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貿協 ‘찾아가는 무역현장 119 지원단’시동

貿協 ‘찾아가는 무역현장 119 지원단’시동

수출이 계속 내리막길이다. 수출 주역 중 한 곳인 무역협회도 수출 위기 탈출에 발벗고 나섰다. 최근 ‘무역현장 119지원단’을 확대 강화한 것도 그 일환이다. 현재 무역협회 소속 ‘자문위원’이란 이름으로 지원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원은 모두 45명. 이들의 활약상을 현장에서 전한다.

섬유수출 분야 베테랑 배용수 자문위원이 현장에서 상담을 벌이고 있다.

#사례 5월 12일 서울 성수동 협성빌딩 501호 (주)인피노테크놀로지 회의실. 오후 2시에 이 회사 배상우(38) 재무이사와 한국무역협회 ‘무역현장 119지원단’ 안세화(45) 자문위원이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인피노테크놀로지는 사흘 전인 5월 9일 특별한 ‘애로사항’ 해결을 무역협회에 호소했었다.

그리고 이날 안 위원이 일종의 ‘소방수’로 긴급히 이 회사를 찾아온 것이다. 인피노테크놀로지는 반도체 제조공정 중 웨이퍼 검사 장비인 프로브(Probe)카드 생산회사. 이 회사의 ‘애로사항’은 다름 아닌 “대만, 일본, 중국에 수출을 해보려는데 너무 막막하다”는 것. 이 회사는 그동안 국내 업체에만 납품해 오던 터였다.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는 회사지만 해외영업 경험이 전무해 수출에 관한 한 사실상 백지상태였다.



변화된 수출 환경에 적극 대처 나서

두 사람은 첫 대면이었지만 앉자마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배 이사가 “어디서, 어떻게 그 길을 찾아야 하느냐”고 물었고, 안 위원의 입에서는 수출 관련 기초부터 지식을 쏟아냈다. 해외 신규 바이어 발굴 요령에 이르러서는 자문 내용이 더 상세하고 길어졌다. 안 위원은 말미에 환리스크 방어 방법까지 배 이사에게 전수했다.

안 위원의 자문 내용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배 이사는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안 위원은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에서 2003년까지 15년 동안 근무해 풍부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 위원은 이 회사에서 인도 주재원 4년을 포함해 줄곧 해외 비즈니스 분야에 종사했다.

배 이사 입장에서는 안 위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살아 있는 수출 노하우’였다. 1시간10여 분 만에 자리를 일어서며 두 사람은 후일을 기약했다. 서로 만나지 못하면 전화, e-메일을 통해서라도 수시로 관련 의견을 나누자는 것이었다. 최근 무역업계에서 한국무역협회(회장 사공일) ‘무역현장 119지원단’(이하 지원단)이 화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수출 환경이 날로 악화되면서 지원단의 인기는 반비례해 치솟고 있다. 그들이 현장을 종횡으로 누비면서 무역업계 애로사항을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현장의 풍경화는 내용만 다를 뿐 앞서 든 사례와 대동소이하다.

현재 무역협회 소속 ‘자문위원’이란 이름으로 지원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원은 모두 45명. 올해 4월 초 기존 15명에 30명을 새로 보강해 지난해보다 절대 인원이 3배로 늘었다.

이는 올 2월 새로 취임한 사공일 회장의 강력한 현장 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사공 회장은 4월 초 “이달부터 6개월에 걸쳐 1만 개 중소·지방 기업의 현장을 방문해 해외 바이어 알선, 수출 애로 타개 등을 지원하겠다”는 새 정책을 밝혔다. 그 실천 방안으로 제시한 구체적 첫 조치가 바로 지원단의 확대 강화였다.

자문위원들은 서울, 경기,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충남 등 전국 12개 권역별로 나뉘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무역협회의 지원단 활동은 전임 이희범 회장이 2년여 전 초석을 놓은 사업이다. 전임 이 회장이 전신에 해당하는 ‘맞춤형 무역현장 지원단’을 출범시킨 것은 2007년 2월이었다.

지방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덜어주자는 목적에서였다. 이때 ‘무역전문가’ 15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전문가의 기준은 “종합상사 및 무역업체에서 현장실무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1. 바이어 발굴, 무역금융, 클레임 처리 등 무역실무 전문가로 구성된 무역현장 119 지원단. 2. 사공일 무역협회장.



지원단 올 들어 1300업체 현장 방문

여기에 사공 회장이 몇 가지 새로운 일을 추가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세계적 불황이라는 변화된 무역 환경에 맞춰서였다. 사공 회장이 ‘ 수출 확대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 동참’을 지원단 활동 목적의 맨 앞에 내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크게 늘어난 무역업계의 현장 애로 해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원단의 정식 명칭까지 ‘무역현장 119지원단’으로 바꿨다. 무역협회 차원의 비상현장지원체제를 가동한다는 의미를 담아서였다. 화재 등 각종 긴급 사건이 발생했을 때 119가 출동하듯 ‘신속성’을 새 무기로 삼아 지원단을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신속 대응을 위해 신규 자문위원 30명을 말 그대로 신속히 확충한 것이다.

무역협회의 지원단 활동은 다른 수출기관의 유사한 서비스와 달리 모두 무료로 운영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또 자문위원들의 역할은 전반적인 경영 자문이 아니다. 말 그대로 무역 실무 위주로 ‘전문적 상담’ ‘애로 해결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바이어 발굴, 무역금융, 수출입 절차, 서류 작성, 관세 환급, 클레임 처리 등이다.

그러나 45명의 자문위원 중 기존 15명(그룹 1)과 신규 30명(그룹 2)은 역할이 좀 다르다. 비상근인 기존 자문위원들은 경험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고참급이다. 업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한 뒤에 움직인다. 말하자면 ‘대기형(待機形) 해결 도우미’라고 말할 수 있다. 영세 중소기업, 내수 기업의 수출 기업화 지원 활동이 주력이다.



발굴 애로사항 300여 건 해결 정부에 건의

반면 신규 자문위원들의 역할은 보다 실무적이다. 주 5일 상근하는 이들은 업체 요청과 상관없이 먼저 현장을 찾아 나서는 것도 다른 점이다. 무역업계의 애로사항을 빨리 파악하고, 정책 과제가 무엇인지 발굴하는 임무를 주로 맡고 있다. 무역협회 자체 집계로 올 들어 5월 중순까지 지원단이 방문한 업체 수는 1306개사에 이른다.

1455건에 대해 현장 컨설팅을 했고, 발굴한 애로사항도 183건이나 됐다. 15명의 자문위원이 활동했던 2008년 1년 동안의 실적 현장방문 1655회, 총 836건 지원에 버금간다. 무역협회의 이런 지원단 활동이 중소업체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서울 대치동 소재 영기합섬의 경우가 잘 보여준다.

영기합섬은 웨딩·파티 드레스 원단이 대표 상품으로, 연간 매출 50억원 규모(2008년 말 기준)의 섬유 생산, 수출업체다. 영기합섬은 한국에서 섬유는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을 보기 좋게 깨뜨리고, 근 20년간 수출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영기합섬은 최근 수출이 더 어려워진 세계 섬유시장 상황을 타개하는 데 지원단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영기합섬 이상환 대표이사는 2008년 6월 배용수 자문위원을 만난 것을 두고 ‘일생의 행운’으로 여긴다. 배 위원은 코오롱상사에서 1985년까지 12년 동안 섬유 수출 업무에 종사한 말 그대로 베테랑이다. 그는 퇴직 후 섬유 수출 회사를 창업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지금까지 일손을 놓지 않고 있는 여전한 현역이다.

이 대표와 배 위원은 2008년 6월 첫 인연을 맺은 이래 매주 두 차례 이상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 이 대표는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중남미 시장 개척을 배 위원으로부터 받은 도움 중 첫 번째로 꼽았다. 배 위원은 1981년부터 4년 동안 코오롱상사의 파나마 주재원으로 근무했고, 그 경험이 결정적 디딤돌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영기합섬은 매출의 90% 이상을 미국, 영국 시장에 의존했던 구조를 바꿔 시장을 다양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대표가 도움을 받은 것은 그뿐만 아니다. 정부 또는 무역 유관기관의 각종 지원사업 정보를 알려준 주인공도 배 위원이었다. 영기합섬은 당장 오는 7월 미국 뉴욕에서 열릴 세계적 섬유산업 전시회인 텍스월드USA에 정부 지원금을 받아 참가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청의 수출기업화 지원 사업, 서울시의 수출 보험료 지원 제도 등도 배 위원 덕에 알게 돼 혜택을 받았다. 지원단이 발굴한 애로사항 해결 여부는 개별 업체를 넘어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무역협회는 지원단 활동과는 별도로 사공일 회장, 오영호 부회장이 11개 지역별로 무역업계 간담회와 현장 방문을 통해 올 들어 지금까지 134건의 애로사항을 찾아냈다.

지원단이 발굴한 183건을 포함해 총 317건에 대한 애로사항은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대부분이다. 무역협회에서 유형별로 정리한 무역 현장 애로사항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그중 금융·세제 분야에 가장 많은 민원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금리에 역행해 임의로 대출 금리를 조정하거나, 기술력 있는 기업을 외면하는 대출 관행 등이 그 예다.

아직도 행정편의 위주로 운영되는 ‘공장 입지·토지’ 분야를 비롯해 ‘노동·환경’ ‘유통·물류’ ‘무역·산업’ 문제 분야에도 무역업체가 겪는 애로사항이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단의 활동을 포함해 무역협회에서 발굴한 애로사항은 단계별 조치를 거쳐 해결을 모색한다. 우선 애로사항이 접수되면 분야별로 분류해 코드화하고, 전체 과제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관리하고 있다.

무역협회 차원에서 별도로 구성한 ‘무역현장애로처리 TFT’에서 애로사항에 대한 평가를 거치게 된다. 애로사항 중 대개의 난제는 정부 유관 부처에 해결을 건의하게 된다.

<그림 1 참조> 예를 들면 무역금융 한도 축소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경남 소재 삼원테크가 그 사례에 해당한다. 업체들은 통상 수출 금액 100%를 여신 한도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수출이 줄어들어 여신 한도가 축소된 만큼 대출 만기가 도래하면 꼼짝없이 그 차액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 경우 상환 조건을 완화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해 놓고 있는 상태다. 무역협회 자체 집계에 따르면 애로사항 중 29%가 금융 애로사항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 317건에 달하는 올해 무역협회 발굴 애로사항 중 5월 15일 현재 조치 결과는 <표 1> 과 같다. 그중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내려진 애로사항은 현재 43건이다.

<표 1> 에서 보는 대로 ‘수용’(21건)과 ‘수용 불가’(20건) 비율은 엇비슷하다. 59건은 현재 정부에 건의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검토 중’으로 분류된 애로사항 215건은 무역협회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규제와 애로 여전히 많아

정부에서 받아들인 애로사항이 건수로는 작아 보이지만 업체에 미치는 파급력은 훨씬 큰 편이다. 대표적으로 수출보험공사가 선수금 환급보증서(RG) 발급기간을 3주에서 1주로 단축한 사례는 사실상 전 무역업체가 수혜대상이다. 광주광역시 소재 다인시스템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해결한 결과다.

또 경남의 앤앤앤코리아처럼 공장용지 관리지역 분류 오류에 의한 불이익을 경과 법령으로 구제한 경우도 수혜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앞에 언급한 안세화, 배용수 두 자문위원은 ‘소명의식’ ‘봉사’ ‘보람’ 등의 단어로 이 일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 때문에 45명의 자문위원은 1개 업체를 방문하는 데 때로는 3~4시간, 때로는 하루가 걸리는 일을 기꺼이 자청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에서 무역협회를 관청으로 인식하고, 색안경부터 끼고 대하는 바람에 ‘무료 자문을 하기도 쉽지만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5월 15일 사공 회장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무역현장에 남아 있는 규제와 애로가 여전히 많다”고 평가했다. 지원단이 더 열심히 뛰어야 할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사공 회장은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는 비상상황임을 고려할 때 현장 애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경제부처와 유관기관 장들과 더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사공 회장은 “수출 현장에서 발굴된 애로는 주 단위로 점검하고, 이에 대한 처리 결과는 월 단위로 점검해 현장 지원 효과를 높이겠다”는 지원단 운영지침을 애초에 천명했었다. 바쁜 일정에도 사공 회장은 이 지침만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대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것은 곧바로 지원단 활동에 대한 독려로 연결되고 있다.

“전화로, 현장 방문으로 … 주말 거의 반납”
임종식 자문위원 한 달 동안 뭐 했나?
임 위원은 4월 7일 무역협회로부터 자문위원 임용장을 받았다. 같은 날 신규 임용된 30명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현재 대구광역시에 살고 있어 무역협회 대구·경북 지부에 배치를 받았다. 신규 임용된 다른 2명과 함께였다.

무역협회가 정한 활동시한은 일단 6개월. 무역협회의 성과 분석을 통해 6개월 뒤 기한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무역협회 대구·경북 지부에서 활동에 따른 세부지침 등을 오리엔테이션 형식으로 교육을 받았다. 자문위원으로서 본격 활동을 시작한 것은 4월 13일부터였다.

이날부터 한 달 동안 방문한 업체는 35곳 정도. 사전에 전화로 방문 의사를 타진한 업체 수는 이보다 4~5배에 달했다. 1주 5일 동안 하루에 3곳 방문을 무역협회가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그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평균 하루에 한 곳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업체 방문 후 매일같이 일지를 써서 e-메일로 무역협회 대구·경북 지부에 보낸다. 일지에는 업체 정보와 함께 ‘애로/규제 내용’을 기입한다. ‘애로/규제 내용’은 분야를 분류하고, 세부 애로 내용, 조치 희망사항 등을 먼저 기입한다. 상담 요청 내용, 컨설팅 내용, 향후 지원 계획 ‘상담 내용’을 별지에 따로 쓴다.

주말에는 1주 동안의 활동을 종합한 주간 보고서를 제출한다. 무역협회 본부 또는 대구·경북 지부에서 개최하는 회의, 세미나 등 각종 행사 참여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임용장을 받은 이래 그런 행사만 6회가 열려 주말은 거의 반납한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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