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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차…하림 프리미엄 ‘더미식’ 자리 못 잡는 이유

[하림의 외도는 실패일까]①
김홍국 야심작 간편식 내놨지만 매년 적자 불어나
업계 “프리미엄 전략 고수 역효과”

서울 강남구 SJ쿤스트할레에서 열린 ‘하림 The미식 밥’ 11종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 앞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하림그룹 식품계열사 하림산업이 가정간편식(HMR) 브랜드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냈지만 론칭 4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하림산업 측은 '여전히 출시 초반이고 투자하는 단계'라는 입장이지만 영업 적자가 1000억원에 달하고 있어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심 차게 출사표 던졌지만

지난 2021년 10월 하림산업은 종합식품기업을 선언하면서 가정간편식 브랜드 'The미식'을 론칭했다.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조리법을 내세운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더미식은 프리미엄 고가 전략을 펼쳐왔다. 광고 모델로 배우 이정재를 발탁, 마케팅에도 공을 들였다. 

더미식에서 처음 출시된 장인라면은 당시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 재료와 버섯, 양파, 마늘 등 양념 채소를 20시간 이상 끓여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이듬해인 2022년엔 더 미식 즉석밥과 유니자장면을, 지난해에는 만두 9종과 비빔면을 내놓는 등 상품군을 넓혔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도 더미식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직접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브랜드를 키우는 데 열의를 보였다. 초기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장인라면은 출시 두 달 만에 500만봉이 판매되는 등 호응을 얻었다. 이후 하림산업은 더미식에 이어 스트릿푸드 브랜드 ‘멜팅피스’와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를 잇달아 선보였다.

하림은 더미식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공장 증설과 제품 확장 등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분위기다.

하림산업 실적 추이.

벌써 4년 차…하림 프리미엄 ‘더미식’ 안 통하는 이유
김 회장은 장인라면을 출시하면서 더미식을 연매출 1조5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고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현재 하림산업은 해마다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하림산업은 2019년 매출 36억원에서 2022년 461억원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48억원에서 868억원으로 적자가 불어났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096억원으로 더 증가했다. 

시장 안착 가능할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조4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HMR 시장은 2022년에 5조원을 돌파(5조8500억원)했다. 작년에는 시장이 더욱 커져 6조53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HMR 제품을 주 1회 이상 구입하는 가구의 비율도 2012년 13.2%에서 2020년에는 4가구 중 1가구가 넘는 26.4%로 집계됐다.

HMR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식품업계에서는 차별화된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이중  더미식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낮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높은 가격이다. 더미식 즉석밥은 210g 기준 2300원이다. CJ제일제당의 햇반 가격 (210g 1850원)보다 450원이나 비싸다. 고기교자 만두는 700g 기준 1만1000원이다. 비비고 왕교자 만두가 1.05kg에 1만1530원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또 가격이 비싼 반면 맛이나 품질이 월등하지 않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즉석밥의 경우 CJ제일제당의 햇반과 오뚜기의 오뚜기밥이 전체 시장 점유율 80%가량을 차지해 틈새를 파고들기에 맛이나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향 평준화된 HMR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외식, 배달 음식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프리미엄을 표방한 더미식은 대표 상품도 부재하며 그만큼의 경쟁력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식품전문 기업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차별화된 전략이나 가성비 높은 상품을 출시하는 게 아니라면 시장에 끼어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고물가 시대에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부담 요소로 시장 안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하림의 투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하림산업은 지난 7월 689억원을 투입해 전북 익산 공장과 물류시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라면 생산시설에 403억원을, 물류센터 증설에 286억원을 집행했다.

김 회장 또한 지난 10월 서울 성수동 용가리 치킨 25주년 기념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더미식의 라면과 즉석밥 매출이 부진하다는 지적에 “고정 소비 고객이 생기면서 (매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더미식은 론칭 4년 차로 아직 투자하고, 성장하는 초기 단계”라며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나가며 내수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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