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6자회담 복귀할 준비 돼 있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할 준비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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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언 시걸 뉴욕 사회과학연구협회(SSRC) 동북아협력 안보프로젝트 소장은 지난 3~7일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 대사, 모턴 아브라모위츠 전 미 국무부 차관보 등 한반도 전문가 6명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민간인 신분으로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이미 두 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외무성·군부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을 만났던 그는 이번 방북이 “북한 측 초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이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취임 후 첫 아시아 주요국 순방에 나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한(2월 19~20일)을 앞두고 뉴스위크 한국판 강태욱 기자가 리언 시걸 소장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북한이 미 본토까지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개량형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한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 당국자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나?
우리가 만난 북한 당국자들은 미사일 발사 준비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들로선 여전히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전쟁 “억지력”을 계속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좀 더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가닥을 잡을 때까진 미사일 발사를 보류하겠다는 뜻인가?
북한은 과거에도 실제론 발사 단계까지 가지 않으면서도 미사일 카드를 꺼내 보인 적이 있다. 지금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과거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앞서 미리 구실을 만들었지만 아직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일 중유 등 대북 에너지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미사일 발사의 핑계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뭐라고 보나?
6자회담 당사국들이 대북 에너지 지원 약속을 어긴다면 2007년의 10·3합의를 위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강한 경고를 보내려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방한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의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나?
오바마 행정부는 아직 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 따라서 힐러리 클린턴 장관도 섣불리 (북핵 문제, 한·미 FTA 등) 현안에 대해 일정한 입장을 취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힐러리 클린턴의 아시아 주요국 순방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미국의 우방들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관련해 한국 등 우방이 미국을 도울 방법과 세계적 경제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협력 필요성에 대해 광범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백악관에서 대량살상무기(WMD)와 테러 예방 등의 문제를 다룰 책임자로 내정된 게리 새모어 미 외교협회(CFR) 부회장은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런 지적에 동의하나?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파악할 유일한 방법은 북한과 외교적 ‘주고받기’를 계속하면서 북한이 약속을 지키는 것만큼 우리도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지레 짐작은 역효과만 낼 뿐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할 뜻이 우리에게 없다는 그릇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할 의사를 밝혔나?
북한은 미국과 직접적인 대화뿐만 아니라 6자회담에도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우선 비핵화 2단계인 불능화와 에너지 지원을 마무리 짓는 한편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시설도 해체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현 시점에선 핵무기 폐기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헤리티지재단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에 의미 있는 진전이 없으면 힐러리 클린턴 장관의 방북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그런 전망에 동의하나?
실은 그 정반대다. 대북 관계에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려면 보다 높은 수준에서 대북 접촉이 이뤄져야 한다. 힐러리 클린턴은 불능화가 이뤄지고 나면 방북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핵시설 해체를 위한 협상도 이제 개시됐다. 또 북한은 닉슨의 중국 방문처럼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학수고대해 왔다. 만일 협상이 충분히 진전된다면 오바마의 방북도 가능하리라 본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나?
북한은 자신들의 문제를 다룰 미국 측 파트너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이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리뷰도 이제 겨우 시작됐다는 걸 알고 있다. 현재 북한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두 나라의 관계는 지난 8년간 워낙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길고도 험난한 협상을 앞두고 있다.
북한체제의 붕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관한 논의보다 현재의 북한을 다룰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추측만 무성한 비상사태에 대비하기보다는 보다 포괄적인 협상에 대비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오바마가 대북 특사도 거물급을 임명하리란 추측이 많다. 누가 가장 유력한가?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 대사 같은 비중 있는 인사를 꼽고 싶다. 북한과 미국의 우방을 다루는 데 그만한 경륜을 가진 인물은 드물다(보즈워스는 주한 미 대사로 부임하기 전 북한에 1000Mw급 경수로 2기를 건설하기 위해 뉴욕에 설립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한·미·일·EU의 재정·기술적 지원을 조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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