도 4대강 정비사업과 비슷한 14조6000억원이라는데. 4대강 등 하천 정비사업이 필요한 구석도 있다. 그렇다면 임기 중 대운하 건설은 하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분명하게 천명하라. 그래야 국민이 납득한다.

2008년은 참으로 힘든 한 해였다. ‘아륀지’(오렌지)로 시작한 MB정부는 ‘강부자’ ‘고소영’ 내각을 거쳐 급기야 국민과 소통 부족으로 촛불 정국을 초래했다. 당내 경선 후보를 ‘국정의 동반자’로 삼겠다던 대통령의 리더십은 형님의 인사 및 국정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만사형통(萬事兄通)’ ‘상왕정치(上王政治)’란 말을 만들어냈다.

‘최강(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최중경 차관)라인’의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된 환율대란은 ‘리만(이명박-강만수)브러더스’와 ‘고등어(반 토막) 펀드’ ‘갈치(4분의 1 토막) 펀드’로 연결되면서 수많은 기업과 투자자, 가계를 울렸다. 그토록 많은 실망을 안겼어도 국민은 정부를 믿고 싶다. 그리고 정치권에도 기대를 버리지 않고 싶다. 예뻐서가 아니다. 경제위기 극복이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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