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 경영법 있어야 세계적 기업 된다
고유 경영법 있어야 세계적 기업 된다
"김치도 수펙스(SUPer EXcellent)하게 만들어봐!”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워커힐 호텔에 최고의 김치를 만들라고 주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치에도 적용되는 ‘수펙스(SUPEX)’라는 말은 SK그룹의 모든 행동, 사업, 제품에 적용된다. 수펙스한 직물, 수펙스한 정유시설, 수펙스한 통신품질 등 수펙스는 오늘날 SK그룹을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이 수펙스란 말은 SK그룹의 경영체계인 SKMS의 산물이다. 개념이 체계적으로 정립된 기업경영철학으로는 국내 최초인 SKMS가 올해로 만들어진 지 만 30년을 맞았다. SK그룹은 물론이고 재계, 학계에서도 수원의 소기업에서 시작한 선경그룹이 오늘날 국내 4대 그룹과 글로벌 86위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으로 주저 없이 SKMS를 꼽는다.
SK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은 각자 자신만의 정립된 경영체계와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SK가 한국 기업사에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경영체계를 확립한 것은 최종현 회장의 공이 크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 계열화 목표
1950년대 이미 창업회장인 고(故) 최종건 회장 도움으로 미국 유학을 다녀온 최종현 회장은 1973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그룹에 입힌다. 1975년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한 전초기지로 ‘경영기획실’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 첫 구상으로 기업경영에서 설비 경쟁의 시대는 지났고, 1970년대부터는 ‘경영 전쟁 시대’라고 선언한다.
최종현 회장은 “대부분의 경영관련 지식이나 원칙이 서양의 경영학에서 나온 것으로 한국적인 토양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적이면서도 SK만의 독특한 경영법을 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종현 회장은 이에 따라 당시 경영기획실의 손길승 부장 등 임직원들과 학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4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SKMS를 개발한 뒤, 1979년 3월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전 임원이 참석하는 가운데 이를 발표한다. 당시 최 회장은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 계열화를 목표로, 경영적인 측면으로는 ‘국제적 기업으로서 손색없는 경영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두 가지 명제를 발표하게 된다.
이와 함께 ▶인간 위주의 경영 ▶합리적인 경영 ▶현실을 인식하는 경영 등 3대 경영이념을 SK 경영법의 핵심 축으로 제시한다. 최종현 회장은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측면의 SKMS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실행법을 찾게 된다. 당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지향한 SK그룹은 일류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통상의 목표 수준을 설정해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기업 경영의 목표를 우수(Very Good), 탁월(Excellent), 초일류(Super Excellent)의 3단계로 구분하고, 선진 기업들이 ‘우수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탁월한’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에 SK는 탁월한 수준을 달성해야 한 단계 앞서 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목표 수준 자체를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수준인 ‘초일류’로 설정키로 했다. 수펙스란 개념은 여기서 나왔다.
SKMS를 처음 시행하던 1979년의 SK그룹은 SK케미칼, ㈜선경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매출 1조원 안팎의 중견기업에 불과했다. SKMS를 정립한 이듬해인 1980년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사업계획의 최종 목표인 석유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1989년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정보통신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SKMS와 수펙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공과 한국이동통신 인수 이후 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워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구성원을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기업문화이자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SKMS가 있었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정보통신산업 진출 기반 이룬 수펙스
최근 SKMS 30주년과 관련해 최태원 회장은 “SKMS 30년은 SK의 생명력이고, SK의 생명력은 SKMS에서 나온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특히 “SKMS를 정립하던 1979년은 경제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던 때였다”며 “SKMS가 30년이 된 올해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쓰나미로 고통 받고 있어 SKMS를 근간으로 전 구성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하영원 서강대 교수와 김진교 서울대 교수는 ‘SKMS와 성과 간 관계’라는 논문을 통해 “SK 구성원들에게 전파·공유되고 있는 SKMS가 실제로 SK그룹의 성과에 긍정적인 공헌을 해 왔으며, 또한 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연구를 통해 발견했다”고 밝혔다.
한국적 경영학 연구로 저명한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는 “SKMS 정립은 한국식 경영학 이론의 모태”라며 “작은 직물공장에서 매출액 100조원의 기업으로 발돋움한 SK의 비약적인 성장이 기업문화는 물론 경영법과 시스템, 전략까지 아우르는 SKMS의 가치를 고스란히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성원의 역할 명확히 규정한 경영철학”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본 SKMS 하지만 이런 표현은 시스템경영의 일부만을 설명하는 답이기도 하다. 글로벌 일류 기업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의 시스템을 새롭게 디자인해 목표를 달성해 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GE다. 예를 들어 잭 웰치 시대의 GE의 전략은 시장 지배적 사업에 집중됐고, 이를 위해 수평적 조직구조와 6시그마, 워크 아웃, 핵심인재 등용 같은 ‘선택과 집중’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잭 웰치의 뒤를 이어 GE의 사령탑을 맡은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화두로 삼고 이를 위해 성장전략과 보상방식, 핵심인재 육성과 활용에서 변화를 주고 있다. SK그룹 역시 시스템경영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SK 구성원들은 SKMS를 통해 공통의 언어로 이루어진 시스템경영을 내재화하고 있는데, SK의 시스템경영은 “SK의 생존과 진화를 위해 제반 경영활동이 일관성과 유기적 연계, 동태적으로 환경에 대응한다”라고 설명된 SKMS 실행원리 부분에서 잘 설명된다. SKMS의 두 번째 특징은 이 같은 조직의 유기적 연계가 선언적인 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에서 구성원들이 활용하고 실천한다는 점이다. 대개의 회사는 시스템경영의 개념은 있더라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SKMS의 실천 방법으로 To-be Model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SK는 확실히 다르다. SK의 구성원들은 To-be Model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To-be 목표달성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실행하고 있다. 구성원이 실천할 수 있는 SK의 시스템경영이야말로 세계 제일이라고 자부할 만하다. 또 하나 높이 평가되는 SKMS의 시스템적 특징은 바로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두뇌 활용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SKMS는 시스템경영을 해 나가는 주체로서 구성원의 역할을 상당히 강조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상적인 시스템경영이란 잘 짜인 틀을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목표를 달성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리더와 구성원의 역할을 분명히 규정하고, 또 그들의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두뇌 활용을 강조하며 방법론까지 제시하는 SKMS는 기업 경영에 가장 이상적인 틀과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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