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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경영으로 네온사인 시장 ‘호령’

족집게 경영으로 네온사인 시장 ‘호령’


여기 유럽 네온사인 시장을 호령하는 기업이 있다. 세계적 기업 이탈리아 파르트(Fart)·시에트(Siet)·테크노룩스(Technolux)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곳이다. 흥미롭게도 이 업체는 총 직원수가 50명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한국’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월등한 기술력과 노하우로 글로벌 경제한파가 몰아친 지난해에도 3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올해엔 1000만 달러 수출액 달성이 기대된다. 다윗의 대반란을 연상케 하는 이 회사는 ‘도란스(전압조정기)’로 유명한 대한트랜스다. “전압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할 시기가 온다.” 1972년 대한트랜스 김봉균(69) 창업주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압조정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당시는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이 이뤄지던 시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한트랜스는 대표상품 ‘도란스’ 하나로 국내시장을 석권하는 위세를 떨쳤다. 김봉균 창업주의 혜안은 또 다른 사업 ‘네온사인용 변압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쇼윙(showing) 시대’가 열릴 것을 직감한 그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네온사인용 변압기를 생산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을 켜기 위해선 무려 1만5000볼트가 필요하다.

그래서 2200볼트를 증폭시켜주는 기기가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네온사인용 변압기다. 그의 예상은 또 적중했다. 네온사인 시장은 갈수록 커졌고, 대한트랜스의 명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특히 해외시장에선 대한트랜스가 곧 국가대표였다고 한다.

이 회사의 수출용 네온사인용 변압기는 전 세계 33개국에서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로 인정을 받고 있다. 유럽시장 점유율은 현재 10% 안팎으로 4위 수준이다. 대한트랜스의 신성장동력은 21세기 첨단조명으로 불리는 LED. 2003년부터 출시하고 있는 S-LED 시리즈는 저렴하면서도 탁월한 성능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저발열 고출력 설계방식(특허), 방수·내구성을 강화한 디자인방식(특허)은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트랜스의 원천기술이다. 대한트랜스가 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시장을 발굴, 개척한 덕분이다. ‘도란스’도 그랬고, 네온사인용 변압기도 그랬다.

그야말로 ‘족집게 경영’의 결과물이다. 기술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은 것도 성장비결이다.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입한 것은 기본. 외환위기가 한창이었던 1990년대 말, 대규모 R&D센터를 건설해 불황 후 열릴 신(新)시장에 대비한 것도 눈에 띈다. 그렇다고 공격경영만 했다는 것은 아니다. 투명·안정경영은 이 회사의 철칙이다. 대한트랜스는 아직 장외기업이다. 그럼에도 부채비율이 100% 안팎일 정도로 재무구조가 건전하다.

어음결제도 하지 않는다. 사상 유례없는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매출 성장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이 같은 족집게·준비·안정경영 때문이다. 2007년 65억원, 2008년 70억원의 매출을 올린 대한트랜스는 올해 100% 성장을 다짐하고 있다. 신성장동력 LED의 판매가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대한트랜스 김진환(40) 대표는 “S-LED 시리즈는 현재 39개국에 수출되고 있다”며 “올해엔 수출대상국이 50여 개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트랜스의 슬로건은 ‘We illuminate the world(세계를 밝히겠다)’다. 유럽을 넘어 이제는 세계 조명시장을 석권하겠다는 한국판 다윗 기업의 당당한 포부가 읽힌다.
이 회사의 성공비결
■ 현장경영으로 새로운 시장 선점
■ 끊임없는 기술투자로 원천기술 확보
■ 현금결제 시스템으로 투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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