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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이 타워 앞에‘목백일홍’ 심은 뜻은?

현정은 회장이 타워 앞에‘목백일홍’ 심은 뜻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세계 최고 높이의 초고속 엘리베이터 테스트 타워를 완공했다. 이름하여 현대 아산(峨山)타워. 왕회장(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호를 따 지었다. 왕회장의 도전정신을 받들겠다는 포부다. 이 타워 1층엔 고 정몽헌 회장의 이름을 딴 ‘정몽헌 R&D센터’도 있다. 아버지(정주영)의 기상을 아들(정몽헌)이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새로운 ‘명물’이 들어섰다. 이천IC를 통과하면 금세 이 명물의 웅장한 자태가 드러난다. 이름하여 현대 아산타워. 현대엘리베이터가 1년2개월 만에 준공한 초고속 엘리베이터 테스트 타워다.

높이는 205.2m로 63빌딩(249m), 서울N타워(236.7m)와 엇비슷하다. 전 세계 엘리베이터 테스트 타워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일본 미쓰비시와 독일 티센크루프 테스트 타워는 각각 173m, 157m다.

속도도 뛰어나다. 이 테스트 타워엔 분속 600m급 초고속 엘리베이터 2대가 설치됐다. 국내 최고 속도인 여의도 63빌딩 엘리베이터(분속 540m)보다 빠르다.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65층 높이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초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다.



63빌딩 크기의 테스트 타워 우뚝

‘전망용’으론 세계 최고 속도인 분속 420m급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9월엔 1분에 1080m를 오를 수 있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추가 설치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대만 101빌딩)의 분속이 1010m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속도다.
기술력 또한 월등하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원천 기술을 총동원해 만든 이 테스트 타워의 모터 시스템은 크기가 기존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신소재를 활용한 비상정지 등 안전장치는 한국산업기술원의 EK마크(전기용품안전인증)도 획득했다. 현존하는 모터 시스템 중 가장 작고 최신형이라는 얘기다.

석기홍 전무는 “현대 아산타워엔 현대엘리베이터의 모든 기술이 집결돼 있다”며 “세계의 어떤 테스트 타워와 비교해도 기술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분야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히타치, 미국의 오티스, 유럽의 쉰들러·코네·티센크루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서면서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승강기 업계의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최근 세계적 기업의 경쟁이 치열한 초고속 엘리베이터의 개발과 실험을 위해서는 200m급 실험동이 꼭 필요했다”며 “이 시설을 기반으로 세계 초고속 엘리베이터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은 또 “매출의 20% 수준인 수출 비중을 향후 40∼50%로 늘리고, 해외 유력 업체와 전략적 제휴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산타워 준공을 발판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의 ‘맹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가 읽힌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 타워의 명칭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호를 따 ‘아산타워’라고 지은 이유도 엿보인다.



아산타워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


실제 현대엘리베이터는 정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설립이 불가능했다. 1984년 정 명예회장은 “건설기술의 발달로 엘리베이터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승강기 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손사래를 치며 만류했다. 동양엘리베이터(1966년 설립·티센크루프), 금성사(1968년 설립· 오티스)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강한 의지만 있으면 후발주자도 능히 성공할 수 있다”며 승강기 회사 설립을 줄기차게 밀어붙였고, 이는 족집게처럼 맞아떨어졌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시장점유율(4월 현재)은 36%로, 국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승강기 메이저 업체 중 유일하게 국내 회사다.

아산타워엔 고 정몽헌 회장의 ‘혼’도 담겨 있다. 타워 1층에 새로 들어선 기술연구센터를 ‘정몽헌 R&D센터’로 명명한 것이다. 엘리베이터의 종합적인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정몽헌 R&D센터’는 총 면적 1160㎡(약 352평) 규모로 전시관과 부하실험실·소음진동실험실 등 기술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 회사 이매희 차장은 “정몽헌 회장은 생전 수차례 이천공장을 방문해 ‘완벽한 시공능력과 품질경쟁력은 일류회사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기술과 품질을 각별히 강조했다”며 “이런 정몽헌 회장의 기술입국·기술현대 정신을 기리는 차원에서 1층을 정몽헌 R&D센터로 꾸몄다”고 말했다.

아산타워엔 이를테면 아버지(정주영)의 꺾이지 않는 도전정신과 아들(정몽헌)의 기술정신이 담겨 있는 셈이다. 시아버지와 남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아산타워 준공식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기술 입국 정신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했던 두 분 선대 회장의 뜻이 이 타워를 통해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아산타워 준공 기념으로 ‘목백일홍(배롱나무)’을 심었다. 이 나무엔 많은 꽃이 핀다. 그래서 늘 환하다고 한다. 수없이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리를 피우기 때문이다(도종환 시인의 목백일홍 중). 사선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성장’이라는 꽃을 피워온 현대엘리베이터와 너무도 닮았다.

아직은 앙상한 가지뿐인 이 나무에 화려한 꽃이 만발하는 날, 현대엘리베이터는 쟁쟁한 글로벌 기업과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을지 모른다. 바로 이것이 정주영 명예회장, 정몽헌 회장 그리고 그들의 뜻을 받들고 있는 현정은 회장이 바라는 게 아닐까?

독자적 원천기술로 세계 최고의 아산타워 준공
현대엘리베이터는 어떤 회사?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 부문(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을 시작으로 주차설비·물류자동화 시스템, 승강장 스크린도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1년 연속 무분규 사업장을 달성한 이 회사는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시장점유율은 36%로, 외국계 승강기 업체인 오티스(26%)와 티센크루프동양엘리베이터(13.8%)를 훌쩍 따돌리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 아산타워 준공을 발판으로 매출 8000억원 목표(2009년)를 달성하고, 수출 비중도 두 배 이상 높일 계획이다. 이 회사 송진철 사장은 “그동안 견실한 성장을 해왔음에도 기술력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며 “우리의 독자적 원천기술로 준공한 아산타워를 밑거름 삼아, 세계 시장을 능히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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