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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처럼 친근한 기술이 바이오 정신”

“친구처럼 친근한 기술이 바이오 정신”

바이오벤처기업 다인바이오는 회사 규모에 비해, 벌이는 사업이 꽤 많다. 회사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언뜻 바이오 잡화점 같다. 핵심 기술 한 가지로 먹고사는 회사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유가 있다. 1999년 설립된 다인바이오는 생명공학 연구용 시약 개발·판매 회사로 출발했다.

주력 사업은 유전자 검사용 킷(Kit)이나 분자생물학 연구용 기초 시약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고객이 한정돼 있고, 규모도 워낙 작은 시장이다. 가령, 이 회사가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한 DAN·RNA 킷의 연간 수입 대체 효과는 3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매출 추이(단위 :억원)


연구용 시약 개발업체로 출발

다인바이오가 국립작물과학원과 공동 연구로 개발한 ‘쌀 품종 판별 서비스’의 시장 규모는 연간 50억원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ROCHE), 일본 유명 바이오기업인 다카라(TAKARA) 등의 한국 총판·대리점을 겸하는 데도 이 회사의 지난 3년간 매출은 40억원대에서 정체돼 있다.

이제현 대표는 “현재 회사의 역량과 주력 시장 규모를 볼 때 매출 임계점은 100억원 정도로 파악한다”며 “이런 한계 때문에 3년 전부터 회사의 방향을 바이오 소재 분야와 생활건강 제품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공학 기초 기술은 자신 있지만, 관련 시장이 작았기 때문에 정부 예산과 연계된 사업에 의존을 많이 했죠. 이제는 우리 기술을 바탕으로 바이오·의료 소재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려고 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보면 패러다임 시프트 중입니다.”

실제로 다인바이오는 현재 연구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는 홍순광 명지대 교수를 비롯, 사외이사인 장용근 카이스트 교수, 카이스트 박사 출신인 박성환 연구소장 등이 숱한 정부 연구개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제현 대표 역시 일본 도쿄대학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한 연구원 출신이다.



소형 풍력발전기 시장 진출 검토 중

카이스트, 명지대와 공동으로 당뇨병 치료제 보글리보스(Voglibose) 생산 공정을 개발한 것은 영역 확대의 첫출발이었다. 제약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2012년에만 세계시장 규모가 350억 달러(모건스탠리 보고서, 2005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인바이오가 공동 개발한 것은 보글리보스를 만드는 핵심 물질로 알려진 ‘발리엔아민(Valienamine)’의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공정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또한 홍순광 교수(연구개발본부장)가 중소기업청 기술혁신개발사업 과제로 개발 중인 단백질 분해효소 ‘트립신’의 대량생산 기술도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다.

동물 췌장에서 정제하는 트립신은 1g당 3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제품으로, 소염제·소화제 등 의약품에 매우 유용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LED(발광다이오드)광을 이용한 작물 재배 기술도 다인바이오가 기대하는 분야다. 충남농업기술원, PLT와 함께 개발한 LED광 작물 재배 시스템은 식물 생장에 필요한 광원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술로, 정부가 첨단 농업 연구과제로 선정해 육성 중이다.

이제현 대표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흐름에 맞춰, 소형 풍력발전기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일본의 소형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루푸윙의 공동 사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진출하기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건강 바이오 분야에선 산림향으로 잘 알려진 ‘피톤치드’와 ‘은이온 방출 세라믹’을 활용한 건강용품을 출시했다.

다인바이오는 국립수목원, 플랜텍바이오와 공동 개발한 잣나무 피톤치드를 활용한 산림욕기, 천연살충제, 기능성 건축제, 항균·탈취제 등을 판매하고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해충·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거나 분비하는 물질이다.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 효과도 있다.

‘은이온 방출 세라믹’은 물과 결합하면 은이온을 서서히 방출하는 기능성 신소재다. 다인바이오는 이 소재를 이용해 가정용 은이온수 제조장치를 개발하고, 산업용·양어장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제현 대표는 “올해부터 바이오 소재와 생활건강 제품 라인업이 매출로 이어지면서 그간 정체됐던 매출이 올해 70억원대로 올라서고, 2~3년 후에는 넓게 잡아 150억원에서 3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바이오 기술 하면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지만, 인간의 생활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것, 일반인들이 친구처럼 접할 수 있는 것이 바이오 기술의 정신”이라며 “다인바이오는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활용한 공동개발·공동사업 방식으로 시장 프렌들리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다인바이오의 혁신
혁신은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 개척해 가는 것’

□ 바이오 기초연구 분야 파워 연구진 보유
□ 바이오·의료, 생활건강 제품으로 사업 다각화
□ 네트워크 활용한 공동개발·공동사업 추진
MB정부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탄력 받을 듯
이 회사의 건강 진단

다인바이오는 생명과학 사업부, 생활건강 바이오 사업부, 작물유전자 분석센터 및 부설연구소로 이뤄진 회사다. 1999년 회사 창립 이래 각종 연구용 시약을 판매해 왔으며 2008년 생활건강 바이오 사업부를 신설해 건강기능성 식품 유통, 잣나무 피톤치드 산림욕기 및 기능성 미용거울 출시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공급 중에 있다.

2006년부터 꾸준히 5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 중인 다인바이오는 2008년에도 4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10억원 안팎의 매출 총이익은 판매관리비로 상쇄되어 최근 3년 다인바이오의 실적은 손익분기 정도에 불과하다. 2005년 말 140%의 높은 부채비율은 2007년 말 51%로 크게 낮아져 재무안정성이 높아졌으며 이는 최근 꾸준한 자본 확충의 결과다.

미국 오바마 정권의 등장으로 가속화된 녹색 혁명과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조와 맞물려 이번 경기침체가 회복되는 시기에 급격한 성장을 달성하는 것이 다인바이오의 시나리오다. 다인바이오는 2009년 사업계획상 매출액 70억원을 책정해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으며, 201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희준 굿모닝신한증권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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